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국민건강 통계 만드는 질병청…"일주일에 2~3일은 집 못 가지만, 뿌듯해요"

입력: 2024-11-03 09:46 이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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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건강영양조사 현장 가보니
4팀서 192곳 돌며 4800가구, 약 1만명 조사
팀당 검진버스 2대, 의사·간호사 등 11명 배치
35만원 상당 검진에도…"조사 모르는 국민 많아"
WHO 제공 통계인데…휠체어 탄 국민 '조사 배제'

"지역 조사를 나가면 일주일에 2~3일은 집에 못 들어가지만, 언론을 통해 알려지는 국민건강 상태가 우리가 조사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만들어진다는 걸 생각하면 보람되고 뿌듯해요."

지난달 31일 서울 성북구 정릉동 인근 질병관리청 국민건강영양조사 현장에서 만난 이민아 기술연구원(팀장)은 이같이 말했다. 이날 조사에는 검진 버스 2대와 11명의 의사·간호사·영양사들이 배치됐다.

건강영양조사는 체계적으로 이뤄졌다. 버스에 오른 뒤 안내를 받아 접수를 마치고, 검진 복장으로 환복했다. 이후 골밀도, 폐 기능, 혈액 검사를 진행하는 데 20분 정도가 걸렸다. 대기자 없이 순조로웠다.

조사원들은 '베테랑'이었다. 바쁜 직장인, 출근해야 하는 학생들을 위해 검사 순서를 조정, 신속히 검사를 진행하면서도, 잊은 검진 항목은 없는지 꼼꼼히 체크했다.

이들은 오전 6시 30분부터 검진을 시작한다. 조사 대상으로 선정된 국민이 출근·등교 전 검진을 받게 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방식으로 192개 조사구를 돈다. 총 4개 팀인 점을 감안하면 1팀당 1년에 48곳, 일주일에 적어도 한 곳을 방문해야 연내 조사를 마칠 수 있다.

이 팀장은 "지역으로 출장을 나가면 2박 3일을 나간다"며 "이른 오전부터 검진을 시작하다 보니, 퇴근 후 집에 가는 건 힘들고 보통 숙소를 잡고 일을 한다"고 설명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받는 검진을 비용으로 환산하면 약 35만원 정도다. 더욱이 조사를 마치면, 4만원 상당의 온누리상품권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참여율은 70% 수준이다.

정말 바빠서 조사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광고나 스팸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질병청 측 설명이다. 더욱이 젊을수록 검진을 '귀찮은 일'이라고 생각하는 경향도 참여율에 영향을 미쳤다.

이 팀장은 "10년이 넘도록 조사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건강영양조사를 모르는 분들이 많다"며 "많은 국민들이 우리 조사를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다만, 이들의 근무 환경은 다소 열악해 보였다. 장소 섭외부터 1만명의 조사 대상 섭외도 모두 40명가량의 조사원이 직접 수행하고 있었다. 거동이 불편한 경우 검진을 받을 수 없는 열악한 조사 환경도 문제다. 휠체어를 탄 사람도 조사 대상에서 제외되는 실정이었다.

국민건강영양조사를 받으면 비만·고혈압·당뇨·이상지질혈증·간염 등 건강 상태뿐만 아니라, 흡연·음주·신체활동 등 건강행태까지 확인할 수 있다. 평소에 신경 쓰기 어려운 끼니별 결식, 외식 빈도, 식품 및 영양소 섭취량 확인도 전문가 상담을 통해 가능하다.

조사 결과는 건강증진 및 만성질환 예방관리 정책의 효과 모니터링 지표로 산출·활용된다. 세계보건기구(WHO),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 국제기구에서 요구하는 국가비교 보건지표로도 제공된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