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다르니까 만나는 것, 전제조건 없어야…4자 간 대화 출발 자체가 중요"
'2025년 의대 증원 철회 불가능' 김상훈 정책위의장 발언에도 "그건 기존 입장"
"野 참여로 정부 마음대로나 다수결 아냐. 조건 걸 상황 못돼" 의료계 참여호소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10일 의료계에서 주장하는 2025학년도 의대 정원(기존 연 3058명) 1509명 증원부터 백지화,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과 조규홍 장관 경질론 등을 두고 "모여서 무슨 얘기인들 못하겠나"라며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 의제로 열어뒀다.
자신은 2026학년도 의대 증원 유예를 주장하며 2025학년도 증원 철회론과 선을 그어왔지만 협의체 운용을 위해 '고집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6일 여야의정 협의체 제안과 함께 의료계·정치권에 '논의에 전제조건을 달지 말자'고 요청해온 데 이어서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0일 인천 중구 영종도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매일경제신문 주최로 열린 제25회 세계지식포럼에 참석해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한동훈 대표는 이날 오후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김상훈 당 정책위의장이 직전 간담회에서 '2025년 의대 정원의 경우 9일부터 대학 수시 모집이 진행되고 있어 수정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과 관련 "입장이 다르니까 만나서 대화하는 것"이라며 결을 달리했다.
그는 "어떤 협의체의 출범 전제조건으로 '뭐는 안된다' 이런 건 없다. 있어선 안 되고 생각이 다르니까 만나서 대화하는 거 아닌가. 제가 여러가지 이유에서 2026년 유예안을 낸 생각이 있으나, 제 생각을 고집하거나 '절대 안된다'는 것을 갖고 서로 만남이 이뤄질 순 없다"고 했다.
이어 "4자 간 대화가 출발하는 것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에서 '2025학년도 의대 증원 백지화 상태로 나서야 의료계와 대화를 시도할 수 있다고 한다'는 질문엔 "아까 민주당 입장이 나간 건 다르더라"라며 "그 얘기를 협의체 와서 하면 된다"고 답했다.
한 대표는 '2025년 의대 증원 유예는 불가능하다던 기존 입장에서 바뀌었나'란 물음엔 "저는 이 상황을 중재하려는 입장이다. 제 입장이 뭐가 중요한가. 정부 입장과 의료계 입장이 있을 것이고 중요한 건 굉장히 어려워진 이 상황(응급의료 위기)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결의 장(場)을 마련하는 게 제 몫"이라며 "대화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야당까지 들어온다. 정부 마음대로 흘러갈 수 있는 구도도 아니고 의료계가 들어와 충분히 할말을 할 수 있는 구조다. 거기에서 충분히 대화해보잔 거다. 거기에서 다수결로 정하잔 것도 아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의료계서 여러가지 생각들이 있겠지만 참여해주셔서 여기에서 한번 대화를 해주시라"고 호소했다. 자신의 중재 입장에도 의료계 상황에 변화가 없다는 지적엔 "지켜봐주시라"고 했고, '전제조건이 없다는 건 의제 제한이 없다는 말인지'란 물음에도 "당연하다"고 답했다.
또 '의료계는 2025년도 증원 철회부터 요구하는데 여당에서도 김상훈 의장이 그건 불가능하다고 계속 말한다'는 지적에 그는 "그건 기존 입장이다"라고 선 그은 뒤 "생각이 다르고 굉장히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기 때문에 이렇게 모여서 해결하자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이 10일 오후 서울 국회에서 열린 여·야·의·정협의체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사진>
한 대표는 '2025년 증원안을 무위로 돌리면 학부모와 학생에게 예상되는 피해가 크다'는 지적엔 "그런 식의 생각들이 있다"면서도 "어렵사리 만들어지는 여야의정 협의체에 들어오는 데 전제조건을 걸면 서로 입장이 굉장히 첨예하게 나뉜 상태에선 출범하기가 어려울 것"이라고 여지를 닫지 않았다.
그러면서 "여기에서 해결 못하면 어디에서 해결할 수 있겠나. 어떤 전제조건을 걸고, 의제는 이렇게 제한해야 하고 그걸로 인해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의 참여를 막아'서는 안 된다"며 "동의하지 않으시냐"고 반문했다. 장·차관 경질 논의 여부에도 "모여서 무슨 얘기인들 못하겠나"라고 했다.
그는 "저희가 (조건)내세워 '이거 아니면 안 된다' 할 정도로 상황이 그렇게(녹록지 않다). 국민이 많이 불안해하고 계시니, 빨리 신속히 여야의정 협의체가 출범해 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의료계에도 무슨 다수결로 무조건 귀속된단 것도 아니고 얘기를 시작하자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의료계 없이 여야정 협의체를 먼저 띄우자는 주장엔 "그 얘기를 제가 하는 것 자체도 어떤 참여를 제한하거나 방해될 수 있는 것 같다"며 언급을 삼갔다. 그러면서 "지금 말씀은, 우리의 의제는 하나다. '국민의 건강'. 그리고 꼭 와주셨으면 좋겠다"며 협의체 참여 '데드라인'도 걸지 않겠다고 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에 대해 전공의 대표성을 부정, 공동 논의를 거부한다는 의료계 내부 갈등에 관해선 "저희가 여러 의료 단체들에 대해 광범위하게 '참여해주십사' 요청을 드렸다"며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분들이 많이 오시면 좋겠다"고만 했다.
한 대표는 '의료계 인사들로부터 긍정적 신호를 받았는지'에 대해선 "많은 말씀을 듣고 있다"고 했고, '의료대란이 중재가 안 되면 의료개혁이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엔 "국민의 건강과 생명에 관한 것일 땐 모두가 마음을 열고 대화할 필요가 있다"며 여야의정 참여 부탁으로 갈음했다.
한 대표는 지난 2일 비공개로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응급현장을 살핀 데 이어 11일 경남 양산 부산대병원 응급실도 찾을 예정이다. 협의체 참여 제안과 연결짓는 시각에 그는 "통상적인 필요한 일정"이라며 "공개하거나 (취재진 등) 대동하거나 하지 않고 최소한으로 점검하러 간다"고 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