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계엄 사태에 이어 탄핵소추 불발 사태로 여론이 들끓으면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간신히 회복하고 있는 한국 관광시장에 찬바람이 불고 있다. 정부가 한국 여행과 치안 등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국내외 알리고 있으나 고위직 외빈의 방한이 줄줄이 취소되고 있고, 특급호텔 예약 취소도 이어지고 있다.
8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장미란 문체부 제2차관은 지난 6일 한국관광공사, 관광업계 등이 참석하는 관광분야 현안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애로사항을 청취한 뒤 현장의 건의사항을 수렴했다.
문체부는 앞서 지난 5일 한국관광공사와 관광협회중앙회, 한국여행업협회, 한국호텔업협회, 한국MICE협회, 한국PCO협회 등 관광업계에 한국 정부의 조치현황과 입장을 안내하는 공문을 전달하기도 했다.
문체부는 주한 공관에도 외교 공한을 보내 "현재 대한민국의 일상생활이 변함없이 유지되고 있고, 관광·경제 활동 등에 영향이 없으므로 한국에 대한 여행 경보 조정 등의 조치는 불필요하다"면서 "한국의 주요 관광지는 평소와 다름없이 정상 운영 중이라는 상황을 관련 업계와 방문 예정자들에게 전파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럼에도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불안감안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최근 전문 여행사를 통해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던 사우디아라비아 왕자 일행이 비상계엄 사태 이후 여행을 취소했고, 지난 4일 한국에서 열린 '한·스웨덴 전략산업 서밋'에 참석하기로 했던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도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동맹·파트너십을 강화하는 목적의 인도태평양 방문 일정에 한국을 건너뛰고 일본만 방문한다고 미 국방부가 밝히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국방장관도 방한을 취소했다.
호텔·여행사로는 한국여행을 취소하려는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전언이다. 서울의 한 특급호텔에선 계엄 사태 직후 10건가량 예약이 취소됐고, 또 다른 호텔에서는 연말 예정된 연회의 5% 가량이 취소됐다.
영국 외무부는 자국민에게 "광화문과 대통령실이 있는 삼각지, 국회 인근 여의도 일대에서 시위가 예상된다"고 주의를 당부했고, 전쟁 중인 이스라엘 외무부도 "한국 방문 필요성을 재검토하라"고 권고했다.
태국에서는 원화 환전을 거부하는 돌발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태국의 한 환전소가 '한국의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일시적으로 한국 돈을 받지 않는다'는 공지를 붙여놓은 사진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번졌다.
문체부 측은 "정부는 관광객의 안전과 편의를 지키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고, 외국인 관광객이 한국 여행과 관련해 안내나 통역, 불편 신고 등 상담이 필요한 경우 '관광통역안내전화 1330' 서비스를 이용하도록 안내했다"며 "여행·관광 관련 협회와 업계에서 관광객 유치 및 관리 등과 관련한 어려움이나 건의 사항이 있으면 필요한 조처를 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미경기자 the13ook@dt.co.kr
지난 5일 오후 인천공항 제2터미널 입국장 모습. 연합뉴스
4일(현지시간)자 영국 런던의 한 상점 신문 가판대에 한국의 비상계엄 사태를 다룬 영국 신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