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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민주당과 고려 무신정권 `문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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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희의 정치사기] 민주당과 고려 무신정권 `문객`
고려사 열전 42 반역 최충헌<국사편찬위원회 한국사데이터베이스, 서울대학교 규장각 소장본>

"저희들이 공의 문하에서 놀았던 것은 공께서 세상을 덮을 만한 기개를 가지셨기 때문이었습니다. 지금 도리어 이처럼 겁을 내고 나약해지시니, 이는 저희들을 멸망시키는 것입니다. 원하고 바라옵건대 한번 싸워서 승부를 겨루십시오."

고려 무신집권기인 1197년 최충헌·최충수 형제가 개경 흥국사에서 서로 군사를 거느리고 대치하고 있을 무렵, 최충수의 '문객'(門客)인 장군 오숙비, 박정부 등이 한 말이다.

문객은 이 시기 가장 왕성히 활동했던 권력자의 사병조직이다. 이들은 자신이 의탁한 인물과 자율적인 상하 복종관계를 맺었다. '세상을 덮을 만한 기개'가 문하에서 놀았던 이유라고 밝혔듯이, 충성을 바치는 대신 생계나 출세를 보장받았다.

권력자의 힘이 강할수록 문객의 충성심은 더 강화됐다. '고려사절요' 희종 2년 기록에 따르면, 최씨 정권기 60년사를 연 최충헌이 궁궐에 출입할 때 시종하는 문객이 거의 3000명에 달했다고 한다. 그의 조카인 박진재도 최충헌 못지 않게 문객을 거느리고 있었다.

이들은 권력자를 위해 다양한 역할을 했다. 무인으로 정권을 호위하기도 하고, 권력쟁탈전에 힘을 보태기도 했다. 문학적 재능이 있는 인물들은 인사 문제를 감독하기도 했다. 특히 최충헌의 아들 최이는 문반을 모아 국방 문제까지 담당하게 했다. 최씨 정권의 권력 승계 과정에도 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권력자들도 이들의 충성을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 보상했다. 최충헌을 비롯한 최씨 정권의 족당들은 자신의 문객에게 좋은 관직을 주기 위해 각종 인사부서를 장악한 뒤, 후보자를 계속 왕에게 추천했다. 예컨대 최충헌의 경우 무사들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정6품 낭장 대집성을 차장군으로 임명했다. 조카인 박진재는 문객들이 관직을 얻지 못하자 "정령 하루의 영광이 없을 것인가"라고 하며 달래기에 무던히 애를 썼다.

이런 상황이 몇 십 년간 지속되자 정치적으로 여러가지 문제가 생겼다. 인사가 문란해지고 경제적으로는 농장 확대와 고리대가 성행했다. 정규군과 사병으로 기능하는 문객의 혼재는 전력을 약화시키는 문제를 야기했다. 권력 남용이나 탈법 행위에 대해 비판하고 탄핵하는 대간의 역할도 무용지물이 됐다.

어느새 사적 부분은 공적 부분을 압도했다. 백성들은 생계를 찾아 떠돌거나 반란을 일으켰다. 결국 고려는 이 시기를 기점으로 국가의 기강이 급속도로 무너져갔다.


800여년이 지난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상황도 무신집권기와 다르지 않다.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최고위원 출마를 선언하는 인사들은 당시 문객처럼 '힘 있는 권력자'인 이재명 전 대표를 향한 충성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연임은 이미 기정 사실화 됐다.
"이재명 대통령 시대"(강선우 의원), "이재명과 함께 정권 창출의 승리를 이루겠다"(김병주 의원), "이재명과 함께 집권플랜 준비"(김민석 의원), "검찰독재정권에 맞서 이재명을 지켜내겠다"(김지호 부대변인)는 등의 표현이 자연스럽게 나온다. "윤석열 용산 대통령과 맞짱뜨는 최고위원이 되겠다"며 반윤(반윤석열)의 기치를 내건 이성윤 의원의 출마 선언이 어색하게 느껴질 정도다.

이들은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이재명이라는 한 사람을 위해 다양한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전 대표를 둘러싼 사법리스크를 변호하고, 판·검사들의 손을 묶을 수 있는 법안을 발의할 것이다. 전국민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과 기본소득 등 '이재명표 경제정책'에만 힘을 싣는 것도 자명하다. 민생보단 이 전 대표를 중심으로 시간이 돌아갈 것이다. 먼저 최고위원을 지냈던 의원들도 21대 국회에서 같은 길을 걸어왔다.

'문객'처럼 충성을 바치는 대신 대가도 확실히 챙길 것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광역단체장으로 나아가거나, 차기 총선에서 공천을 보장받을 수 있다. 선례도 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최고위원 등 지도부 인사들의 91%는 단수 공천을 받았다.

당내에서 막강한 힘도 발휘하고 요직도 차지할 수 있다. 정청래 의원은 최고위원이라는 당의 요직과 '국회 내 상원'이라는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을 꿰찼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명심'(이재명 전 대표의 마음)과 '개딸'의 지지를 얻고 단독 입후보 끝에 사실상 추대됐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고려 무신정권기처럼 민주당의 앞날도 어두워질 수 있다. 당내 다양한 의견과 자유로운 비판이 존재하는 민주적 정당의 색채는 어느덧 사라질 것이다. 민생경제를 회복하기 위한 정책 비전은 없어지고, 출세(?)를 대가로 유력 정치인과 결탁하려는 문객만 양산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민주당의 아버지는 이재명"이라는 강민구 최고위원의 발언과 최고위원 후보자들의 충성 경쟁은 이런 흐름의 연장선 위에 있다. 다수 국민이 이런 민주당의 상황을 더 이상 두고 보지는 않을 것이다. 인내심에도 한계가 있다. 정치정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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