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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지난 4년은 시험과 도전의 시기… 금리인하보다 물가 안정이 더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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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文 경제 가정교사 지낸 원로 경제학자
20일 임기 만료 앞두고 퇴임소회 밝혀
한은 더 잘해야 통화정책 유효성 높여
물가 목표수준 2%로 안정돼야 바람직
"퇴임후 공부하고 글 쓰면서 지낼 생각"
[오늘의 DT인] "지난 4년은 시험과 도전의 시기… 금리인하보다 물가 안정이 더 중요"
조윤제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한은 제공.

"지난 4년은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역병으로 인한 펜데믹 위기와 30년만에 맞게 된 세계적 고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중앙은행으로서는 시험과 도전의 시기였다."

오는 20일 임기 만료를 앞둔 조윤제(72·사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위원은 16일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은 퇴임 소회를 밝혔다.

지난 2020년 금통위에 합류한 조 위원은 금통위원 중 대표적인 '매파'(통화긴축 선호)로 평가된다. 지난 12일 열린 금통위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조 위원은 "(기준금리를) 확 올릴까요?"라고 말하기도 했다. 마지막 금통위에 참석한 조 위원에게 한마디 하겠냐는 이창용 총재의 질문에 대한 답이다.

조 위원은 1976년 서울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4년 미국 스탠퍼드대에서 경제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1984년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 1989년 국제통화기금(IMF) 경제분석관, 1990년 미 조지타운대 겸임교수, 1992년 세계은행 금융발전국 선임 이코노미스트 등을 역임한 거시경제 전문가다. 합리적인 중도 경제학자로 평가된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인 2003~2005년엔 청와대 경제보좌관을 지내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 역할도 했다. 2005~2008년엔 주영국대사를 지냈다. 주영대사직을 마친 뒤에는 서강대에서 연구와 강의 활동을 해왔다. 박근혜 정부 시절엔 대통령 국민경제자문회의 자문위원을 지냈으며, 문재인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도 불린다. 문 대통령 후보 시절엔 싱크탱크인 정책공간 국민생각 소장을 맡았다. 이후 초대 주미대사를 역임하기도 했다.

조 위원은 2018년 이주열 한은 총재가 연임할 당시 유력 경쟁자로 거론되기도 했던 '총재급 금통위원'이다. 이처럼 학계는 물론 정부와 국제기구 등에서 폭넓게 활동해 경력을 쌓아온 조 위원은 재임 기간을 돌아보는 동시에 한은을 향한 쓴 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그는 모두발언을 통해 "한은이 통화정책의 유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앞으로도 더 많은 분석, 노력과 모색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조 위원은 "한은은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주 목표로 해서 통화정책을 수행하고 있지만 정책수단은 다른 주요국 중앙은행들에 비해 제한돼 있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국내 금융시장의 금리와 유동성은 한은의 기준금리 뿐아니라 주요국, 특히 미국의 통화정책에 의해 큰 영향을 받는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금융정책·감독 당국의 신용·감독 관련 정책, 정책금융기관, 한국전력공사 등과 같은 준 재정기관의 대출행위와 자금조달 방식 등에 의해서도 영향을 받게 된다"고 말했다.

[오늘의 DT인] "지난 4년은 시험과 도전의 시기… 금리인하보다 물가 안정이 더 중요"
조 위원은 "한은의 통화정책이 정부의 재정정책뿐 아니라 금융기관의 영업행위와 시중금리, 유동성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신용정책, 정부 부처 및 공기업, 정책금융기관들의 준 재정정책 등과도 보다 잘 조율될 수 있도록 노력을 지속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 이른바 '3고'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 경제 상황에 대한 질의도 오갔다. 조 위원은 금리 인하와 관련해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매파다운 평가를 내놨다. 그는 "물가를 안정시키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가능하다면 빠른 시일 내에 물가를 목표수준(2%)으로 가게끔 하는 게 중요 고려사항이지만 욕심같아선 더 빠르게 안정됐으면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원물가는 안정되지만 소비자 물가는 공급측 영향을 많이 받아 예측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다만 대체로 안정세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언젠가는 목표수준까지 물가 상승률이 수렴하게 될 것으로 믿고 있다. 가능하면 이른 시일 내에 목표로 가는 것이 중요한 고려 사항"이라고 전했다.

최근 환율 상승에 대해선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피벗(통화정책 전환) 지연 가능성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라면서도 "경상수지 흑자도 조금씩 좋아지고, 외환보유액이나 전반적인 경제 펀더멘털이 나쁘지 않기 때문에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고 평가했다.

또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대출 비율에 대해 "가능한 빨리 떨어지면 좋다"면서도 "너무 빠르게 축소하기도 어렵다. 빠르게 축소하려고 하면 그만큼 충격도 클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가계대출 축소를 반드시 중요한 목표로 삼고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이날 우리 경제 전반에 대해 "통화정책도 물론 중요하지만, 구조조정을 (통해) 큰 사이클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 나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특히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선 우리 사회 전반적인 혁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퇴임 후 구상에 대해선 "앞으로의 계획은 아무 것도 없다"며 "평생 직업을 학자로 생각하는 만큼 앞으로도 책 읽고 공부하고 또 쓰고 싶은 글이 있으면 쓰고 그렇게 지낼 생각"이라고 밝혔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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