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싸이월드'만의 감성에 현대 사용 경험 접목
3PB 방대한 추억 데이터 현대화..."과거 인력과 협력"
마이홈·클럽 등 기능 갖춰...개인 공간, 커뮤니티 제공
싸이월드가 두 번째 부활을 꾀한다. '싸이월드 2.0' 이후 서비스를 닫은 싸이월드가 내년 하반기 다시 돌아온다.
싸이커뮤니케이션즈는 11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내년 정식으로 출시할 싸이월드 서비스의 방향을 소개했다.
싸이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제트로부터 싸이월드 사업권과 데이터를 인수받고 별도로 설립된 기업으로, 함영철 투바이트 대표가 대표직을 맡았다. 함 대표는 다음, 넥슨, 펄어비스 등 IT와 게임 업계에 몸을 담은 인물이다.
싸이월드는 1999년 시작한 서비스로 2000년대에 열풍을 일으켰지만 모바일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용자가 이탈했고 2019년 서비스를 종료했다.
2022년 서비스를 재개한 싸이월드 2.0은 서비스 오픈 후 많은 이들이 '추억'을 되살리기 위해 찾았지만, 코인 사업을 영위하며 논란을 빚었고 성과가 없었다. 3160만 명의 회원 수와 3PB(페타바이트)라는 방대한 추억 데이터를 갖고 있음에도 두 번의 사업 철수라는 아픔을 겪었다. 싸이커뮤니케이션즈는 싸이월드 2.0이 실패했음에도 다시 도전하는 이유로, '본디'의 글로벌 흥행에서 싸이월드 감성의 가능성을 엿봤다고 했다.
함 대표는 "메타드림이 론칭한 메타버스 기반 소셜 플랫폼 '본디'는 2022년 론칭 이후 1020세대를 중심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싸이월드' 감성이 통한 것"이라며 "싸이월드는 2022년 부활 소식에 당일 접속 수가 900만건을 돌파했고,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가 390만을 기록하는 등 돈주고 살 수 없는 브랜드 파워를 갖고 있다"고 밝혔다.
싸이커뮤니케이션즈는 SNS의 본질에 접근하고 싸이월드의 감성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만들겠다며 과거의 데이터를 현대화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했다. 2000년대의 오래된 파일 확장자를 현대식으로 바꾸고 있다. 이를 위해 과거 싸이월드를 개발했던 이들이 함께 머리를 맞댄다.
함영철 대표는 "싸이월드를 SK컴즈 시절부터 2017년까지 싸이월드의 메인 기획자, 서버 담당자 등과 연락을 했고, 적극적으로 도와주겠다고 했다. 파일 구조 등을 상세히 전달받는 등 협조를 통해 복원 작업이 수월해질 것"고 말했다.
이날 발표에 따르면 새로운 싸이월드는 개인의 기록과 유의미한 교류를 중점으로 만들어진 '마이홈', '클럽'을 주요 기능으로 갖춘다. '마이홈'은 앱 첫 화면이자 사용자의 개인 공간으로 사진, 글을 쉽게 작성 및 관리할 수 있고, '클럽'은 커뮤니티로 게시글이 아닌 채팅 중심으로 운영된다.
싸이월드의 정체성이자 상징이었던 '미니미'는 기존 도트 디자인에서 3D 비주얼로 제작된다. 기존의 PC 서비스에서 미니홈피에 접속하는 감성보다는 SNS의 문법으로 자리잡은 모바일 사용자인터페이스·경험(UI·UX)를 따라간다.
이 기능을 중심으로 과거 싸이월드에서 활발히 활동한 이들과 1020세대를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구와 신을 모두 잡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2001년부터 2019년까지 쌓인 각종 데이터를 복원하고 과거 감성을 살리면서 현재의 사용성에 맞게 재탄생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함 대표는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 익숙한 1020세대는 싸이월드의 이름만 들어봤을 것이다. 이들이 충분히 쉽게 누릴 수 있는 사용성을 갖춰야 한다"며 "국민적 브랜드 파워에 힘입어 따뜻하고 감성적인 소셜미디어(SNS)로 포지셔닝하겠다. 개방적인 외국 SNS와 달리 내가 아는 이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현재 대부분의 SNS는 개방적인 성격이 강해 타인의 콘텐츠나 광고 콘텐츠에 노출되는 피로도가 높은 상황이다. 싸이월드는 공개적인 것보다는 나와 취미가 유사한 이들이나, 가까운 이들과 소통하는 좁은 인간관계를 지향하는 SNS로 자리 잡을 계획이다. 이러한 방향성은 SNS 이용자 패턴 변화가 주효했다.
정규현 CMO는 "행동 패턴이 정성 정량화된 자료는 없지만, 과거 내리막이었던 블로그가 다시 떠오르고 있고, 페이스북은 성장 정체를 겪고 있다. 많은 이들이 본인 프로필 등을 공개하고 본인의 피드와 상관없는 이들의 글과 광고가 뜨는 것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용자 패턴이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는 넓고 얕았다면 지금은 깊고 좁게 변했다고 감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유진 CPO는 "싸이월드 2.0이 론칭 첫 달 MAU 400만을 달성한만큼 서비스 유입량은 다른 SNS를 따라갈 수 있다고 보고 있다"며 "과거의 추억을 느끼기 위해 일회성, 단발성으로 다녀가는 것이 아니라 싸이월드 안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 연결고리를 준비하고 있으며 과거 이용자와 신규 이용자 모두를 사로잡을 수 있도록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이를 위해 싸이월드는 내년 하반기 론칭 이후 2026년부터 게임 플랫폼으로 진화한다는 구상이다. 넷플릭스, 페이스북, 텔레그램 등의 게임 사업처럼 구상 중이다.
함 대표는 "싸이월드를 론칭한 뒤 게임 플랫폼 등으로 확장하는 것이 수월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게임 사업은 넷플릭스와 같이 카테고리로 제공하는 방식과 유사할 것"이라며 "1020세대에게 인기 있는 숏폼 플랫폼도 고민 중이다. 유튜브, 틱톡, 인스타에 비해 경쟁력이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하며 숏폼 드라마 등 버티컬 숏폼 콘텐츠를 가닥으로 잡고 있다. 구체적인 계획은 추후 수립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글·사진=김영욱기자 wook95@dt.co.kr
함영철 싸이커뮤니케이션즈 대표가 11일 서울 중구 페럼타워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싸이월드의 방향성을 소개하고 있다. 김영욱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