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古典여담] 橫渠撤皮 <횡거철피>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古典여담] 橫渠撤皮 <횡거철피>
가로 횡, 개천 거, 거둘 철, 가죽 피. 장횡거(張橫渠)가 호피(虎皮) 자리를 거둔다는 뜻이다. 후배의 재능을 알아보고 자신의 자리를 내준다는 의미다. 횡거는 북송(北宋) 최고의 철학자 장재(張載, 1020~1077)의 호다. 호피는 학문을 강론하는 스승의 자리를 뜻하는 상징적 물건이다. 호피는 명신이나 대학자들에 내리는 황제의 귀한 선물이었다. 장재는 지지(知止·자기 분수에 넘치지 않도록 그칠 줄을 앎)를 잘 실천한 인물로 유명하다.

장재는 학문이 높고 강의도 잘해 그의 집은 가르침을 얻으려는 사람들로 항상 붐볐다. 어느 날 정호·정이 형제가 그를 찾아 주역에 관한 가르침을 청했다. 그러면서 주역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말했다. 장재가 그들의 말을 들어보니 오히려 자신보다 경지가 더 높다는 것을 알았다. 장재는 앉아있던 호피 자리에서 주저없이 일어나 사람들을 향해 "지금까지 나의 강의는 잘못되었으니 모두 잊어버려라. 대신 정씨 형제를 스승으로 삼으라"고 말했다. 그리고는 호피를 미련 없이 빼버리고 고향인 섬서성으로 돌아갔다. 그는 후대 학자들의 귀감이 됐다. 주자학의 창시자 주희(朱熹)의 이정어록(二程語錄)에 전하는 이야기다.

노자(老子)도 가야할 때를 분명히 알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노자는 도덕경(道德經)에서 '만족할 줄 알면 욕되지 않고, 그만둘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길이 오래도록 편안할 수 있다(知足不辱 知止不殆 可以長久)'고 설파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각종 혁신안을 쏟아내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지만 아직 결과물은 미미하다. 특히 당 지도부, 중진, 윤석열 대통령 측근에 대한 불출마 혹은 수도권 험지 출마 요구에는 당사자들의 호응이 사실상 전무한 상태다. 오히려 세 과시를 하는 의원도 있다. 자신이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면 횡거철피의 자세로 물러남이 옳다. 구질구질하게 자리에 연연하다 부끄러운 행적을 남긴 이들이 의외로 많음을 왜 모르는가. 박영서 논설위원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