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명절에도 배는 떠야지요"....추석연휴 반납한 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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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역무원부터 고속버스 기사, 경찰, 소방대원, 간호사들
연휴에도 사회 기간시스템과 질서 작동시키기 위해 땀 흘려
'사회 신경망' 통신도 바닷길, 육지까지 더 많아진 이동 도와
"명절에도 배는 떠야지요"....추석연휴 반납한 이들
2500대의 어선을 위해 365일 24시간 뱃길 통신을 제공하는 KT 화성송신소 전경. KT 제공

"추석 연휴요? 연장근무가 일상이지요. 쉬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사람들이 불편 없이 이동하도록 돕는 게 우리 일이니까요."

서울교통공사에서 지하철 역무원으로 일하는 A씨의 얘기다.

추석 연휴 사람들이 모처럼 긴 휴가를 즐기는 가운데도 평소와 똑같이 일의 현장을 지키는 이들이 있다. 지하철 역무원부터 고속버스 기사, 경찰, 소방대원, 간호사 등이다. 이들은 연휴에도 사회 시스템이 문제 없이 돌아가고 질서가 유지될 수 있도록 보이지 않는 곳에서 땀을 흘린다. 이들이 어려움 없이 일할 수 있도록 신경망이자 맥박 역할을 하는 통신서비스를 연결해 주는 이들도 있다.

◇망망대해를 떠나는 선박과 연결되는 통신 맥박

경기도 화성시 서쪽 끝 제부도 넘어가기 직전에 광활하게 펼쳐진 안테나 부지. KT 화성송신소는 뱃사람들에게 육지 소식을 전달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 5만평 부지에 구축된 안테나에서 송출하는 전파는 출력 세기가 높아 연근해 어선뿐만 아니라 태평양·대서양 원양어선까지 곳곳에 가 닿는다.

김기평 KT 서울무선센터센터장은 "명절에도 배는 떠야지요. 올 추석연휴에도 센터를 비울 수가 없으니 교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 센터가 멈추면 바닷길이 얼어붙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지금도 약 2500대의 선박이 KT가 운영하는 선박무선 서비스를 통해 육지와 통신하고 있다. 이들을 위해 서울무선센터와 화성송신소를 포함해 약 20명의 베테랑들이 뱃길을 지킨다.

김 센터장은 "우리도 거의 뱃사람과 마찬가지입니다. 예전만큼 통신 물량이 많지는 않지만 80년 넘게 바다 곁을 지키는 것은 명절이든 언제든 사람들이 필요로 할 때 통신이 바로 연결돼야 한다는 사명이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명절에도 배는 떠야지요"....추석연휴 반납한 이들
2500대의 어선을 위해 365일 24시간 뱃길 통신을 제공하는 KT 화성송신소 전경. KT 제공

◇참치 원양어선부터 연근해 고기잡이 배까지 아우르는 소통망

KT는 1939년 개소한 서울무선센터를 중심으로 84년간 선박무선통신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무선센터는 오대양을 항행하는 선박과 육지를 이어주는 국내 유일한 선박무선통신을 제공하는 곳이다. KT는 서울무선센터와 함께 화성송신소, 천안수신소, 전국 37국소의 원격 해안국을 운영하고 있으며, 그 중 화성송신소는 단파와 중단파를 통해 먼 바다로 통신서비스를 제공하는 역할과 함께 야간에 전국 원격 해안국을 관제하는 역할을 한다.

선박무선통신은 단파(High Frequency), 중단파(Middle Frequency), 초단파(Very High Frequency) 대역의 무선주파수를 이용해 육지-선박, 선박-선박을 연결해 재난구조, 긴급통신, 일반공중통신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전파의 특성에 따라 단파는 3~30MHz 대역을 이용하는 전리층 반사파로 5대양 6대주와 통신이 가능한 원거리 통신을 지원한다. 단파는 100km에서 200km 고도에서 지구를 둘러싸고 있는 전리층을 통과하지 못하고 지표와 전리층을 왕복하며 반사되기 때문에 적은 에너지로도 장거리 통신이 가능하다. 중파는 2MHz대를 이용하는 지표파로 연근해(육지로부터 약 200KM)를 지원하며, 초단파는 150~162MHz대를 이용하는 직접파로 근해(육지로부터 약 40KM이내)의 선박을 지원한다.

