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가 이번 정기국회에서 반도체 특별법과 금융투자소득세·단말기유통법 폐지 등 5개 분야 주요 민생 입법 과제를 중점적으로 추진한다. 윤석열 정부 임기가 다음 달 반환점을 맞는 만큼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를 내겠다는 구상이다.
당정은 29일 국회에서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협의회'를 열었다.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대표와 추경호 원내대표, 김상훈 정책위의장 등 지도부가 참석했으며 정부에서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등이 자리했다.
이들은 22대 첫 정기국회에서 처리할 민생 입법과제를 △미래 먹거리 산업 △국민의 일상생활 △ 저출생 △국민 안전 △지역 균형 발전 5개 분야로 나눴다. 각 분야별로 국회를 통과할 주요 법안들을 추렸다.
미래 먹거리 산업의 경우 반도체, 인공지능(AI) 등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법안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반도체산업강화특위 설치 등 반도체 기술 초격차 확보를 위한 전략적 국가 지원을 담은 '반도체산업특별법', 첨단산업에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국가기간 전력망 확충법', 국가전략기술 세액공제 특례 일몰기한을 연장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AI 산업의 진흥과 신뢰 기반을 동시에 조성하는 'AI산업육성법'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함께 '원전산업지원특별법'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법', '금투세 폐지 소득세법', '재건축·재개발특례법 및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등에도 힘을 쏟는다.
국민 부담을 덜고 민생을 회복하기 위한 주요 법안들도 선정했다. 특히 이동통신사업자 간 경쟁을 제약해 국민들의 단말기 구입 부담을 높이는 단말기유통법을 폐지한다. 열악한 환경에 직면한 위기 청년을 지원하는 '위기청년지원법', 노동약자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 및 재정지원 사업 근거를 마련하는 '노동약자지원법', 신축소형주택 취득세를 감면하는 '지방세특례법', 20년 장기 민간임대주택을 도입하는 '민간임대주택법', 필수의료 분야를 집중 지원하는 '필수지역의료격차해소법' 등도 처리하기로 뜻을 모았다.
저출생 현상이 심각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입법도 추진한다. 인구 정책 컨트롤타워로 인구전략기획부를 신설하고, 출생 위기 극복을 위한 양육 정책의 일환으로 돌봄과 보육을 일원화하는 유보통합 추진 토대 마련에 나선다. 아이 돌봄사 자격 제도를 도입하고 돌봄 서비스를 확대해 돌봄의 양과 질을 대폭 확충한다.
기술 발전에 맞춰 갈수록 심화하는 각종 위협에 대한 사회 안전망도 다시 살핀다.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하고자 예방 시책 마련을 의무화하기로 했으며, 티메프 미정산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자금 관리 제도 개선을 포함한 '전자금융거래법 및 대규모유통업법'을 처리하기로 했다. 또 묻지마 흉악범죄를 막기 위해 공중협박죄와 공공장소 흉기소지죄를 신설하고 북한 대남 오물 풍선으로 인한 피해 복구 지원 근거를 담은 민방위기본법도 마련한다.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지역균형 발전에도 집중한다. 주요 입법 과제로는 수도권 집중을 분산하고 지방 경제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산업은행 본점을 서울에서 부산으로 이전하는 '한국산업은행법', 부산 글로벌허브도시로 육성하기 위한 '부산글로벌허브도시특별법', 기회발전특구를 조성해 세제 특례를 부여하는 '지역균형투자촉진법' 등을 꼽았다. 신도시 등 광역교통시설 지연으로 인한 주민 불편을 개선하고자 광역교통도로 사업 인·허가를 단축하는 광역교통법도 추진한다.
당정은 다음 달 28일 본회의에서 이들 법안을 처리하겠다는 목표다. 무엇보다 이번 정기국회가 민생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골든타임이라는 데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쟁과 관계없이 야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방침이다. 한 대표는 "집권 1년차가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것이었고 집권 2년차가 개혁과제를 드라이브였다면 3년차부터는 정부가 추구해온 성과를 하나씩 국민들께 체감시켜드려야 한다"며 "국민의 마음은 그냥 오지 않고 우리의 정책적인 노력이 민생에서의 성과로 나타나는 것도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만 묵묵히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전날 여야 합의로 '민생공통공약추진협의체'가 출범한 만큼 이와 맞물려 민생 법안을 처리하는 국회 본연의 업무에 보다 집중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냈다. 추 원내대표는 "이제는 본격적으로 예산안과 법안을 심사하면서 민생을 위해 성과를 만들어내 가야 한다"며 "거대 야당이 정쟁에 몰두할 때도 국정에 무한책임을 지는 집권 여당으로서 민생을 지키고 미래를 키우는데 더욱 매진하겠다"고 강조했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9일 국회에서 열린 민생 입법과제 점검 당정협의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상훈 정책위의장, 추경호 원내대표, 한동훈 대표,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연합뉴스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