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간 극한 정쟁으로 얼룩진 22대 국회 첫 정기국회에서 '대정부질문 5시간 지연 개최' 촌극까지 벌어졌다.
국회는 10일 외교·통일·안보분야 국회 대정부질문 진행을 위한 본회의 개최를 오후 2시에서 7시로 미뤘다. 소관 핵심부처의 장(長)인 김용현 신임 국방부 장관과 조태열 외교부 장관 불출석을 여야 교섭단체 차원에서 허가해놓고, 사후에 야당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본회의 자체를 저녁시간대로 늦춘 것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외교통일안보 대정부질문에 출석해야 할 조태열 장관과 김용현 장관이 불출석한다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아무런 이유 없이 국회 개원식에 불참한 바 있다"며 "국무위원들은 윤 대통령을 따라 대놓고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특히 "헌정사상 이런 일이 있었나. 유신독재, 전두환 독재 때도 이러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여당은 김·조 장관이 외교부·국방부 공동주관으로 9일 개막해 80여개국이 참여하는 'REAIM(2024 인공지능의 책임있는 군사적 이용에 관한) 고위급회의' 참석을 위해 불참 양해를 받았다고 반박했다.
국민의힘 원내행정국은 "외교부의 경우 8월30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요청'을 했다. 이후 민주당은 9월3일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에 (박찬대)원내대표 직인을 찍어 양해 확인서를 외교부 측에 전달했다"며 추경호 원내대표가 뒤따라 대리출석 양해 확인했다고 밝혔다.
또 "국방부의 경우 9월5일 민주당과 국민의힘에 'REAIM 고위급 회의' 계획서와 함께 국방부 장관 임명이 될 시 대정부질문 기간 중 국무위원 대리출석 양해 상황을 선(先 )전달했다"며, 민주당이 검토 여지를 뒀었지만 "9일 대리출석 양해 확인서에 원내대표의 직인을 찍어 국방부 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추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기자들을 만나 "국무위원 출석 여부는 일찍이 (2일) 본회의를 통해 결정했고 불가피한 사유가 있을 땐 양당 교섭단체 승인, 동의를 받아 불출석한다"며 "(두 장관은) '국제행사로 불가피하게 참석하기 어렵게 됐다'고 알고 있고 양당과 국회의장 허가를 득해 불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 측은 36명의 각국 장·차관급 대표단이 참석하는 국제행사에 주최자가 불참하는 건 "외교적으로 큰 결례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박 원내대표는 뒤늦게 국방·외교장관이 국회 출석을 피하려 핑계를 댄다고 반발했다. 대정부질문 예정이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의원들도 "국회 능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국회 외교통일위 민주당 간사인 김영배 의원은 "차수 변경을 해서라도 기다리겠다"며 외교·국방장관 출석을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요청했고, 결국 본회의 5시간 연기가 결정됐다. 조 장관이 오후 7시, 김 장관은 오후 9시 출석했다. 박 원내대표는 자당 의원총회에서 불출석 양해 확인서 날인에 '유감'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한기호기자 hkh89@dt.co.kr
여야가 조태열 외교부·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국회 대정부질문 불출석 문제를 놓고 충돌하면서 본회의가 연기됐다. 사진은 10일 오후 굳게 닫힌 본회의장.<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