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부담금법 개정으로 국민·기업 부담 연 2조원 낮춰
내달초 국회 제출…'부담금 경감' 21개 법률안과 함께 정기국회 처리 추진
정부가 이른바 '그림자 세금'이라고 불리는 '부담금법'을 22년 만에 전면 개정한다. 앞서 영화표, 항공요금 등에 붙는 부담금을 대폭 손질한 데 이어, 부담금의 존속 기한을 최대 10년으로 제한했다. 주기적으로 부담금의 타당성을 점검해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낮추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29일 국무회의에서 '부담금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심의·의결했다. 부담금은 특정한 공익사업 수행을 위해 정부가 조세 외에 부과하는 금전지급 의무를 말한다. 대다수 국민이 일상에서 모르고 납부하는 경우가 많아 '그림자 세금'이라고 불린다.
정부는 부담금의 존속 기한을 의무적으로 설정하도록 개정했다.
현재는 부담금을 신설하거나 부과 대상을 확대하는 경우에 존속 기한을 두고 있지만 예외를 폭넓게 인정하고 있어 사실상 규정의 실효성이 낮았다. 개정안은 예외규정을 삭제하고, 모든 부담금에 대해 최대 10년의 존속 기한을 설정하도록 했다.
정부는 부담금의 타당성을 주기적으로 점검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부담금 분쟁의 해결을 돕는 부담금 분쟁조정위원회도 신설된다. 그동안 부당하게 부담금을 부과·징수 받은 경우 행정쟁송을 통해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있는데, 시간과 비용 부담이 크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됐다.
부담금 분쟁조정위원회가 신설되면 심사 조정을 거쳐 행정쟁송 이전에도 신속한 권리구제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앞서 정부는 지난 3월 '부담금 정비 관리 및 관리체계 강화 방안'을 발표해 32개 부담금을 폐지·감면해 연간 2조원 수준의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낮추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영화관람료에 포함해 납부하는 부과금(입장권 가액 3%)을 폐지해 관람료 1만 5000원 기준 약 500원이 경감되고, 항공요금에 포함된 출국납부금 4000원 인하 등 대다수 국민이 납부 사실을 모르는 8개의 부담금을 폐지·감면했다.
또 분양 가격의 0.8%(공동주택 기준)를 '학교 용지부담금'으로 걷었는데,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학교 용지부담금도 폐지하기로 했다. 분양업자로서는 연간 3600억원 수준의 부담이 줄어들게 된다.
정부는 부담금이 법령에 따라 징수하는 '준조세적 성격'임을 감안해 조세에 준하는 수준으로 원칙과 절차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8월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2002년 제정 후 20여년이 지난 '부담금관리 기본법'을 개정해 부담금 관리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부담금법에 대한 제도 정비와 함께 부담금 운영에 관한 객관적인 검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일부 부담금 폐지와 감면이 세수 결손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정부의 면밀한 운영 원칙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현동 배재대 경영학과 교수는 "부담금이 가진 기본적인 원칙에서 원인자, 수익자 부담 원칙이 있는데 관련성이 떨어지는 부담금법의 경우 개편이 필요하기도 하다"면서도 "항공요금에 포함된 부담금의 경우 국제질병퇴치기금으로 사용하는 것처럼 부담금마다 가지고 있는 취지가 다른 만큼, 부담금에 대한 충분한 정부 설명과 함께 존속 기한이 끝나도 면밀하게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강승구기자 kang@dt.co.kr
김윤상 기획재정부 2차관(오른쪽 다섯번째)이 지난 3월 정부세종청사에서 국민ㆍ기업 부담 완화를 위한 '부담금 정비 방안'에 대해 관계 부처와 함께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