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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탐험… 딸과 함께 대화 형식으로 풀어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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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용 책 펴낸 박정민 전북대 사학과 교수
동학농민혁명 130주년 호응 없어
혁명 중요성 비해 안타깝게 생각
초교생엔 역사 용어 자체 어려워
개념들 풀어 써야 할 필요성 느껴
[오늘의 DT인]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탐험… 딸과 함께 대화 형식으로 풀어냈죠"
박정민 전북대학교 사학과 교수<박정민 교수 제공>

"정부의 높은 사람들은 동학이 자신을 위협한다고 생각했어. 그래서 최제우와 동학을 믿는 사람들을 혹세무민(惑世誣民)의 죄로 체포한 거야."

"혹세 뭐?"

"혹세무민이라고 어지럽힐 '혹', 세상 '세', 속일 '무', 백성 '민'이야 합쳐봐."

"세상을 어지럽히고, 백성을 속인다?"

박정민(44·사진) 전북대학교 사학과 교수가 최근 출간한 '아이와 함께하는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탐험'의 한 구절이다. 박 교수는 딸 서현(15)양과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답사하면서 경험한 체험과 대화를 책에 담았다. 지역 곳곳에 남겨진 동학농민혁명과 관련한 구전도 전해주는 데 재미가 쏠쏠하다.

[오늘의 DT인]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탐험… 딸과 함께 대화 형식으로 풀어냈죠"
박정민 교수가 2월 출간한 '아이와 함께하는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탐험' 표지<사진출처=알라딘>

박 교수는 지난 2일 디지털타임스와 인터뷰에서 "2019년 SBS에서 방영한 드라마 '녹두꽃'을 보고 딸과 함께 동학농민혁명 유적지를 찾았는데, 문화재 안내판에 나온 역사적인 개념을 애들이 이해하기에 어렵다고 느꼈다"며 "딸에게 계속 풀어 설명하는 과정에서 직접 책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밝혔다.

아빠와 딸이 대화하는 형식의 구어체로 책을 집필한 이유도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이해를 돕기 위해서다. 박 교수는 "예를 들어 조선 후기 우리나라 연해에 나타난 '이양선'을 딸에게 설명할 때, 글자를 하나하나 풀어 설명했다"며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해왔던 것을 아이의 관점으로 풀어주니 훨씬 이해를 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 애들이 왜 역사를 싫어하는 지 알 것 같았다. 우리는 쉽다고 생각하는 데 역사 용어 자체가 어렵다"며 "앞으로 많은 개념들을 풀어 써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강조했다.

책을 쓰기 위해 현장에서 보낸 시간도 짧지 않다. 매주 주말 유적지를 찾았다. 총 기간으로 따지면 1년 정도다. 박 교수는 "전북연구원 다닐 때 다른 지역의 특징을 알기 위해 겸사겸사 다니기도 했다"며 "그러다보니 애들도 알게 모르게 유적지를 많이 따라왔다"고 전했다.


자녀들도 유적지 방문을 좋아한다고 한다. 답사 뿐만 아니라 자연도 체험할 수 있어서다. 박 교수는 "아이들이 풀밭에서 메뚜기로 잡고, 연못에 있는 개구리 알도 본다. 또 자전거도 탄다"며 "여러가지를 함께 할 수 있으니 크게 부담감이 없다"고 말했다.
[오늘의 DT인] "동학농민혁명 유적지 탐험… 딸과 함께 대화 형식으로 풀어냈죠"
박정민 전북대 사학과 교수가 전북 완주 대둔산항쟁전적비 앞에서 딸 박서현 양과 함께 찍은 사진<박정민 교수 제공>

아이 눈높이에 맞춰 동행하면서 연구자로서 그동안 생각치 못했던 부분도 깨달았다. 역사학을 너무 엄격하게만 접근해왔다는 사실이다. 박 교수는 "학자들은 사실이 아닌 얘기를 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있다"며 "다만 받아들이는 아이들의 경우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사적 사실에 전해져 내려오는 설화를 약간 섞어 얘기하면 너무 재미있어 한다"며 "때로는 융통성을 발휘할 필요도 있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교수가 이런 고민을 했던 이유는 그가 '정통파' 역사 연구자라는 기인한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데 필수적인 한문 공부를 위해 한국고전번역원 전주분원을 다녔고, 중국 연변대학교와 일본 규슈대학교에서 연수를 하며 역사에 대한 시야를 넓혔다. 단독 저서인 '조선시대 여진인 내조 연구'는 2016년 세종도서 학술 부문에 선정됐으며, 전북연구원에서 근무하며 크고 작은 연구 성취를 이뤄냈다.

책 곳곳에는 그가 역사를 대하는 자세가 묻어난다. 이야기를 정설로 알려진 내용을 토대로 구성했고, 용어도 동학농민혁명 기념관에 기재된 내용을 따랐다. 서문에도 그런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한다. 그는 "예를 들어 1차 봉기는 1차 농민전쟁, 1차 농민운동 등 여러 용어를 대신해 사용했다"며 "가장 예민하다고 할 수 있는 동학농민혁명도 마찬가지다. 갑오농민전쟁, 동학혁명, 동학혁명운동, 동학농민 혁명운동, 동학농민운동 등 수많은 용어가 있지만 여기서는 동학농민혁명으로 기술한다"고 적었다. 학자로서의 엄밀함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향후에도 대중역사서를 쓸 바람을 갖고 있다. 박 교수는 "쓰긴 써야 할 텐데 일에 치여 살다보니…"라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전북대에서 근무하고 있어 지역의 이야기를 쓸 수도 있다"며 "임진왜란 시기 웅치·이치 전투 등을 비롯해 여러가지 것들을 한 번 쓰고 싶다"고 밝혔다.

박 교수는 올해가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가 책을 쓴 또다른 동기이기도 하다. 그는 "동학농민혁명 130주년이지만 전혀 호응이 없다"며 "혁명의 중요성에 비해 많이 안타깝다는 생각이 든다"며 "평소에도 관련 단체나 연구자들만 관심을 갖고 있는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어 아쉽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동학농민혁명은 우리 역사에서 중요한 분기점으로 갑오개혁의 계기가 됐다. 동아시아의 질서를 바꾼 사건이기도 하다"며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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