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2선 후퇴를 시사했지만 공직자 임면권을 행사했다. 정치권에서는 2선 후퇴가 맞느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윤 대통령은 전날 담화를 통해 "제 임기 문제를 포함해 앞으로의 정국 안정 방안은 우리 당에 일임하겠다"며 "향후 국정 운영은 우리 당과 정부가 함께 책임지고 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정 운영에서 손을 떼고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여기서부터 위헌 논란이 제기됐다. 헌법 71조는 '대통령이 궐위되거나 사고로 인해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국무총리, 법률이 정한 국무위원 순서로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선 대통령직을 유지한 상황에서 권한을 위임하는 자체가 헌법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다음날엔 2선 후퇴와 관련한 논란이 일었다. 행정안전부는 8일 "이상민 장관이 사의를 표명했고 그 사의가 수용되어 입장문을 보낸다"고 공지했고, 이후 윤 대통령이 이 장관 사의를 재가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국무위원의 임면권자는 대통령이기 때문에 그 절차를 밟았다는 의미다.
국정에서 손을 떼고 칩거 중인 윤 대통령이 하루 만에 임면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논란이 일었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내란 혐의를 받는 대통령 윤석열이 여전히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방증"이라며 "'윤 대통령이 사실상 직무 배제될 것'이라고 한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동훈 대표는 "임명이 아니고 사퇴 문제니까 적극적인 직무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안전을 담당하는 워낙 중요한 자리라 장관을 비워둘 수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며 "체제 안정을 위해 빨리 수용한 것 같다"고 전했다.
이날 오후 국가정보원도 홍장원 전 1차장의 후임으로 오호룡 특별보좌관이 지난 6일 임명됐다고 밝혔다.
국정원 1차장은 차관급 공무원이다. 통상 대통령실은 장·차관급 인사의 임면에 대해 공식 공지를 내왔지만, 이날은 행안부와 국정원이 이를 공지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실의 기능이 마비되면서 빚어진 상황으로 풀이된다. 윤 대통령이 법적 권한을 그대로 유지 중인 탓에 사실상 2선 후퇴 상황에 있음에도 대통령으로서 권한을 행사해야 하는 딜레마가 빚어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대통령의 2선 후퇴는 법적 개념이 아니라, 일종의 정치적인 선언이기 때문에 권한 행사에 법적 제한은 없다. '2선 후퇴'와 '대통령 권한 유지'라는 인식의 괴리가 언제든지 이번과 같은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