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법무 때부터 정치인 사면복권 신중론…조윤선·안종범·원세훈, 정치 복귀 어렵잖나"
"약 9000만건 댓글조작 김경수, 혐의 인정도 반성도 없이 화려한 정치판 컴백 이해불가"
"당원게시판 수천명 항의, 당에서 아무말 안할 순 없어"
친한(親한동훈)계 김종혁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2일 윤석열 대통령이 제19대 대선 전후 민주당원 '드루킹' 일당과의 8840만회 포털 댓글여론조작 공모 혐의로 처벌받았던 친문(親문재인) 적자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 사면 후 복권(피선거권 회복)을 강행할 가능성을 두고 '대통령 권한이므로 수용할 수밖에 없지만, 여당은 당내 반대여론도 대변할 의무가 있다'는 취지로 대응을 이어갔다.
김종혁 최고위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한동훈 당대표는 법무부 장관 시절에도 정치인 사면·복권은 더 신중해야 된다, 남발되면 안 된다는 입장이었던 것으로 안다"며 "법무장관이 대통령이 사면복권을 하겠다는 것에 대해 개인적으론 비공개 자리에서 '그건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의견을 낼 수 있지만 공개적인 자리에서, 결정된 것들을 '나는 반대한다'고 얘기할 순 없는 것이다. 그런 입장은 당대표가 된 다음에도 동일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8월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김종혁 지명직 최고위원이 발언하고 있다.<국민의힘 홈페이지 사진>
한동훈 대표는 지난 8일 법무부 사면심사위원회가 열린 지 하루 만에 '김경수 전 지사 복권 검토' 방침이 알려지자, 13일 최종 결정을 앞두고 누차 대통령실에 반대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다. "민주주의 파괴 범죄를 반성하지도 않은 사람에게 정치를 하라고 복권해 주는 것에 공감하지 못할 국민이 많을 것"이란 측근발 전언도 보도됐다. 김 최고위원은 "집권당 대표가 대놓고 '저는 반대한다' 얘기할 순 없기 때문에, 본인 코멘트가 아닌 전언으로 (했다)"라고 풀이했다.
김 최고위원은 한 대표의 입장에 관해 "우리쪽, 집권여당에 있는 많은 분들도 비슷한 얘기를 한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인데 김 전 지사는 드루킹 일당과 함께 '킹크랩'이란 기계장치를 통해 약 9000만건 댓글을 조작해서 문제가 됐고 선거제도 자체를 상당히 훼손시킨 분인데 민주주의를 파괴했다고도 얘기할 수 있다"며 "'내가 죄를 지었다, 잘못했다'는 것들을 인정한 사실이 없고 법정에서 2년형을 받았을 때도 '진실은 법정 밖에 있다'라든가 판결 자체도 부인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결과적으론 사법부를 비웃었고, (2022년 12월 복권 없이) 사면됐을 땐 '원치않는 선물을 받았다' 얘기했다"고 짚었다. 진행자는 '김 전 지사가 사면 불원서도 냈던 게 기억난다'고 했다. 김 최고위원은 "사법부 판결도 부인하고 사면 자체에 나는 달갑지 않다 얘기하는데 왜 복권을 시켜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더구나 이분은 정치인이다. 사면복권 된 다음 그냥 필부필부, 야인으로 조용히 살 거라면 거기(복권)에 대해 탐탁치는 않아도 격렬히 비판하지 않을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지방선거에 나오거나, 대선에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다른 사람 지지연설하거나 정치활동을 하며 공적인 무대에서 계속 할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지난 보수정권의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특별사면도 반대해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엔 "2022년 사면 복권엔 이명박 전 대통령도 포함돼 있었고, 정치인 사면복권을 남발하면 안 된다는 한동훈 당시 법무장관 얘기에 여야 따질 것 없이 모두 포함됐던 것으로 안다"고 답했다.
이어 "조윤선씨나 안종범·원세훈씨 이분들이 법정에서 혐의의 일부분을 다툴 수는 있지만, 그런 행위가 있었다는 것 자체를 완전히 부인하진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김 전 지사와 대조했다. 또 "이분들이 나와서 다시 정치판에 들어와 어떤 일을 한다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는데 김 전 지사는 모든 것을 다 부인하면서 다시 화려하게 정치판으로 컴백하는 것 아니냐. 이 둘을 같이 보긴 쉽지 않다"고 했다. 해외 체류 중인 김 전 지사의 정치 재개 여부를 알 수 있냐는 물음엔 "모두가 예상하듯이"라고 답했다.
<김경수 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페이스북 사진>
'한 대표의 김경수 복권 반대가 대통령 권한을 침범한 것'이란 일각의 주장엔 "대통령 권한은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하고, 이 사태가 당정갈등으로 번지는 건 원치 않기 때문에 한 대표도 본인이 공식적으로 직접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며 "하지만 우린 군대가 아니라 정치인들이다. 과거 민주당 내에서도 사면권 둘러싼 논란이 있었듯 저희도 얼마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 '대통령이 내린 결정이니 여당에선 아무 말도 하지 마라'는 건 별로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최고위원은 "우리가 무슨 반기를 드는 것도 아니고 '이 부분에 이런 여론이 있다, 당원게시판이 수천명의 당원들 항의로 거의 도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당 대표나 정치인이 입을 다물고 있어야 된다고 얘기하는 건 별로 합당한 지적은 아니다"며 "유일체계의 당, 어버이 당도 아닌 이상 당정갈등은 항상 존재하는데 그 갈등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모양새가 달라지는 것"이라면서 "자꾸만 '갈등이 없어야 한다'고 몰고가는 건 옳지 않고 잘 타협·화합해 극복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는 '윤 대통령이 내일(13일) 국무회의에서 김 전 지사 복권을 최종 결정하면 한 대표는 수용하느냐'는 질문엔 "이건 수용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통령의 권한으로 결정되면 거기에 대해 어떤 일을 할 수 있겠나"라며 "당대표가 대통령 권한 자체를 문제삼는 게 아니기 때문"이라고 공개 반대입장 발표는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 차별화하려고 태클을 건다는 친윤(親윤석열)계 주장엔 "전혀 아니다"며 "정권 재창출이란 같은 목적지를 향해 가는 배를 타고 있다"고 상기시켰다.
한편 김 최고위원은 '박영선 전 문재인 정부 중기부 장관에 대한 국무총리 등용설이 나올 무렵 천하람 개혁신당 의원이 윤석열·김건희 부부는 뿌리가 친문이라고 발언한 게 회자된다'는 물음엔 "저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며 "이게 결코 현명한 정무적 판단은 아니기에 '제3 세력이 개입한 게 아니냐'는 호사가들 얘기가 있지만 대통령실 결정이 그렇게 이뤄졌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 대통령은 국민의힘 1호 당원이고 우리 보수정당 대통령이시니까 문재인 정부와 연관시키는 건 적절치 않다"고 선을 그었다.
김 전 지사 복권이 야권에 미칠 영향으론 "친명계·친문계 사이 갈등이 있는 게 사실이고 공천 과정에 친문계란 분들이 거의 학살에 가깝게 탈락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이유로 다 된 게 사실이고, 속으론 부글부글 끓고 있을 거다"며 "그분이 구심점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재명 민주당 전 대표가 '자신이 대통령실에 여러 경로로 김 전 지사 복권을 요청했다'고 주장하는 것엔 "겉으로 얘기하는 게 본심을 다 드러내는 건 아니기 때문에, 실제로는 '나 떨고 있니?' 아니겠나"라고 꼬집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