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사설] 채무조정 신청 폭증… 부실 막아야 하지만 무원칙 구제 안돼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사설] 채무조정 신청 폭증… 부실 막아야 하지만 무원칙 구제 안돼
15일 서울 서초구 교대역에 개인회생·파산면책 전문 법무법인 광고가 붙어 있다. 연합뉴스



원금은 물론 이자도 제때 갚지 못해 급기야 채무조정을 신청하는 이들이 폭증세다. 15일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비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채무조정 신청자는 9만1981명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불과 반년 사이 채무조정 신청이 지난해 전체 신청자의 70%에 육박한 것이다. 게다가 신속채무조정이 급증하고 있어 우려감을 키운다. 현재 채무 상환이 정상적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연체가 우려되거나 연체 기간이 30일 미만인 경우 연체 이자 감면 등을 받을 수 있는 신속채무조정의 경우 신청자는 2만1348명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전체 신청자 수준과 비슷한 수준이다.

더 큰 문제는 여러 계좌를 통해 대출을 받은 다중채무자까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1개 계좌를 통해 대출받은 경우는 4891건에 불과한 반면, 4~9개 계좌를 이용한 경우가 4만7403건으로 가장 많았다. 심지어 10개 이상 계좌를 튼 건수도 상당했다. 이른바 '돌려막기'에 나선 것으로 파악된다.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이렇게 채무조정 신청이 폭증하는 것은 고금리 기조 속에서 경기 회복이 지연되면서 한계 차주들의 부실이 본격화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제 부채 폭탄이 터지기 직전까지 왔다는 느낌이다.


상황이 심상치 않다. 양도 질 모두가 위험하다. 집단 파산이 속출해도 이상하지 않게 됐다. 자칫 20년 전 카드대란 당시 수백만명이 신용불량자로 전락했던 사태가 재현될까 두렵다. 정교한 연착륙 대책이 필요하다. 채무조정 프로그램을 재정비해 이들의 숨통을 틔워주어 금융리스크 확산을 막아야 한다. 일단 오는 9월 종료될 자영업자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조치를 당분간 이어가는게 바람직해 보인다. 제때 실행하는 것도 관건이다. 실기해 화를 키워선 안 된다. 다만 철저한 옥석 가리기로 모럴해저드를 최소화하는 것이 마땅하다. 금융당국은 금융기관들과 함께 지원대상, 심사기준 등을 합리적으로 설계해 도덕적 해이를 차단해야 할 것이다. '힘들면 돈 갚지 않아도 된다'는 그릇된 인식이 나오지 않도록 보다 절도 있는 정책이 요구된다.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