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업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이후 여야 대립이 극심해지면서 반도체특별법 등 관련 법안 통과 시기가 내년으로 밀릴 가능성이 높아졌다. 국회 상임위에서 반도체특별법·AI 기본법이 통과될 것으로 기대됐으나, 탄핵 정국 여파로 소위조차 열리지 않았다.
당초 두 법안은 각각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를 거쳐 9일 국회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둔 상황이었다. 하지만 비상계엄 파문으로 상임위원회가 마비되며, 법안 통과가 사실상 내년으로 미뤄졌다.
반도체특별법은 미국과 대만, 중국, 일본처럼 국내 반도체 기업에 대해 보조금을 직접적으로 지원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근로자 주 52시간 근무 적용이 제외되고 추가 보조금을 지원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는 반도체업계가 요구해 온 필수 현안 과제 중 하나다.
김정회 반도체협회 부회장은 지난달 '반도체협회 초청 고용노동부 간담회'를 통해 "52시간 근무제도 예외 적용이나 탄력적 근로시간제, 선택적 근로시간제 등이 있지만 틀이 정해져 있어 유연성을 발휘하기 힘들다"며 반도체특별법 통과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한 바 있다.
반도체 학계에선 첨단 반도체 개발 시기에 맞게 보조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대규모 정부 지원을 앞세운 후발 기업들과의 격차가 크게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일본은 지난달 말 10조엔(95조원)을 지원하는 종합경제대책을 발표했다. 중국도 최근 역대 최대 규모인 64조원의 반도체 투자기금 '빅펀드'를 조성한 상태다.
반도체 공장의 전력 공급을 책임질 전력망 확충 특별법(전력망법)도 언제 논의가 재개될지 불명확해졌다. 이 법은 반도체 설비에 필요한 전력 공급 인허가 절차 간소화, 주민 수용성 제고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참여 중인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10기가와트(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한데 이 법의 통과가 늦어지면 조성 시기가 그만큼 지연될 수 있다.
AI 기본법 통과 불발도 아쉬운 대목이다. AI 기본법은 정부가 AI 산업의 발전을 지원할 근거와 기준을 명시하고 이 산업의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기본 사항을 규정한 내용이 담겼다. 국가 AI 위원회 법적 근거 신설과 데이터센터 관련 시책 추진 등이 포함됐다.
특히 앞서 제정된 유럽연합(EU)의 AI 법과 달리 '고위험 AI'라는 용어를 '고영향 AI'로 대체해 산업계 우려를 줄인 것도 특징이다. 국내에선 'AI 규제샌드박스'와 'AI 설명 요구권' 등을 통해 산업 진흥과 사용자 보호의 균형을 보완했다.
시스템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특별법 통과 지연으로 연구개발을 위한 인력 채용 시기를 다소 늦춰야 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순원기자 ssu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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