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주 코스피 지수는 전주 대비 27.75포인트(1.13%) 내린 2428.16으로 마감했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이후 어렵게 되찾았던 2500선을 빠르게 내준 뒤, 약세를 이어갔다.
계엄령이 빠르게 해제되고 금융당국이 '무제한 유동성 공급' 등으로 대응하며 증시 충격은 제한됐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의 이탈 행렬은 막지 못했다.
지난주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는 5740억원을 순매도하며 연속 순매도 기록을 15주로 늘렸다. 계엄 전 5000억원 이상 순매수한 영향에 전체 규모는 줄었지만, 계엄 이후 3거래일간 1조원 넘게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갔다.
외국인 이탈 행렬에 금융업종이 직격탄을 맞았다. 1주일새 금융업종에서의 외국인 순매도 규모만 7000억원을 상회했다. 그동안 꾸준히 약세를 보이던 코스피 시장이 급격하게 무너지며 국내 상장된 3개 종목 중 하나가 52주 신저가를 경신하기도 했다.
기관이 자금을 대거 투입하며 계엄사태는 버텼지만,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 부결로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이번 주 외국인 탈출이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재차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탄핵 정국 장기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한 시장 전문가는 "한국 경제 전반적인 펀더멘털이 위축되고 있는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증대됨에 따라 해당 이슈를 크게 받는 금융, 엔터, 방산, 원전 테마를 중심으로 하락세가 야기되고 증시 전반의 낙폭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높아진 환율도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429원까지 치솟았다. 계엄 당일 1440원을 넘은 뒤 다소 진정세를 보이고 있지만, 계엄 전 1400원대보다 크게 높아진 레벨이다.
외환 당국이 시장 안정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그럼에도 환율 급등을 막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국의 시장 개입 여부는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지만, 지난 3일 등에 환율이 급등할 때는 적극 방어에 나선 것으로 추정됐다.
지난 6일에도 탄핵정국과 관련해서 환율이 갑자기 1429.2원까지 치솟았다가 당국 추정 물량이 나오자 상승 폭이 줄었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엄 사태가 당장 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크지 않아 보일 수 있지만, 앞으로 이어질 정치적 불확실성은 원화 자산과 신인도에 중장기적으로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남석기자 kn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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