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올해 1분기 사실상 첫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설비투자(CAPEX)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 전기차 수요 둔화를 고려해 꼭 필요한 신증설 투자에 중점을 두는 '선택과 집중' 전략으로 선회한 것이다. 향후 테슬라의 저가형 전기차 모델의 공급 노력과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공급으로 중장기 실적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연결 기준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573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5.2%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25일 밝혔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 규모는 1889억원인데 이를 제외하면 영업손실은 316억원을 기록해 사실상 적자 전환했다.
이번 실적 부진은 지난해 말 본격화한 전기차의 수요 부진과 메탈가 하락에 따른 원재료 투입 가격 시차의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실 LG에너지솔루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분기에도 메탈가 하락에 따른 판가 영향이 아직 남아 있는 게 사실"이라며 "유럽을 중심으로 고객 수요 회복에도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 고객사의 신차 출시에 따른 물량 증가가 예상돼 2분기 매출은 전분기 대비 증가하겠지만 당초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수익성 관점에서 1분기 대비해 유의미한 개선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 CFO는 "선제적인 케파 확보를 위한 필수적인 신증설 투자에는 당연히 선택과 집중을 하되 투자의 우선순위를 철저히 따져보고 능동적인 투자 규모와 집행 속도를 조정해 케팩스 집행 규모를 다소 낮추고자 한다"며 "투자의 적합성을 더욱 정밀하게 분석해서 집행할 계획이며, 추가적인 케팩스 지출을 최소화하고 가동률을 높이도록 설비 원가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부분도 집중해 나가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올 초까지만 해도 설비투자 규모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약 10조9000억원)으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날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으나 필수 불가결한 투자 외에 다른 신규 투자는 최소화 할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중장기적으로 원통형과 LFP로 실적 회복을 시작할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테슬라 저가형 전기차 모델에 대한 공급 기대감을 내비쳤다.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는 올 1분기 실적 발표 때 "더 저렴한 모델을 포함한 신차 라인의 생산에 나설 것"이라며 "2025년 초에는 저가 차량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노인학 LG에너지솔루션 소형전지 관리 담당은 "올해 하반기부터에는 오창에서 46-시리즈 원통형 제품의 양산이 예정돼 있고, 고객사 또한 저가 차량 계획을 유지하는 것으로 언급한 만큼 추가적인 시장 기회를 모색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또 ESS용 LFP 배터리 사업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부터 중국 남경 라인 일부를 LFP로 전환해 생산 중인데 올해는 북미와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다양한 어플리케이션별 LFP 배터리 공급해 전기차 캐즘을 극복한다는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향후 ESS 시장 내 LFP 수요 증가에 대비해 2025년 하반기에는 중국 남경에서 LFP 배터리의 양산을 시작할 예정이다. 이어 2026년부터는 미국 애리조나 공장에서 약 17GWh 규모의 생산능력을 구축한다는 목표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는 "올 한 해 녹록치 않은 시장 환경이 예상되지만 근본적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별화된 고객가치를 꾸준히 실현해 압도적 기술리더십을 갖출 수 있는 기반을 단단히 준비해 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