◇조난 등 긴급상황엔 자동으로 위치 전송


주요 서비스로는 선박무선전화, 선박 자동조난수신서비스, 선박무선전보 등이 있다. 선박무선전화는 육상 가입자가 선박과 통화를 원할 경우 선박전화 신청번호 105(전국동일, 무료전화)번으로 접수하면, 무선국 교환원이 선박명, 호출부호, 선박위치, 선원명 등 내용을 접수해 전화 연결을 해주는 방식이다. 반대로 선박에서 육상과 통화를 원할 경우 해당지역 무선국을 호출해 교환원을 통해 연결할 수 있다.
선박 자동조난수신서비스는 선박의 조난 등 긴급 상황 발생시 선박이 보유하고 있는 조난 단말장치를 통해 데이터 신호를 자동으로 송출하고, 해안 원격국 수신기를 통해 접수된 신호를 자동으로 해양경찰청으로 선박식별번호, 발송위치(위·경도, 도·분·초 표시)를 SMS 및 FAX로 동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이와 함께 KT 근무자는 조난 수신여부를 해경 상황실 근무자에게 유선으로 확인한다.

"명절에도 배는 떠야지요"....추석연휴 반납한 이들
2500대의 어선을 위해 365일 24시간 뱃길 통신을 제공하는 KT 화성송신소 전경. KT 제공

◇선박무선통신, 국제협약에 따라 기술표준·의무 규정

선박무선통신은 해상인명안전국제협약(SOLAS)에 따라 회원국가들이 자국의 법과 규정에 반영하고 있다. KT는 국내 유일 선박무선통신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국제해사기구(IMO)와 국제통신연합(ITU)의 기준에 따라 설비를 운용중이고, 조난안전시스템(GMDSS) 제도에 따라 재난안전설비를 도입했으며, 국제 해사기구에 등록되어 있다. GMDSS(Global Maritime Distress Safty System)는 전세계 해상조난 안전시스템으로, 항행하는 해역에 따라 선박에 갖추어야 할 의무설비를 각국의 선박에 탑재하도록 규정하고 조난사고시에 의무설비를 이용 인근 선박 및 해안국에 알리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선박무선전화, 선박자동조난수신서비스는 선박의 위치에 따라 원양은 단파, 연근해는 중파 및 초단파 주파수를 이용한다.

◇모스 전신으로 선원 아내 출산, 부친 작고 소식 전하기도

선박무선전보는 개인, 기업 들이 115전보와 FAX 등으로 KT서울무선센터로 메시지를 전달해오면 이를 모스부호로 바꿔 단파를 이용해 먼 바다와 송수신하는 서비스다. 모스통신은 발명된지 180년이 넘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통신 수단 중 하나로 모스 기반의 전신 서비스는 KT가 지난 2월까지 약 82년간 운영했고, 지금은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그 긴 역사 속에서 선원 아내가 순산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하고, 부친이 작고했다는 슬픈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고. 특히 2002년 월드컵 시즌에 한국 경기가 있는 날에는 모스 부호로 경기 내용을 생중계 했으며, 여기 저기 바다 한 가운데서 "감사"하다는 내용으로 회신들이 왔다고 한다.

◇산, 바다 어디서나 통신이 닿을 수 있게

KT 선박무선인프라 중에서 화성송신소는 '장거리 슈터' 역할을 하는 곳이다. 화성송신소에 단파용 LP안테나가 33기 구축되어 있으며, 중단파용 DB안테나가 6기, 철탑이 69기 등이 구축되어 있다. LP안테나는 피쉬본 안테나(Fish-bone)로도 불리는데 생선가시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피쉬본 안테나는 소자의 길이와 비율이 일정 비율로 설계돼 복사 효율이 우수하고, 광대역 대출력 성능을 기반으로 단파 원거리 무선통신을 지원한다.

KT가 제공하는 선박무선서비스는 2000년부터 보편적 역무로 지정됐다. 보편적 통신 역무는 사회 질서를 유지하거나 시민 안전에 필요한 서비스로 모든 시민에게 언제 어디서나 적정 요금으로 제공되어야 할 기본적인 통신서비스로 KT가 운영하는 공중전화와 시내전화도 이에 속한다.

통신기술의 발달로 위성을 통해 산과 바다 어디든 통화를 할 수 있게 됐고, 많은 선박에서 위성전화를 이용하고 있지만 생존성이 가장 높은 비상·긴급 통신 수단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수익성은 떨어지지만 공익성 측면을 고려하면 포기할 수 없는 서비스다.

KT 관계자는 "위성통신, 5G 등 최첨단 통신 서비스를 제공하고, 6G R&D 미래 통신 기술 개발에도 매진하고, 보편적 역무 제공도 KT의 중요한 역할이자 책임"이라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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