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은행 8곳 평균 1.8%로 집계
씨티 1.6%·JP모건 1.7% 등 제시
정치권, 불확실성 해소 고민 필요
씨티 1.6%·JP모건 1.7% 등 제시
정치권, 불확실성 해소 고민 필요
![[기획] 한국 경제 모멘텀 실종… 해외 IB도 성장률 줄하향](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602100363033001[1].jpg "[기획] 한국 경제 모멘텀 실종… 해외 IB도 성장률 줄하향")
한국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대외 불확실성 확대, 내수 부진 리스크로 먹구름이 낀 상황에 정치적 불안정성까지 고조됐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내년 한국 국내 성장률 전망을 줄줄이 하향조정하면서 우리 경제가 설상가상 위기에 몰렸단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투자자가 대규모 순매도에 나서자 이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질서있는 정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기획] 한국 경제 모멘텀 실종… 해외 IB도 성장률 줄하향](http://contents.dt.co.kr/images/202412/2024120602100363033001[2].jpg "[기획] 한국 경제 모멘텀 실종… 해외 IB도 성장률 줄하향")
5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최근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한 8개 IB의 평균치는 지난달 말 기준 1.8%로 집계됐다.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p) 하락했다.
골드만삭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2.2%에서 1.8%로 낮췄다. UBS는 2.1%에서 1.9%로, 노무라는 1.9%에서 1.7%로, JP모건은 1.8%에서 1.7%로 전망치를 각각 하향 조정했다. 바클리는 1.8%, HSBC는 1.9%를 유지했다.
특히 씨티은행의 보고서가 주목받고 있다. 씨티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 중반대(1.6%)로 제시했다. 지난 10월 말 1.8%에서 0.2%p 하향 조정한 수치다. 씨티는 내년 전망치를 지난 3월 말 1.6%에서 4월 말 1.8%로 한 차례 높였다가 7개월여 만에 다시 1.6%로 원상복구했다. 내후년 전망치도 기존 1.7%에서 1.6%로 낮췄다.
한 달 전만 해도 골드만삭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 UBS 등이 2%대 전망치를 내놨지만, 모두 1% 중후반대로 전망을 바꾼 것이다. 이들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평균도 한달 새 2.3%에서 2.2%로 낮아졌다.
앞서 한국은행도 지난달 "미국 신정부의 경제정책 향방에 따른 경기와 인플레이션의 불확실성이 증대됐다"며 내년과 내후년 성장률 전망치를 1.9%와 1.8%로 제시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외국인 투자자를 안심시킬 수 있는 정치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사태의 경제 파장을 최대한 줄이려면 정치적 갈등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조기에 수습하고, 해외 투자자들에게 밸류업이나 구조개혁 등 한국 경제에 매력을 더하는 정책들이 일관되게 추진된다는 사실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이미 경제 모멘텀이 필요한 상황에 비상계엄 사태가 발생하면서 국내 경제가 더 불안정해졌다. 여러가지 불확실성이 겹치며 외국인 투자자들이 대거 주식시장을 빠져나가고 있다. 변수가 많으면 외국인들은 쉽게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며 "경제가 정치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지만 쉽지 않은 구조다. 이에 금융당국뿐만 아니라 정치계에서도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사라질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해야할 시점이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가 신인도 영향은 아직까지 크게 나타나지 않지만 정치 이슈가 길어지면 장기적으로 봤을 때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외국 투자은행들도 우리나라 증시가 정치 리스크 영향에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이날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탄핵 절차는 경제 정책의 높은 불확실성을 초래했다"며 "밸류에이션이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재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폭제가 나타날 때까지 낮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리포트에서 '정치권의 대응'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S&P는 "한국의 비상계엄 선포와 신속한 해제는 신용등급 'AA' 수준의 주권 국가에서 예상하기 힘든 일"이라며 "하룻밤 사이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투자자들에게 정치적 안정성에 대한 인식을 약화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해 해외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국내에선 정치 상황을 계속 봐왔기에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짐작이라도 하지만 해외에선 정말 쇼크(충격)가 온 것이라 제 전화기, 이메일로 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질문이 왔다"고 전했다.
이 총재는 평소에도 로렌스 서머스 전 미국 재무장관, IMF(국제통화기금) 수석 이코노미스트를 역임한 올리비에 블랑샤르 MIT 명예교수,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등 친분이 두터운 세계 경제·금융 대가·석학들과 활발히 소통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2년 자금 경색이 심각했던 '레고랜드 사태' 당시에도 이 총재는 "지인들과 매일 새벽까지 국제 전화로 관련 의견을 나누느라 잠이 부족하다"고 고충을 토로하곤 했다.
하지만 이 총재는 이번 계엄 사태 자체에 대한 해외의 큰 관심 또는 걱정이 곧바로 한국 경제의 대외 신인도 타격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내다봤다.
주형연기자 jh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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