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중단돼 있던 국민연금 개혁 논의를 재개했다. 그러나 노후소득 보장을 위해 소득대체율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과 재정안정을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양측의 주장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평행선을 달렸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23일 국민연금법 개정안 공청회를 열고 연금개혁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주은선 경기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국민연금 개혁은 적정소득 보장이라는 목표를 정확히 해야 한다"며 소득대체율을 50%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과 급여 수준은 어떤 국제 지표를 봐도 국제 비교 관점에서 최하위에 속한다"며 "평균임금 소득자 기준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31.2%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42.3%의 74% 수준밖에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 급여 수준을 논할 때 노인의 최소 생활비를 쉽게 간과한다"며 "소득대체율을 40%로 떨어뜨리는 개혁을 하면서 공적연금의 노인 빈곤율 완화 효과가 줄어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남찬섭 동아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작년 국회에서 추진한 연금개혁 공론화 조사 결과 보장성 강화안이 56%의 우세한 지지를 받았다"며 "20대 역시 보장성 강화안을 더 지지해 세대 간 의견의 차이가 별로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실가입기간을 유럽연합(EU) 평균인 36년으로 연장하고 소득대체율을 50%로 올리면 국민연금 급여수준이 노후최소생활비를 넘기거나 노후최소생활비 및 빈곤선 모두를 넘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원은 "최소한 제도를 유지할 수 있는 안이 필요하다"며 재정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연금연구회에 따르면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는 1825조원이 넘는다. GDP 대비 83% 수준"이라며 "소득대체율을 40%로 유지해도 2093년이 되면 미적립 부채는 GDP 대비 383.9%가 된다"고 했다. 그러면서 "노인 빈곤 문제에 대해 진정으로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면 소득대체율을 높일 게 아니라 기초연금 대상자를 줄이면서 절대 빈곤선에 있는 수급자에게 기초연금을 더 드리면 된다"고 주장했다.
석재은 한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연금 개혁의 본질은 거대한 인구 절벽이 빚어낸 미래 세대에 대한 불공평한 부담 쏠림을 해소하는 것"이라며 "핵심 과제가 보험료 인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연금 개혁은 기초연금을 포함한 다층체계 속에서 노후보장을 살펴야 한다"며 "크레딧제도와 저소득 가입자 보험료 지원으로 실질적 연금 급여 수준을 높이고, 기초연금을 현행 정액 연금에서 취약층을 더 두텁게 보장하는 차등 연금으로 개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번 공청회를 시작으로 국회에서 연금개혁 논의가 재개될 전망이지만, 논의 방식을 두고 여야의 입장차는 여전하다. 민주당은 보건복지위에서 국민연금 모수개혁 논의에 집중한다는 방침인 반면, 국민의힘은 모수개혁뿐만이 아니라 구조개혁까지 함께 논의하기 위한 특별위원회 신설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이날 공청회에 앞서서도 여야 의원들이 이를 두고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보건복지위 여당 간사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은 "연금개혁은 제도별로 담당 부처, 상임위가 다양해서 특정 상임위에서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향후 특위 구성에 있어 야당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이에 남인순 민주당 의원은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은 여야가 같이 주장한 것"이라며 "특위에 대한 논의는 앞으로 해나갈 수 있지만, 특위가 되기 전에 상임위가 논의할 수 없다는 논리는 성립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전혜인기자 hye@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