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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로봇에 심는 AI두뇌… `내 곁에서` 펼쳐지는 AI혁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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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KIRO 안전로봇실증센터 가보니…
케이블카 와이어로프 검사·남극탐사 등 험지서 활약하는 로봇
오픈AI·피규어AI "더 똑똑해지는 '휴머노이드' 제작 목표"
'고령화 시대' 독거노인 말벗·식사 도우미 로봇 상품가치 높아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 흥해읍 한국로봇융합연구원(KIRO) 안전로봇실증센터. 포항역에서 차로 20분 정도를 달려 영일만 신항을 지나자 동해와 마주한 3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수중로봇센터가 이웃하고 있고, 옆에는 로봇기업 뉴로메카의 신공장 부지가 조성돼 있었다. 폐배터리 재활용부터 양극재 생산까지 아우르는 에코프로그룹의 배터리 소재 제조거점도 확장일로였다.

센터 2층 연구실에서는 연구원들이 사무용 프린터보다 약간 큰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가로·세로·높이 60㎝ 정도의 로봇에는 케이블과 모터, 부품이 복잡하게 연결돼 있었다. 아래위에는 각각 손바닥 정도 크기의 검은색 바퀴가 두개씩 설치돼 있었다. 케이블카, 스키장 리프트 등의 와이어로프와 톱니바퀴에 결함이 있는지 현장에 가지 않고도 점검하는 원격검사 로봇이다. 케이블카나 스키장 리프트는 공중에 매달린 채 작동하고 강풍, 우천, 한파 등으로 사람이 접근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보니 안전점검에 어려움이 많다. 이때 사람을 대신해 줄 수 있는 게 로봇이다. 이 로봇에서 AI(인공지능)는 눈 역할을 한다. 연구원은 시제품을 개발해 강원랜드 하이원리조트에서 실증을 마친 데 이어 2026년까지 완성할 계획이다.

홍성호 책임연구원은 "아래위 두개씩, 총 4개 바퀴가 양쪽에서 로프를 잡아주고, 로봇에 달린 카메라 3대로 찍은 영상을 AI가 인식해서 크랙(균열)이나 단선 여부를 알아낸다"면서 "카메라로 안 보이는 로프 내부는 로봇에 설치된 비파괴검사 장치로 잡아낸다"고 말했다.

본관과 연결된 실험동에는 작년 12월 남극에서 실제 탐사작업을 벌인 '극한지 탐사용 자율주행로봇'이 있었다. 대형 SUV 차량 만한 이 로봇은 영하 40도를 오가는 남극에서 사람 대신 탐사활동을 펼친다. GPS(위성측위장치)로 위치를 파악하고 카메라와 3D스캐너, 라이다 센서, 열화상 카메라로 사방을 살피며 남극의 비밀을 파헤친다. 정구봉 KIRO 선임연구본부장은 "총 3대를 제작해 1대는 남극에, 나머지 2대는 이곳에 있다"면서 "극한지 탐사로봇은 우주탐사에도 기반기술로 활용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옆에는 반도체 공장 등에서 가스 배관 내부의 접합작업을 하는 '접합로봇'이 지름 2m가 넘는 대형 배관 안에 설치돼 있었다. 유독성 가스 때문에 방독면을 끼고 해야 하는 작업을 로봇이 대신해준다. 3개의 다리 끝에 바퀴가 달린 로봇은 둥근 배관 안에서 자유자재로 돌거나 움직이며 접합 수지를 바른다. 이 로봇은 일선 산업현장에 투입됐다. 연구원은 폐배터리 재활용, 제철, 건설, 국방, 농업 일선에서 활약할 로봇도 개발해 현장에 투입하고 있다. 아이들의 친구이자 선생님 역할을 하는 서비스 로봇도 개발 중이다.

