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우리나라 전체 주식시장 시가총액은 2249조3337억원으로 비상계엄 선포 날인 3일 2393조8422억원에서 1주일새 144조5085억원이 줄었다.
지난 3일 2500을 간신히 회복했던 코스피 지수는 이날 2360.58까지 5.5% 빠졌고, 코스닥은 9.2% 빠지며 지난 코로나 팬데믹 시절 최악 수준의 주가로 돌아갔다.
금융당국이 10조원 규모의 증시안정펀드와 40조원에 달하는 채권시장안정펀드 등 시장안정조치를 지속하고 시장이 안정화될 때까지 유동성을 무제한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불안감에 떠나기 시작한 투심을 잡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결국 현 상황을 진정시키기 위해서는 불확실한 정치 상황을 먼저 해소해야 한다고 봤다. 이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자국우선주의 정책 등이 선반영되며 증시의 펀더멘털(기본체력)이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황에서, 추가 악재에 예민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신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는 "연말까지 금융시장 변동성 장세 반복이 불가피하다"며 "주식, 채권, 외환 '트리플 약세'의 추세 전환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당선인 취임을 앞두고 대외 불확실성 압력이 높아졌고, 대내 경기 위축에 따른 펀더멘털 우려와 한은 금리로 인한 외환시장 불안 요인도 여전히 유효하다"고 평가했다.
신한투자증권은 코스피 지수 전망을 2300~2600로 내놨지만, 지수 하향세는 장기화할 것으로 봤다. 최악의 경우에는 코스피 지수가 2200까지도 내릴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해외에서도 국내 증시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을 내놓고 있다. 삭소 캐피털마켓츠의 차루 차나나 전략가는 "최근의 정치적 위기를 고려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더 오래 갈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
이 같은 투심 위축이 환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정족수 미달로 무산된 뒤 사태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증가하며 원화 가치는 더 빠르게 떨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장 대비 17.8원 오른 1437원에 마감했다.
오재영 KB증권 연구원은 "정치적 리스크가 직접적으로 경기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이고, 환율에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제한적이지만 외국인 자금 이탈 등 유동성 움직임을 통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특히 트럼프 당선 이후 국내에 대한 투자 심리가 위축되며 외국인 자금 이탈이 지속되고 환율이 1400원대에 고착된 현 상황에서 이러한 정치적 리스크가 더욱 부각되고 있다"며 "과거에도 굵직한 정치적 이벤트 발생 영향이 3~6개월간 지속된 점을 고려하면 금융시장과 환율 변동성 모두 향후 사태의 추가 확대와 장기화 여부가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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