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자회사 SK온이 출범 이후 3년간 약 20조원을 투자했지만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SK그룹은 대대적인 사업 재편을 통해 'SK온 살리기'에 힘을 싣는 모습이다.
23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SK온이 2021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서 분사해 공식 출범한 이후 올해까지 시설투자에 투입한 비용은 20조원 수준이다. 그간 SK온의 연간 시설투자(CAPEX) 규모는 2022년 5조원, 지난해 6조8000억원, 올해 7조5000억원이다.
SK온은 출범 당시부터 국내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지만 공격적인 투자를 시작했다. 10년 안에 글로벌 배터리 업계 1위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야심 찬 포부로 미국 조지아주, 헝가리, 중국 등 세계 각지에서 배터리 공장 신·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미국과 헝가리 신규 가동 공장의 생산량 증대 지연와 수율 개선 지연이 수익성의 발목을 잡았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하반기부터는 전기차 캐즘이 맞물려 SK온의 적자 탈출이 늦어지게 됐다.
SK온은 2021년 4분기에 3098억원 적자를 낸 데 이어 2022년과 2023년에 각각 연간 영업손실 9912억원, 5818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3315억원 영업손실을 내며 출범 이래 10개 분기 연속 적자를 지속했다. 10개 분기 누적 적자 규모는 2조5876억원에 이른다.
SK온의 흑자 전환이 늦어지면서 그룹 전체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흑자 없는 대규모 투자와 이를 위한 차입이 지속되면서 자금 조달 부담도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간 SK온에 차입보증을 서 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의 신용등급은 지난 3월 하락한 이후 이자 부담도 가중되는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는 SK온 출범 전인 2020년 23조396억원에서 2023년 말 50조7592억원으로 3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최근 SK그룹이 착수한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의 중심도 'SK온 살리기'다. 그간 SK그룹 내부에서는 SK온의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배터리 사업 투자금 확보를 위해 SK온을 SK엔무브에 합병한 뒤 상장하는 방안, SK아이이테크놀로지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돼 왔다.
최근에는 SK이노베이션과 SK E&S의 합병 추진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배터리 사업 재무구조 개선 등이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여기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이 SK이노베이션으로 옮기자 SK온 살리기에 힘을 싣는 취지라는 해석도 나온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