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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돈 주고 샀는데 마피"… 중산층의 꿈 `지산`의 배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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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규제 완화로 상품가치 ↓
고금리 유지로 이자부담 늘어나
"단기간 해결 불가능·공실 예견"
"부가세 환급도 포기할게요. '무피(無 프리미엄)' 아니라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도 있어요."

부동산 시장의 아파트 대체 투자상품으로 각광받았던 지식산업센터가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입주가 시작된 경기 고양시 향동지구 일대 지식산업센터들은 분양가를 밑도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수도권 서북부 최대규모 지식산업센터로 주목받았던 향동지구의 한 지식산업센터는 지난해 입주를 시작했지만 여전히 입주율은 50%에 미치지 못한다. 지난 2021년 3.3㎡당 830만원대에 분양했던 이 지식산업센터는 현재 700만원 초반대까지 낮춘 매물까지 나왔다. 분양 당시 완판은 물론이고 '피(프리미엄)'가 붙어 3.3㎡당 1000만원 이상에 거래됐던 곳이었다.

인근 A부동산중개업소는 "향동지구에서 처음 분양한 대형 지식산업센터라는 화제성이 있어 은퇴 자금을 쥔 베이비부머 세대가 여러 채를 사서 임대수익을 올리겠다고 했던 곳"이라면서 "입주하려는 기업들이 줄어들고 금리는 내려올 줄 모르면서 무피·마피 매물도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향동지구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에 입점한 B씨는 "입주를 먼저 시작한 향동 5블록의 경우 입주율은 현재 약 42%이고, 9블럭은 이번주, 6블럭은 다음주부터 줄줄이 입주를 시작한다"면서 "6·9블럭은 호실이 1200개정도로, 제대로 된 관리단구성이 쉽지는 않고 임대도 쉽게 진행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같은 어려움을 겪는 것은 고양시 뿐만이 아니다. 비슷한 시기 분양한 수원 삼성전기 인근 한 지식산업센터는 유치가능업체만 약 300곳이지만 현재 10곳도 입주를 마치지 못했다. 지난해 본격적으로 입주를 시작하면서는 계약금을 포기한 매물이 쌓이고 있다. 적은 투자금으로 안정적인 수익으로 올릴 수 있다고 광고했던 평택 해창리 일대 지식산업센터들에서도 완공이 되고도 임차인을 찾지 못한 수분영자들이 세금과 관리비, 이자 부담에 '급매'로 내놓고 있다.

과거 '아파트형 공장'으로 불렸던 지식산업센터는 2009년 이름을 바꾸고 외관까지 오피스텔과 같은 세련된 모습으로 탈바꿈하면서 시장에서 크게 환영받았다. 계약금 10%만 준비하면 입주 시까지 추가 자금이 필요 없다는 말에 중산층 투자자들은 가족 명의까지 빌어 수채를 분양받았다. 분양 현수막이 걸리기 무섭게 '완판'이 되는 일이 허다했다. 이 시기(2020년부터 2022년 2분기) 연평균 20%가 넘는 기록적인 가격 상승을 보이기도 했다.

서울 금천구와 서울 성동구, 경기 고양·화성·수원·평택·하남 등 수도권을 중심으로 지식산업센터 분양은 봇물을 이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0년 전국 481곳에 불과했던 지식산업센터는 지난달 현재 총 1529곳에 이른다. 특히 2020년 4월(1167곳) 이후 362곳이 늘었다.

지식산업센터가 베이비부머 등 중산충의 투자처로 떠오른 것은 아파트와 달리 청약 제한이나 종합부동산세, 전매제한 등 각종 규제가 없기 때문이었다. 입주 후 일정 기간 법인세 100%, 취득세 50% 감면과 같은 세제 혜택도 주어진다. 분양가의 최대 80%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이렇게 반사 이익을 얻었던 지식산업센터의 지위는 3년이 채 지나지 않아 완전히 달라졌다. 아파트 규제 완화로 대체 상품으로서의 매력이 반감한데다 고금리가 유지되면서 이자 부담은 크게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식산업센터 투자가 활발히 진행됐던 2020년 2% 후반대였던 대출금리는 7~8% 수준으로 뛰었다.

대출 원리금을 제때 갚지 못하게 된 수분양자들의 매물은 이제 경매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경·공매 데이터 전문 업체인 지지옥션에 따르면 지난해 경매시장에 나온 지식산업센터는 총 688건으로 전년도(403건)에 비해 70% 증가했다. 매물은 쏟아진 반면 수요는 줄면서 경매 물건 가운데 28.9%만이 새 주인을 찾았다. 2022년(45.2%)에 비해 16.3%포인트 낮아진 낙찰률이다. 감정가 대비 낙찰가율 역시 2022년 88.7%에서 지난해 71.2%로 낮아졌다.

공실 증가와 가격 급락 문제는 단기간에 풀리기 어려울 분위기다. 고금리 기조와 경기 하락으로 주요 입주사인 지식·정보통신(IT)산업의 중소·벤처기업들이의 입주 수요도 줄어들었다. 활황기에 착공한 지식산업센터들의 준공이 이어지면서 공급 과잉도 가속화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도 건축 중인 지식산업센터가 줄줄이 준공을 앞두고 있는데,수도권 내 미착공 물량과 기허가 물량이 아직 수백곳이 남았다. 단기간에 해결은 거의 불가능하고 대규모 공실은 예견돼 있다"고 전했다. 이윤희기자 stel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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