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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럼] 기쁨과 걱정 혼재한 콩쿠르 입상 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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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월간객석 발행인
[포럼] 기쁨과 걱정 혼재한 콩쿠르 입상 소식
얼마 전 광화문 광장에서 열렸던 서울시오페라단의 야외오페라 '카르멘'을 보고 왔습니다. 워낙 대중적으로 많이 알려진 오페라여서 거리공연이 가능하겠다 싶으면서도 은근 걱정이 됐습니다. 복잡하기로 유명한 그 거리에서 '교통 통제도 안 한다는데 과연 오페라 공연이 가능할까' 싶어서요. 현장에서 만났던 민간 오페라단 단장들도 우려 반 호기심 반으로 왔다고 하더군요. 결과는?

우려와 달리 나름의 성과가 있었습니다. 공연 시작 전 선보인 폴 댄스와 막간의 불쇼가 다소 생경스럽긴 했으나 오가는 행인들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효과가 있었지요. 한두 번씩 굉음을 울리고 지나가는 스포츠카의 엔진 소리도 크게 거슬리지 않았으며 오히려 현장감까지 느끼게 하더군요. 공연 시작 전부터 세종문화회관 앞 계단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던 관객도, 지나가는 행인도 모두 가을밤의 낭만을 만끽한 순간이었습니다.

아침저녁으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오는 지금, 시차 때문에 밤 늦게 들려온 기쁜 소식도 있어 여러분께 알려드립니다. 안네 소피 무터의 제자였던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이 독일 쾰른대학에 정교수로 취업되었다고 합니다. 그녀는 어린 나이에 독일로 건너가 스승과 함께 많은 실내악 공연을 다녔는데, 이제 그 실력을 인정받아 삼십 중반에 명문 음대의 교수가 된 것입니다. 그 이틀 후엔 첼리스트 박진영이 미국 카네기멜런대학의 교수로 채용됐다며, 작년에 피츠버그 심포니 오케스트라 악장으로 임명된 남편과 함께 현지에서 활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왔지요.

신시내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부지휘자로 임명돼 작년부터 미국에 거주했던 이승원은 수석 부지휘자로 계약을 갱신했다고 하니, 풋풋하던 청년 지휘자에서 관록을 쌓아갈 중견 지휘자로 성장할 발판을 마련한 셈입니다. 또 얼마 전 열렸던 독일 ARD 콩쿠르 비올라 부문에선 이해수가 우승했고, 중국 하얼빈에서 열린 앨리스 앤 엘레노어 쇤펠트 현악 콩쿠르의 바이올린 부문에선 최정민이 우승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이러한 소식을 들으면 저는 인척도 아닌데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낍니다. '객석'을 맡은 후 그들의 어린 시절부터 쭉 지켜봐 온 시간 때문일까요? 물론 이들의 성공 뒤에는 본인의 피땀 어린 노력과 그들을 묵묵히 지원한 가족들, 스승의 그림자 같은 뒷바라지가 있었겠지요.

그중에서도 24시간 밤낮없이 자식들을 밀착 수행하는 어머님들의 수고야말로 세계가 주목하는 'K-클래식'을 이루는 'K-맹모삼천지교'가 아닐까 싶습니다. 예원학교 2학년인 이재리(첼로)와 3학년생인 김서현(바이올린)의 수상 소식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재리는 어린 나이 때문에 매번 주니어 콩쿠르에만 참가, 이자이 국제콩쿠르 우승 및 여러 뛰어난 성과를 기록해 왔는데요. 이번에는 나이 제한 없는 이탈리아 키에티 클래시카 콩쿠르에 최연소로 참가하여 3위에 입상했습니다.

14살의 김서현도 26세 이하면 누구나 참가 가능한 티보르 버르거 바이올린 콩쿠르에 나가 최연소 우승을 거머쥔데다 재단 측으로부터 과다니니를 기한 없이 대여받았다고 행복한 미소를 지었지요. 그 역시 작년에 토머스 앤 이본 쿠퍼 콩쿠르 우승을 비롯하여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해온 재원입니다.

독자 여러분도 한국의 20대 연주자들이 세계적인 수준의 콩쿠르에서 우승했단 소식은 수시로 접하시겠지만, 이번 10대들의 우승 돌풍은 정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 음악 영재들의 계보가 끊기지 않고 잘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는 반증이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제가 이 학생들과 어머니를 같이 만난 이유는 걱정이 앞서서였습니다. 제가 지금껏 지켜본 바로는 어린 나이에 실력이 출중하면 여기저기서 공연 제의가 들어오게 마련인데, 이에 응하다 보면 가장 중요한 연습에 차질을 일으키는 것은 기본입니다. 한때의 각광이 아티스트들의 심성에 변화까지 일으키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하여 10대 초반에 뛰어났던 학생들이 그 이후 아무 성과 없이 허송세월 하는 경우를 보면, 그냥 말없이 지켜보는 게 이들을 위한 최선책일 듯도 합니다.

물론 기쁜 소식만 있는 것도 아닙니다. 여름방학 기간 중 고국에서 열린 콩쿠르 우승으로 유명해진 어느 비올리스트는 군 문제 때문에 걱정이 크더군요. 병역특례법으로 지정된 제네바 콩쿠르와 막스 로스탈 콩쿠르 중 하나에 입상을 해야 하는데요, 제네바 콩쿠르는 비올라 부문이 2005년 이후로 개최되지 않고 있는 상태라 합니다. 막스 로스탈 콩쿠르는 3년 주기로 베를린에서 열리는데, 2019년 이후 코로나로 연기돼 내년에나 다시 열린다고 합니다.

어쩌면, 이제 하나밖에 남지 않은 이 콩쿠르에 한국의 젊은 남성 비올리스트들이 총출동하는 해프닝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기도 합니다. 당국은 더 이상 열리지 않는 제네바 콩쿠르를 제외하고, 다른 콩쿠르를 선정해 젊은 음악가들에게 합리적인 배려를 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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