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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장애인 고용승계 한다더니…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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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어진 공모…일자리 잃은 중증장애인 동료상담가
불필요한 부처 간 사업 이관…중앙·지자체 '혼선'
"동료상담가도 '직업'…사회적 시각 바로잡아야"
중증장애인 취업 문턱 높아…"세심한 정책 필요"
중증장애인 고용승계 한다더니…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동료상담가로 일하는 정태민 씨 모습. <군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 경기 군포에서 동료상담가로 일하던 정태민(29, 뇌 병변 장애 1급) 씨는 지난해 12월 실직했다. 주 60시간을 일하고 손에 쥐는 돈은 89만원 남짓이었다. 기초생활수급비를 합해 140만원 정도로 한 달을 지냈다. 그는 일을 하지 않으면 소득이 없어져 110만원가량의 수급비가 들어온다. 30만원 밖에 차이가 안난다. 그럼에도 정 씨는 일을 했다. 돈을 더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직업에 대한 보람 때문이다. 정 씨는 "제가 1년 동안 상담을 통해 중증장애인 6분을 취업시켰어요. 너무 뿌듯했었는데, 사업이 없어진 뒤로는 한동안은 집에만 있었네요"라고 말했다. 그는 사업이 다시 시작되면 언제든지 다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불필요한 부처 간 사업 이관으로 정부 지원을 받던 일부 중증장애인이 일자리를 잃는 사태가 벌어졌다. 고용승계를 하겠다는 정부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23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고용노동부가 지난해까지 수행했던 '중증장애인지역맞춤형취업지원' 사업은 올해 보건복지부 '장애인동료상담' 사업으로 간판을 바꿨다. 해당 사업은 당초 실적 저조, 유사중복사업 등을 이유로 폐지될 위기였다. 그러나 장애인 단체가 반발, 사업 이관으로 결론이 났다.

장애인동료상담은 중증장애인 중 동료상담가를 채용해 다른 중증장애인(참여자)에 대한 상담·자조모임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고용부가 사업을 담당하던 지난해에는 187명의 중증장애인 동료지원가가 사업에 참여해 매월 89만원을 받으며 일을 해왔다.

그러나 사업 이관 과정에서 일부 중증장애인 동료상담가가 일자리를 잃었다. 복지부는 지난 2월 초 국비 신속 교부를 통해 동료상담가 고용승계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피해를 본 중증장애인 동료상담가가 나왔다.

부족했던 사업 준비 기간이 원인으로 꼽힌다. 그간 고용부는 동료상담가의 고용 승계를 위해 매년 사업 시작 직전 연도 9월부터 사업 수행기관을 공모해 왔다. 그러나 국회에서 사업 이관이 결정된 것은 지난해 12월이다. 고용을 이어가기에는 이미 늦은 상태였다.

중증장애인 고용승계 한다더니…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동료상담가로 일하는 정태민 씨 모습. <군포시장애인자립생활센터 제공>

복지부는 지난해 예산 편성 직후 각 지자체에 기존 동료상담가에 대한 고용승계를 요청했지만, 지자체는 난색을 표했다. 한 지자체 관계자는 "국비를 빨리 내린다고 사업을 바로 시작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며 "수탁기관 선정, 추가경정 등 지켜야 하는 절차가 있다"고 했다.


지자체마다 사정은 달랐다. 일부 지자체는 지방비를 우선 활용해 사업을 그대로 이어간 반면, 그러지 못한 지자체도 있었다. 강원도 원주의 경우 동료상담사업 수행기관 모집을 2월에 마쳤다. 그러나 광주시와 충북 옥천은 4월이 돼서야 수행기관 모집 공고를 냈다.
불필요한 사업의 부처 이관 결정이 행정부처와 지자체 혼란, 중증장애인 고용 공백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동료상담가를 '일자리'로 인정하는 사회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조한진 대구대 일반대학원 장애학과 교수는 "중증장애인이 취업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취업이 유지되는 것이다"며 "그러나 정부는 통상 취업을 시켜놓는 것까지만 관심을 가진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동료 상담이라는 것은 상담가가 상담 자격증이 없더라도 자신이 장애인으로 쭉 살아왔기 때문에 다른 장애인에 대한 공감의 무게가 다르다"며 "화폐 가치로 환산할 수 있는 것만이 노동으로 보는 시각을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 세심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중증장애인은 경증장애인과 비교해 취업 문턱이 2배 가까이 높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고용개발원의 '2023년 하반기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중증장애인의 고용률(21.2%)은 경증장애인(39.6%)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민우기자 mw3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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