"안정적인 대기업을 떠나 스타트업을 선택한 이유요? 더 큰 임팩트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대기업에서 다룰 수 있는 데이터와 시스템은 방대하지만 주어진 역할 안에서만 움직여야 하는 한계도 있습니다. 스타트업에서는 제품의 방향성과 구조를 직접 설계하고 빠르게 실행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죠.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서울 강남구 모두의 요금제(모요) 사옥에서 만난 박재현(35·사진) 백엔드개발 리드는 자신이 걸어온 길에 대해 "변화를 경험하지 않고서는 성장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네이버에서 스타트업으로…커리어 전환점 찾아= 박 리드는 한양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후 2014년 네이버에 입사하며 개발자로서 첫발을 내디뎠다. 당시 그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서비스 개발을 담당하며 다양한 대규모 시스템을 경험했다. 그는 "네이버에서는 클로버 AI 플랫폼과 검색 서비스 등 대규모 트래픽을 처리하는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안정적인 시스템 설계와 운영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이후 2020년 비바리퍼블리카로 이직하며 커리어에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했다. 박 리드는 "토스에서는 기존 은행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금융 서비스를 설계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유연한 개발을 경험했다"며 "대출 비교 서비스를 개발하며 금융 데이터 처리의 복잡성을 이해하게 됐고 사용자 친화적인 서비스를 설계하는 방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빅테크에서 탄탄한 경력을 쌓아온 그는 보다 직접적인 임팩트를 낼 수 있는 환경을 찾아 지난해 스타트업 모요로 합류했다. 2021년 설립된 모요는 이동통신 요금제 비교 플랫폼을 운영하는 5년 차 스타트업이다. 기존에는 이동통신 3사(SKT, KT, LG U+)의 요금제 외에 알뜰폰 요금제를 한눈에 비교하기 어려웠다. 모요는 다양한 통신사의 요금제를 분석하고 사용자에게 맞춤형 요금제를 추천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모요는 설립 이후 빠르게 성장해 지난 2년간 개통 건수가 110배 증가했다. 현재 모요를 통한 요금제 개통 건수는 한 달 기준 국내 알뜰폰 가입자의 약 4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이는 이통 3사 중 한 곳의 번호 이동 건수와 비슷한 규모다.
박 리드는 모요에서 백엔드 개발을 총괄하며 서비스 안정성과 성능 최적화에 집중하고 있다.
그는 "모요의 가장 큰 강점은 방대한 요금제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분석할 수 있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백엔드에선 복잡한 요금제 정보를 정리하고 사용자 요청에 최적화된 결과를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빅테크보다 좋은 점?…"팀과 함께 성장"= 조직 문화도 기존 대형 IT기업과는 차이를 보였다. 모요는 직급 없이 직접 책임자(DRI) 체계를 운영해 각 업무 담당자가 자율적으로 의사결정을 내리고 실행하는 방식을 택했다.
박 리드는 "이전에 있던 회사들은 규모가 크고 이미 잘 갖춰진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었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체계도 잘 정비돼 있었고 그 안에서 큰 임팩트를 내는 경험도 해봤다"며 "하지만 점점 더 작은 조직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팀과 함께 성장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모요의 일하는 방식과 팀 문화가 잘 맞았고 지향하는 방향도 일치해 합류를 결정했다"며 "작은 팀이지만 제품을 만들고 사용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열정적인 팀원들이 많다.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실행하는 환경이 나와 잘 맞고,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 설명했다.
다만 스타트업으로의 전향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그는 "대기업은 개발 환경이 체계적이고 안정적이지만, 스타트업은 빠른 실행과 유연성이 요구된다"며 "작은 팀에서 의사결정을 빠르게 해야 하고, 개발뿐 아니라 비즈니스적인 이해도 필요하다. 새로운 환경에서 내가 충분히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 고민이 컸다"고 소회했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에서 개발자로서의 성장 가능성을 더욱 확신하게 됐다. 박 리드는 "스타트업에서는 단순 개발만 아니라 제품 기획과 운영까지 직접 참여하게 된다"며 "서비스 방향성을 고민하고 사용자들 피드백을 반영하는 과정이 정말 흥미롭다"고 강조했다.유진아기자 gnyu4@dt.co.kr
![[유진아의 MZ라이프] 대기업서 스타트업 간 개발자…"더 큰 임팩트 위한 결단"](//contents.dt.co.kr/images/202502/2025020902109931092001[1].jpg "[유진아의 MZ라이프] 대기업서 스타트업 간 개발자…\"더 큰 임팩트 위한 결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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