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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역대급 비호감 美 대선, "바이든·트럼프 다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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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얼굴 다시 보고 싶지 않다는 유권자들
바이든·트럼프 다 싫다는 ’더블 헤이터’ 급증
제3 지대 부상하면 '불확정 선거' 치를 수도
’가장 분열적인 대선’ 오명, 韓도 예외 아냐
[박영서의 글로벌 아이] 역대급 비호감 美 대선, "바이든·트럼프 다 싫다"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 12일(현지시간) 각각 민주당과 공화당 대선후보 선출에 필요한 대의원 과반을 확보했다. 이로써 이후 경선 결과에 상관없이 두 사람은 양당의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지었다. 이렇게 대진표가 조기 확정되면서 역대 최장 기간의 미 대선 본선이 막을 올리게 됐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역대급 비호감 대선으로 꼽힌다. 4년 전 같은 얼굴끼리의 대결이라 식상하다. 게다가 노인끼리 맞붙어 유권자들의 열정마저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바이든도 싫고, 트럼프도 싫다는 '더블 헤이터'(double hater·이중 혐오자)가 그 어느 때보다 많아졌다. 이들이 11월 대선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현대사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대선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대선을 두고 "어쩌면 현대사에서 가장 당혹스러운 대선일 수 있다"며 "두 후보가 본격적인 난타전에 들어가기도 전에 유권자들이 환멸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WP는 미국인들이 바이든·트럼프의 재대결을 얼마나 싫어하는지를 수치를 통해 보여준다. '더블 헤이터'는 4년 전에 비해 확실히 많아졌다. 최근인 2∼3월 각종 여론조사에서 두 후보 모두 싫다는 응답자의 비율은 17∼24%에 달했다. 두 후보가 1차로 맞붙었던 2020년 대선에서 같은 답변을 한 응답자는 전체의 약 5%에 불과했다.

두 후보 모든 고령이란 점에 대한 반감도 강하다. 최근 ABC뉴스와 여론조사기관 입소스가 시행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는 바이든과 트럼프 모두 너무 늙었다고 답했다. 이 역시 전례 없는 것이다. 미국은 과거에 이렇게 고령인 후보들의 대결을 겪은 적이 없었다. '두 후보 모두 너무 늙었다'는 응답률이 지난해 5월과 9월의 여론조사에서는 각각 43%, 48%였던 것을 비춰보면 이 같은 생각을 한 유권자들은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올해 81세의 바이든 대통령은 미 역사상 최고령 대통령이다. 올해 11월 재선에 성공하면 87세에 두 번째 임기를 끝낸다. 기억력 감퇴로 인한 잇따른 말실수는 이미 유권자들의 뇌리에 박혀 있다. 트럼프는 올해 77세다. 바이든과 비교하면 목소리는 활기가 있다. 대체로 건강해 보인다. 하지만 4년 전 집회에서 봤을 때와 비교하면 늙은 티가 확 난다.

◇선거 승패 열쇠 쥔 '더블 헤이터'

이번 대선의 승패는 '이중 혐오' 유권자들의 선택에 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선 본선이 박빙인 상황에서 이번 대선 결과를 가를 결정적인 유권자는 둘 중 어느 후보도 좋아하지 않는 이들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일단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중도 하차하면서 그에게 몰려갔던 지지층 표심이 어디로 갈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이들은 대체로 '트럼프도, 바이든도 싫어서' 헤일리로 몰려갔던 지지자들이다. 이들은 대체로 고학력층, 도시 출신, 중도 성향 유권자다. 이들의 표심은 트럼프, 바이든, 부동 등 세 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래도 트럼프"라며 어쩔 수 없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찍겠다는 층이 있을 것이다. 트럼프에 환멸을 느끼는 공화당원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바이든 지지로 변심할 정도는 아니기 때문이다. 트럼프의 인성, 정신 건강, 사법리스크를 우려하지만 그래도 대선에서는 공화당이 이기는 데 투표할 것이란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이들은 '호재'가 될 수 있다. 현재까지는 트럼프 진영은 헤일리 지지층을 포섭하는 데 관심을 두지 않고 있다. 트럼프는 헤일리에게 화해의 손길을 내미는 대신 여전히 말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따라서 중도 성향의 헤일리 지지층들이 바이든에게 표를 던질 수 있는 것이다. 영국 일간 더 타임스는 CNN 방송의 노스캐롤라이나주 공화당 경선 출구 조사를 인용해 헤일리 지지층의 81%가 대선에서 트럼프에게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들 81%는 대략 25만표에 해당한다.

또한 유권자 중에는 기권 또는 제3후보에게 투표하기로 결정했거나, 아직 누구에게 투표할 지를 결정하지 못한 사람도 많다. 이들의 표심을 '제3지대'가 흡수한다면 이변이 일어날 수 있다. 중도 성향의 미국 정치단체 '노 레이블스'(No Labels)는 지난 8일 50개주 800명의 대의원이 참석한 가운데 화상회의를 열고 이번 대선에서 독자 후보를 출마시키기로 결정했다. 화상회의에선 "분별력 있는 유권자가 설 자리는 없다", "현상을 바꾸기 위해 용기 있게 행동해야 한다" 등의 목소리가 나왔다고 한다.

무소속으로 출마를 선언한 변호사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70), 환경정책을 강조하는 녹색당도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제3당·무소속 후보들은 중도·진보 표를 쪼갤 것으로 보여 바이든 대통령에겐 불리할 전망이다. 이미 민주당 경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항의하는 무효표가 다수 발생했다는 점은 이런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불확정 선거' 가능성도 배제 못해

더블 헤이터들이 늘어나고 제3지대 후보들이 표를 잠식한다면 낮은 확률이지만 '불확정 선거'(Contingent Election)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미 대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선거인단 투표에서 과반인 270표 이상을 얻어야 한다. 만약 바이든, 트럼프 두 후보가 모두 과반을 확보하지 못하면 수정헌법 12조에 따라 대통령 선출 결정권은 하원으로 넘어간다. 바로 불확정 선거다.

하원의원 수는 주별 인구에 따라 제각각이지만, '불확정 선거' 에서는 주별로 하원의원 1명씩을 대표로 뽑아 투표하게 된다. 50개 주의 대표 50명 가운데 26명 이상을 확보하면 대통령이 되는 것이다. 미국 역사상 하원이 대통령을 뽑은 사례는 2건이다. 1800년, 1824년 두 차례 있었다.

불확정 선거는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 사회적 갈등 등을 여실하게 보여준다. 이는 미국의 국제적 위상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이를 보면 올해 미국 대선은 미국 현대사에 가장 분열적인 선거로 기록될 것이 분명하다. 총선을 앞둔 한국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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