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친문 적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에 이은 복권(2027년 말까지 제한된 피선거권 회복)을 할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도 여·야 진영의 논란은 스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 개최 이튿날(9일) '김 전 지사 복권 검토'가 알려진 직후부터 대통령실에 여러 경로로 반대 의견을 전했지만, 공개 언급을 피하며 당정 충돌로 번지는 것은 자제하는 모양새다. 법무부 장관 시절부터 사면·복권에 반대했던 그는 김 전 지사에 대해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이라며 주변에 복권 반대 의견을 내비쳤다.
한 대표는 이날 여의도 한 식당에서 당 4선 의원 6명(김도읍·김상훈·윤영석·이종배·이헌승·한기호)과 오찬하면서도 복권 반대에 공감대를 이뤘다. 참석자들은 "김 전 지사가 국민 여론을 조작한 '민주주의 파괴 범죄'(대선 여론조작)를 저지른 데다 이를 반성하지 않고 있다"며 복권 반대 입장을 전했다. '사면권은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란 대통령실 반응엔 "여당 일원으로서 의견은 얼마든지 낼 수 있다"는 반론이 나왔다.
한 대표는 취재진에게 "제 뜻은 이미 알려졌다"며 "기다려 보자"고 말했다. 친한계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김 전 지사 복권 불가론을 재확인하면서도 "당정갈등으로 또 번지는 건 원치 않기 때문에 한 대표 본인이 공식적·직접적 언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대통령 권한을 문제삼는 게 아니라면서, 복권이 관철될 경우 "어쩔 수 없다"는 입장도 밝혀뒀다.
친윤(親윤석열)계에선 반감을 재차 드러냈다. 당 원내수석대변인인 신동욱 의원은 이날 YTN라디오에서 "대통령의 통치권 차원에서 사면은 다른 문제"라며 "대통령실에서 불편할 수 있겠다"고 말했다. 또 한 대표에 대해 "다음 대선 길목에 있는 분"이라며 "정치적 발언"을 했다고 꼬집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김 전 지사를 '사면'해준 당사자가 한 대표라며 "복권 반대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 원내수석대변인은 '대권 행보'란 시각에서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는 지난 10일 전당대회 경기권 경선을 마친 뒤 기자들을 만나 "직간접적으로 여러 가지 루트를 통해 제가 (대통령실에 김 전 지사) 복권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박찬대 당대표 직무대행도 11일 "김 전 지사와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 부인인) 정겸심 전 교수 사면·복권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고 폭로했다.
반면 대통령실 측은 김 전 지사 복권은 2022년 12월 복권없는 사면 결정 당시 예정됐던 수순이라며 이 전 대표로부터 복권 관련 부탁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자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이날 SBS라디오에서 지난 4월 윤 대통령과 1대 1 회담을 앞두고 "(대통령실 측에서) 김 전 지사는 복권하지 않겠다고 얘기했을 때 이 전 대표가 '경쟁자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답변해 사실상 그분들 제의를 거부한 것"이라고 폭로해 새로운 불씨를 남겼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한 식당에서 열린 4선 의원과의 오찬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은 당 수석대변인인 한지아 의원.<연합뉴스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