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사태'를 일으켜 내란 혐의로 입건된 윤석열 대통령의 퇴진 시기를 놓고 여야가 뻔한 수(手) 싸움을 벌이고 있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치르는 시점에 따라 여야의 유불리가 갈리는 탓이다.
이재명 대표를 위시한 더불어민주당은 윤 대통령의 '궐위'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수 있게 탄핵을 해야 한다고 여당을 압박하고 있고, 국민의힘은 대통령 '직무정지'에 초점을 맞춰 하야 방식의 대안을 내고 있다. 특히 여권에선 이 대표의 12가지 범죄 혐의 관련 재판의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며 이른바 '이재명 불가론'으로 여론에 호소하고 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0일 YTN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의 조기 퇴진에 대해 (여권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면서도 "민주당은 '이 대표의 사법적 심판으로 피선거권이 상실되기 전 다음 대선을 치러야 한다'는 의도가 분명해 보여 그 부분을 잘 판단해 결정해나가야 된다고 중지를 모았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달 제20대 대선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죄) 1심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만큼, 2·3심을 거쳐 내년 5월 피선거권 박탈될 수 있다는 게 여권의 기대다. 특히 김 의장은 "윤 대통령이 궐위되는 경우 바로 (60일 뒤) 차기 대선"이라며 "국무총리 권한대행 체제"를 이야기했다.
이는 앞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한덕수 총리와 함께 발표한 '질서있는 조기 퇴진' 방안을 포함한 것이다. 김 의장은 "현재도 대통령은 총리 대행으로 정부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여당 '정국 안정화TF'는 이날 한 대표에게 '2월 퇴진·4월 대선', '3월 퇴진·5월 대선' 2개 방안을 보고했다.
친윤(親윤석열)계는 대통령 임기단축 개헌론에 무게를 뒀지만, 친한(親한동훈)계에선 윤 대통령 사법 방어를 사실상 내려놨다.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 총리가 권한 대행할 수 있는 헌법 71조도 주목하고 있다. 한 대표는 이날 당 차원의 '비상계엄 수사 특검법' 발의를 원내에 제안했다.
국회 본회의에 민주당 주도로 상정된 내란죄 상설특검 수사요구안에 재석의원 287명 중 209명이 찬성, 62명이 반대했는데 여당 찬성표 22명과 기권표 14명이 친한으로 분류된다. 윤 대통령이 내란 수사로 구속될 경우 '사고'로 인한 대행체제에 들어가되, '궐위' 시점은 탄핵·퇴진계획에 따라 달리 하자는 주장이 나올 수 있어 보인다.
반면 민주당은 '매주 탄핵 표결' 압박을 하는 동시에 국민의힘과 이견 충돌을 빚을 때마다 '내란 프레임'으로 포위하고 있다. 민주당 주도의 '내란범죄 혐의자 신속체포 요구안'도 본회의에 상정, 가결됐는데 재석 288명 중 찬성 191명에 반대 94명·기권 3명으로 상설특검 수사요구안과 분포가 판이했다. 여당에선 김예지·김상욱 의원만이 찬성했다.
여당 TF의 '2~3월 하야·4~5월 대선' 검토설에도 냉랭하다. 민주당은 원내 논평으로 "내란수괴 대통령과 한몸인 여당"이라며 "국민은 계엄 청구서로 고통받는데 한가하게 대선 날짜 정한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도 기자들과 만나 "중대범죄자를 그때(상반기)까지 (대통령)지위에 놔두겠단 걸 국민이 과연 동의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날 본회의에서 사상 초유로 4조1000억원 '야당 단독 감액'한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키기에 앞서 "증액이 필요한 부분은 추후 추경(추가경정예산) 등의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박찬대 원내대표)고 장담하기도 했다. 조기 대선으로 정권을 잡고 '예산 편성권'을 가져올 수 있다는 '자신감'을 과시한 맥락으로 풀이된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성남FC 뇌물' 관련 1심 속행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열린 당 비상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