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R&D 예산 815억 뚝
AI·반도체·우주 분야도 빨간불
항우연 등 기관장 인선도 먹구름
AI·반도체·우주 분야도 빨간불
항우연 등 기관장 인선도 먹구름
탄핵정국에 접어들면서 과학기술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 주요 정책과 입법 추진이 사실상 올스톱되면서 당분간 표류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요국들은 글로벌 기술패권 선점을 위해 속도를 높이는 반면 우리나라는 비상계엄 사태와 탄핵정국이라는 국가적 쓰나미 재앙에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는 형국이다. 과학계에선 시급하고 실현 가능한 정책의 최우선 추진과 글로벌 과학기술계의 신뢰 확보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지난 12·3 비상계엄 선포·해제, 탄핵소추안 부결 등 요동치는 국내 정세 속에 국가 과학기술 근간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당장 정부 R&D 예산 확보에 차질이 예상된다. 야당 주도로 감액된 내년도 정부 예산안 중 R&D 예산은 당초 정부안보다 815억원 가량이 줄었다. 특히 민관 합작 선진원자로 수출기반 구축사업은 정부안(70억원) 중 63억원이 삭감된 7억원이 배정돼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투명하다. 과학계에선 올해 삭감된 정부 R&D 예산이 복원되면서 내년 30조원을 넘길 것으로 기대했지만, 정부안보다 삭감될 처지에 놓여 미래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R&D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3대 게임체인저 기술인 AI·반도체, 첨단바이오, 양자 이니셔티브 추진뿐 아니라 윤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역점 추진했던 우주분야도 난항이 감지된다. 대통령이 위원장을 맡기로 한 국가AI위원회, 국가우주위원회, 국가바이오위원회는 공식 활동을 접어야 할 판이다. 특히 오는 12일 예정됐던 국가바이오위원회 출범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달 말 개최될 것으로 알려진 국가우주위원회가 제때 열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번 회의에는 대통령이 참석해 차세대발사체 개발계획과 달 착륙선 계획 등 주요 사안을 다룰 예정이었다. 우주청은 "공식적으로 정해진 게 없다"는 입장이다. 대통령과 부처 리더십에 커다란 공백이 생기면서 뉴스페이스 관련 국가 우주개발 정책은 추동력을 잃어 한 발짝도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정부가 올해 역점 사업으로 본격 추진하려던 글로벌 R&D 협력 역시 시작도 하기 전에 공염불 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2조2000억원을 들여 글로벌 선도과 국제공동연구를 통한 글로벌 과학기술 연대·협력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탄핵정국으로 대한민국에 대한 불확실성과 국가 신뢰도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당초 계획대로 글로벌 협력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요원하다.
과학계의 기관장 인선도 탄핵정국 여파로 멈춰섰다. 우주항공청 소관 연구기관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한국천문연구원을 비롯해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소관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철도기술연구원 등의 차기 원장 선임이 불투명해졌다. 여기에 과기정통부 직할기관인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기초과학연구원(IBS),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 한국뇌연구원 등도 기관장 공모에 제동이 걸렸다.
이와 함께 정부출연연구기관 공공기관 해제 이후 후속조치 관련 법률 및 시행령 개정이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국가 과학기술 정책 전반에 짙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고 있다.
이덕환 서강대 명예교수는 "대통령의 R&D 카르텔 발언 이후 흔들렸던 과학계는 탄핵정국과 함께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재앙 수준의 위기를 맞고 있다"며 "엄중한 상황에 대한 깊은 인식과 우리가 어떤 일부터 할 수 있는지 정확한 진단과 분석을 통해 실현가능한 정책부터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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