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민의힘 전국당원대회가 예상대로 '어대한'(어차피 대표는 한동훈)으로 막을 내렸지만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전당대회가 아닌 '분당대회', '폭로대회'라는 오명 속에 당 균열이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전당대회에서 나온 의혹들을 각종 특검 등 여당 공격 카드로 활용할 태세다.
전당대회 기간 내내 대표 후보들은 네거티브 공방에 열을 올렸다. 초반에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린 한동훈 후보를 상대로 원희룡 후보와 나경원 후보가 총선 참패에 대한 책임 공세를 폈다. 총선 당시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가 한동훈 후보에게 '명품백 수수'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의논하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으나 한 후보가 이를 읽고도 무시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이것이 총선 참패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을 원 후보와 나 후보가 제기한 것이다. 원 후보는 이에 더해 한 후보가 총선 과정의 '사천' 의혹도 제기했다.
다만 더 큰 논란은 뒤늦게 공개된 김 여사의 메시지 내용이었다. 김 여사가 한 후보에게 보낸 메시지 중 '댓글팀'이 언급되면서 김 여사와 한 후보가 각각 여론조성팀을 운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전당대회 후반에는 한 후보로부터 법무부 장관 시절 나 후보가 본인에게 패스트트랙 사건의 공소 취소를 청탁했다고 폭로하며 또 다른 파문이 일었다. 패스트트랙 사건이 국민의힘 전신인 자유한국당의 의원·보좌관·당직자 다수가 관련된 사건인 만큼 한 후보의 폭로에 대한 당내 비판도 거셌다. 한 후보 역시 이런 의식한 듯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으나, 나 후보는 전당대회 전날인 22일 패스트트랙 사건 재판에 연루된 전·현직 의원들과 만찬을 갖고 한 후보의 발언에 대한 우려를 표하는 등 공세를 지속했다.
여당 새 지도부는 이번 전대로 인해 초래된 당내 분열을 수습하는 것이 급선무다. 이를 의식해 전대 현장에서도 단결·통합을 강조하는 메시지가 쏟아져나왔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우리는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하나가 되고 오직 국민만 섬기고 민생 돌보기에 온 힘을 다해야 한다"며 "기필코 윤석열 정권의 성공을 달성하고 정권을 재창출해 국운을 펼쳐나가자"고 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대회가 끝나고 나면 후보자 승패 관계없이 전부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당대회에서 나온 폭로를 무기로 활용하려고 준비 중인 야당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도 당면 과제다. 민주당은 '한동훈 댓글팀' 의혹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조국혁신당은 지난 22일 한동훈 후보를 댓글팀 운영 의혹과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로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고, 23일에는 해당 의혹을 추가한 '한동훈 특검법'을 재발의했다.
전혜인기자 hye@dt.co.kr
23일 오후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국민의힘 제4차 전당대회에서 당대표 후보들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