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이 '유주택자 대출 불가' 규정에 예외사항을 마련하면서 실수요자들의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가계대출 실수요자들과 간담회를 통해 "실수요자들의 피해를 줄여야 한다"고 발언한데 대한 조치로 분석된다. 우리은행에 이어 KB국민·신한은행 등 타은행들도 대출 규제 조정을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은행은 8일 예비 신혼부부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전세자금대출에 대해 예외규정을 만들어 허용키로 했다. 세대 구성원 중 단 1명이라도 1채 이상의 집을 소유한 경우 주담대와 전세 대출을 모두 차단하면서 실수요자의 피해 우려가 커진 데 따른 보완책이다.
우리은행은 "가계대출 취급 제한을 확대하는 대신 실수요자 피해를 줄이기 위해 이같은 내용이 포함된 예외 요건을 만들어 적용한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은 예외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다양한 실수요자 사례는 주관 부서에서 '실수요자 심사 전담팀'을 신설해 조치할 예정이다.
예외 요건은 총 9가지다. 결혼을 앞두고 수도권에서 주택을 구입하거나 임차하는 경우 청첩장이나 예식장 계약서 등을 제출하면 주담대나 전세자금대출이 가능하다. 단, 결혼예정자의 경우 부모 등 세대 구성원이 주택을 소유한 경우 대출이 어렵다.
전세자금은 △수도권으로의 직장 변경 △수도권 학교에 자녀 진학 △수도권 내 통원 치료 △60세 이상 부모봉양 목적 등의 경우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이 경우 1주택자여도 전세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또 △이혼 소송 진행 △분양권·입주권 보유자이며 그 외 주택을 소유하지 않은 자 △행정기관 수용 등 부득이한 경우로 분양권을 취득한 경우에 대해서도 전세자금대출을 내준다. 대출신청 시점으로부터 2년 이내 주택을 상속받았다면 주담대와 전세대출이 모두 가능하다.
앞서 우리은행은 오는 9일부터 주택을 한 채라도 보유한 경우 서울 등 수도권에 주택을 추가로 구입하기 위한 목적의 대출을 전면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서울 등 수도권 내 전세자금대출도 전 세대원 모두 주택을 보유하지 않은 무주택자에게만 지원하겠다고 했다.
이에 이복현 원장은 지난 4일 "갭투자 등 투기 수요 대출에 대한 관리 강화는 바람직하지만, 대출 실수요까지 제약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해달라"고 주문했다.
우리은행이 가계대출을 받을 수 있는 예외 요건을 제시하고 관련 심사 전담팀을 신설하겠다고 밝힌 것은 그 연장선의 조치로 해석된다.
우리은행에 이어 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도 10일 이 원장 주최로 열리는 은행장 간담회 후 구체적인 예외 사항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규제를 일부 보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간담회 후 금융당국의 메시지를 들은 후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일각에선 투기 수요와 실수요를 엄밀히 구분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기에, 심사 전담팀이 가동되더라도 논란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주형연기자 jhy@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