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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의 금융레이다] KDB산업은행, HMM 안 파나 못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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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의 부실 기업 매각이 영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HMM(옛 현대상선)이나 KDB생명 모두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채 상당 기간 산은의 품 안에 머물게 됐다.

금융권에서는 산은의 더딘 부실자산 정리의 원인을 놓고 갑론을박이 나온다. 대체로 '못 팔았다'와 '(적극적으로) 안 팔았다'라는 두 갈래로 정리된다. '못 팔았다'는 가격과 매각 타이밍 등 상황 논리를 앞세운 산은의 입장과 궤를 같이한다. '안 팔았다'는 산은의 의지와 실력 부족을 지적하는 쪽의 입장이다.

산은은 올해도 '훌륭한' 실적으로 보여줬다. 지난해 2조5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 매각에 실패한 HMM(산은 지분율 29.20%) 등 자회사의 순이익과 배당수익 등이 지분율만큼 합산된 결과치다.

이를 통해 올해 정부에 8781억원을 배당했다. 사상 최대다. 지난 2022년 8331억원을 송금했고 올해는 규모를 더 늘렸다.

산은은 지난해 HMM으로부터 4823억원의 배당금을 받았다. 배당성향은 49.79%다. 작년 HMM의 순이익은 전년대비 10분의 1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산은에 대한 배당은 전년 대비 10배가량 상승했다.

자회사의 지원에도 산은의 자본비율은 넉넉한 수준이 아니다. 총자본비율은 13.68%로 은행 전체 평균보다 2%포인트 가량 낮다. 금감원 권고 수준을 살짝 넘고,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규제 수준(10.5%)은 훨씬 웃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자금공급 기능을 원할히 수행할 수 있을 지를 놓고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산은은 당당하다. 산은은 "국내 대표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주요 구조조정 현안을 성공적으로 완수해 왔다"면서 "안정적인 수익 기반 구축으로 7년 연속 흑자를 달성해 기업 구조조정 및 모험자본 투자 등 정책금융 수행과 관련한 손실 흡수 여력을 확보했다"고 자평했다.

'돈 안 되는 건 빠르게 청산하고 돈 되는 건 살린다.' 부실자산 정리 기관의 핵심 가치다.

역시 부실 채권 정리를 맡고 있는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지난 2000년말부터 2001년말까지 대우사태로 부실화한 금융 정상화를 위해 기금 40조원을 조성했다. 목표는 오로지 신속한 매각이었다. 재산 가치를 극대화한 후 매각하는 것이 낫다는 일각의 의견을 뒤로하고 기금의 회전율을 높이는 순기능에 집중했다.

캠코는 정부와 함께 금융회사의 부실채권을 효율적으로 정리해 구조조정을 빠르게 마무리했다. 투입된 공적자금도 조기에 회수했다. '판다'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어떻게든 방법을 찾은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산은 손에만 넘어가면 회사들이 구조적인 불황에 빠진다는 냉소가 나온다. HMM은 수익이 급감했다. KDB생명은 지급여력이 최하위권이다. 부채 관리를 위한 특별한 영업 기법도 보이지 않는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업들이 오랫동안 산은 자회사로 속해있다보니 현실에 안주하고 쇄신 의지를 잃는 이른바 '공기업병'에 걸린 것이 아니냐"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자회사의 기업 가치를 높이든 지, 신속히 매각 처리하든 지, 산은이 어느 하나라도 제대로 실력을 보여줘야 할 때다.

김경렬기자 iam10@dt.co.kr

[김경렬의 금융레이다] KDB산업은행, HMM 안 파나 못 파나
산업은행 여의도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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