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으로 보급형 EV 대세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부정적 요소 산재
전기차 보조금 폐지 등 부정적 요소 산재
11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10월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신규 등록된 전기차는 483만5000대로 전년 동기 대비 5.6% 증가했다. 그중 현대자동차·기아는 4.4% 감소한 45만대를 판매해 테슬라, 폭스바겐그룹 다음 3위에 자리했다.
글로벌 전기차 판매는 각국 보조금 축소, 전기차 캐즘 등으로 2022년부터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 KAMA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전년 대비 성장세는 2021년 113.0%, 2022년 61.2%, 2023년 25.8%로 점차 둔화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저렴한 가격의 전기차를 선보이자 글로벌 완성차 업체는 보급형 전기차 출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스텔란티스는 중국 전기차 업체 립모터와 손잡고 2만유로(약 3000만원) 미만의 소형 전기차 T03를 출시했다. 폭스바겐도 내년 말께 2만5000유로 이하의 보급형 전기차 ID.2를 선보일 계획이다. 기아도 EV5, EV3에 이어 내년 EV4를 출시하며 보급형 전기차 라인업을 강화한다.
전 세계에서 더 싼 전기차를 선보이기에 급급하지만 현대차는 오히려 플래그십 전기차를 전면에 내세운다. 내년 현대차의 가장 큰 기대작인 아이오닉 9은 대형 전기 SUV로 기아의 EV9보다 배터리 용량과 차체 모두 큰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아이오닉 9이 당장 의미 있는 판매량을 가져가긴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EV9의 사례를 참고해 국내보단 북미, 유럽 시장을 겨냥할 것으로 보이지만 미국의 경우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전기차 보조금 폐지와 내연기관차 규제 완화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져 판매에 악영향이 우려된다. 유럽도 이산화탄소 배출기준은 강화되지만 각국이 전기차 보조금을 축소하거나 폐기하고 있으며, 전기차 전환 속도가 조절되고 있는 점도 부정적이다.
현대차의 전용 전기차 브랜드인 아이오닉의 보급형 전기차를 기대하고 있으나 구체적인 출시 계획이 들리지 않아 아쉽다는 반응도 있다. 현대차는 올 하반기 보급형 전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을 출시해 국내·외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내연기관차 기반 보급형 전기차 출시가 성공적이었기에 전용 전기차에 대한 기대감도 올라간 것으로 풀이된다.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전기차 리더십을 강화하기 위해 플래그십 전기차 전략을 택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 제외, 현대차그룹 대중 브랜드에서 플래그십 전기차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건 지난해 기아가 선보인 EV9이다. EV9은 세계 유수 어워드에서 잇따라 수상하며 성능과 디자인 등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 맏형 격인 현대차가 리더십 확보를 위해 플래그십 전기차 아이오닉 9에 더 힘을 준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아이오닉 9이 세계 최초 공개 장소로도 미드센추리 모던 양식을 대표하는 건축물인 미 로스앤젤레스(LA)의 골드스테인 하우스를 택해 아이오닉 9에 대한 프리미엄과 진취적인 비전을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 가장 주목받는 신차로 현대차의 아이오닉 9이 꼽히는 등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전기차 시장에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고 현대차의 전동화 리더십을 강화하는 대표 모델로 선보이는 것이기에 판매량에 대한 현대차의 부담감과 기대감이 모두 클 것"이라고 말했다.
임주희기자 ju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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