정 본부장은 "기업들이 산업현장에서 위험하고 힘든 일을 로봇으로 대체하기 시작했다. 전체 제조공정을 대상으로 로봇 적용 로드맵을 그리고 실행에 옮기고 있다"면서 "그들과 호흡을 맞춰 평균연령 30대 중반인 젊은 연구원들이 열정으로 AI시대 첨단 로봇 연구개발과 상용화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텍스트에서 시작한 생성형AI 혁명이 음성, 이미지, 영상으로 이어지면서 변화의 힘이 더 강력해지고 있다. 여기에 클라우드라는 거대 플랫폼에서 작동하던 AI가 스마트폰 같은 기기 안에 담기면서 피부 위, 손위 AI 시대가 열리고 있다. AI는 로봇에 두뇌로 심어지면서 물리적 세계에서 또 한번의 변혁을 가져올 전망이다. AI에서 복합적인 지능을 가지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AGI(범용인공지능)가 꿈의 영역이라면, 로봇에선 진짜 사람같이 이해하고 동작하는 휴머노이드 로봇이 도달하기 힘든 궁극의 지점으로 여겨져 왔다. 둘 다 수십년 내에 이루지 못할 목표로 여겨졌다. 그러나 초거대 AI의 등장은 기존 기술발전의 속도와 상식을 뒤집었다. 신약부터 핵융합, 배터리 소재에 이르기까지 온갖 난제를 풀고 있는 AI가 로봇의 두뇌로 장착되면 폭발적 파괴력을 가질 것으로 기대된다.

초거대 AI 분야 선두기업 오픈AI는 휴머노이드로봇 스타트업 피규어AI와 AI를 물리적 로봇에 심는 작업을 시작했다. 대화를 나누고 실수를 통해 배우며 점점 더 똑똑해지는 사람 같은 로봇용 AI 모델을 만드는 게 목표다. 피규어AI는 최근 오픈AI, 마이크로소프트, 엔비디아, 아마존, 인텔, 삼성, LG 등이 총 6억7500만달러(약 9000억원)를 투자한 기업이다. 직원 100명이 안되는 스타트업에 글로벌 대표 기업들이 돈을 싸들고 줄을 선 것은 다음 'AI 혁명'의 진원지로 로봇을 지목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가 인수한 보스턴다이내믹스와 테슬라도 휴머노이드로봇 선두자리를 두고 경쟁하고 있다. 수학적 계산식과 시나리오 기반 프로그래밍에서 벗어나 상황을 이해하고 소통하며 스스로 걷는 로봇은 산업현장뿐 아니라 생활 속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가질 전망이다.



여준구 KIRO 원장은 "그동안 기계의 영역이었던 로봇에 진화된 AI가 심겨서 사람과 소통하고 힘든 일을 대신해주면 저출산·고령화를 비롯한 많은 문제에 해법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고령화 시대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은 노인들의 말벗이 돼주고 식사, 활동 등을 유도하는 로봇은 상품가치가 매우 높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수술로봇은 이미 확실한 성공사례로 자리 잡았고, 로봇이 줄 수 있는 가치를 증명했다. 최근에는 의사가 원격조정하던 데에서 나아가 자율수술도 시도되고 있다"면서 "궁극적으로는 영화의 한 장면처럼 환자 혼자 수술실에 들어가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했다.

정 본부장은 "텍스트를 제시하면 영상을 만들어주는 오픈AI의 비디오 생성모델 '소라'를 보면 AI의 발전속도가 놀랍다. 지금까지 로봇은 특정 작업을 하려면 관절을 몇도 움직이라는 등 일일이 수식으로 알려줬어야 하는데 AI와 결합하면 수학모델이 없어도 직관적, 경험적으로 주어진 작업을 익히고 소통하는 사람 같은 로봇이 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글·사진/포항=안경애기자

naturean@dt.co.kr

[기획] 로봇에 심는 AI두뇌… `내 곁에서` 펼쳐지는 AI혁명
지난달 29일 경북 포항 흥해읍 한국로봇융합연구원 안전로봇실증센터에서 정구봉(왼쪽 두번째) 선임연구본부장, 홍성호(네번째) 책임연구원 등이 스키장리프트 등의 와이어 로프와 톱니바퀴를 원격에서 검사하는 로봇을 테스트하고 있다. 로봇에는 3대의 카메라가 설치돼 AI 영상인식으로 문제를 찾아낸다. 급격하게 발전하는 생성형 AI, 초거대 AI가 로봇의 두뇌로 심기며서 'AI+로봇 융합 빅뱅'이 현실화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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