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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정당현수막 강제철거, 국민이 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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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상규 변호사·경찰청 수사심의위원회 위원
[시론] 정당현수막 강제철거, 국민이 원한다
필자는 출퇴근길에 아파트 출입구에 걸려 있는 정당현수막을 보면서 저 흉물들을 좀 없앨 방법이 없는지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최근 인천시가 옥외광고물 조례를 통해 지정 게시대에 게시하지 않은 정당현수막들을 철거하기 시작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그에 더하여 해당 조례는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만 허용하고, 혐오나 비방 내용까지 금지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인천에 이어 광주에서도 정당현수막이 제한 없이 게시되는 것을 막는 조례가 시행될 예정이고, 울산에서도 정당현수막 전용 게시대 65개를 별도로 설치한다고 한다.

하지만 행안부는 인천시 조례에 대해 상위법 위반으로 무효확인 소송 및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제기해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입법자들의 결정인 옥외광고물법이 지자체 조례보다는 상위법이라 행안부의 승소가 예상되지만 승패 여부를 떠나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해 놓은 옥외광고물법이 국민정서 위반이라는 이유는 차고 넘친다.

먼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는 2023년에 정당현수막의 난립이라니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단어의 수가 제한적이어서 문자발송, SNS 등을 통해 충분히 내용전달이 가능하므로, 길가에 현수막을 걸어서 메시지 전달을 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다. 해당 지역구 정치인은 지역민들의 전화번호를 대부분 확보하고 있다. 선거를 위한 필수품이다. 그래서 현수막에 적시하고 싶은 메시지를 문자로 발송하면 된다. 그런데 지역구 유권자들의 전화번호 약 10만개 이상의 메시지를 발송해야 하다 보니 그 비용이 더 비싸서 현수막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도 든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정치관련 정보의 선택권 침해가 크다. 정치인이 문자발송, SNS 등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경우에는 해당 문자를 받기 싫은 사람은 이를 수신거부하면 되고, 해당 정치인의 SNS를 보기 싫은 사람은 연결을 끊으면 된다. 보고 싶은 사람은 찾아 들어가서 보면 된다. 현수막을 통해 강제로 메시지를 주입하도록 만드는 방식은 유권자들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비민주적 행위이다.

정당현수막의 내용이 오히려 옥외광고물법 위반인 경우도 많다. 옥외광고물법은 정당현수막을 포함하여 모든 광고물이 청소년의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을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당현수막 내용을 살펴보면 대부분이 상대방에 대한 야유와 비난, 조롱 일색이다. 심지어 성적 표현이 포함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야유와 비난이 섞인 내용들이 청소년의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되는 내용인지 아니면 보호·선도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내용인지는 정치인들 스스로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정당현수막의 내용에는 상대방에 대한 조롱과 비난 외에 스스로의 공로를 자화자찬하는 내용이나 국경일에 맞는 인사 정도가 담긴다. 그 외에 다른 내용을 거의 볼 일이 없다. 이렇게 자신들의 공로를 자랑하고 다음 선거를 준비하는 입법자들의 이기주의로 인하여 정치신인들은 현수막을 활용할 기회가 차단되는 차별까지 벌어지고 있다.
삼성동에 가면 광고영상이 크게 게시되는 옥외광고판을 많이 볼 수 있다. 아름다운 영상과 재미난 볼거리로 강남의 명물이 되어 가고 있는데, 이런 경우에는 자유표시구역으로 규제를 풀면 관광자원이 되던지 부가가치 창출이라도 되지만 정당현수막은 디자인도, 내용도 예쁘지 않다. 삼성동에서 옥외광고판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있어도 정당현수막 사진을 찍는 사람들은 없다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필자는 현수막의 위험성을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을 변호해 본 경험이 있다. 사거리 교차로를 지나던 차량이 현수막에 의해 가려져서 보이지 않았고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교차로로 진입하던 운전자가 그 차량을 충돌하는 사고를 내어 탑승자 8명이 사망한 사건이었다. 이 사건에서 현수막을 걸어 놓은 회사가 보험회사에 전체 배상금의 10%에 해당하는 배상책임을 졌다. 옥외광고물법이 존재하는 이유이며, 현수막이 난립하면 안 되는 이유를 단적으로 말해주는 사건이다.

차라리 국민투표로 결정했으면 한다.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권익과 관련 된 법을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정하는 것은 이해충돌 행위이며 이러한 이해충돌 행위는 그 효력을 부인하고 국민들의 뜻에 따르는 것이 맞다.

국민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 하지만 정당현수막의 난립은 공해이다. 당연히 제작 및 폐기(15일만 게시가 가능함)로 인한 환경오염도 심각하다. 마음 같아서는 정치인들이 솔선수범하여 정당현수막 자체를 불법으로 규정하여 깨끗한 거리를 만드는데 앞장 서 주기를 바라지만 만약 그것이 힘들다면 옥외광고물법을 인천시 조례의 내용대로 매우 제한적으로 게시하도록 개정하는 것이 정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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