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최원목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감정적 접근 안 된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2002102269660002[1].jpg "[최원목 칼럼] 후쿠시마 오염수, 감정적 접근 안 된다")
그렇더라도 해양방류를 반대하는 이유가 감정적이고 비논리적인 수준이어서는 안 된다. ALPS의 신뢰성에 대한 문제는 IAEA의 검증이 있을 것이고, 우리 정부도 검증단을 보내 확인 작업까지 진행한 후 최종보고서를 준비 중이다. 대다수의 원자력 전문가 의견은 ALPS를 거친 해양방류는 안전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북태평양 해류의 이동 경로를 고려할 때, 방류물질이 우리나라 해역에 도달하는데 수년이 걸리는 점까지 감안하면, 우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만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삼중수소와 탄소-14는 ALPS가 걸러낼 수 없는 방사성물질이나, 소량일 경우 무해하며 설령 인체에 흡수되더라도 빠르게 배출된다는 것이다. 일본정부는 ALPS를 통과한 삼중수소와 탄소-14를 바닷물에 희석하여 세계보건기구의 식수 기준 7분의 1 정도로 농도를 낮추어 방류하겠다는 방침을 확정한 바 있다.
이에 대해, 환경단체나 해양생태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장기적이고 잠재적인 측면에서의 문제점이 지적되고 있다. 삼중수소가 해양에 방출되어 발생하는 잠재적 위험도 고려해야 하기에 해양 방류를 막아야 한다는 게 반대론의 핵심이다. 삼중수소가 바닷속에 있는 생물체를 통해 섭취되어 유기화합물과 결합하게 되면 반감기가 급격히 늘어나 결국 인체에 해를 미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런데 이러한 반대론의 근거가 과학적으로 타당하다고 치더라도 이미 원전을 보유하고 있는 각국이 냉각수를 해양방류 하기에 삼중수소 등이 다량 방류되어오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의 고리와 월성 원전의 경우도 후쿠시마 방류 물량보다 훨씬 많은 양을 해양으로 방류해오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후쿠시마의 경우만 문제로 삼아 방류를 막자는 것이 정당하냐의 문제가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이것이 일본측의 입장이며, 후쿠시마 방류에 반대하지 않는 미국과 캐나다가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는 사항이기도 하다.
후쿠시마 주변 해류는 미국 알래스카와 하와이를 거쳐 적도로 남하한 후 필리핀을 지나 다시 일본과 우리나라 주변 해역으로 순환한다. 따라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국가가 미국과 캐나다인데 실제로 이들 국가의 원전에서 매년 해양으로 방출하는 해양수에 포함된 삼중수소는 후쿠시마 방출량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기 때문이다.
이 사안과 관련 유일한 국제법은 유엔해양법협약 제204~206조다. 해양환경에 심각한 위해가 발생하는 사안에 대한 합리적 근거가 있는 경우, 그 잠재적 영향을 과학적 방법을 통해 평가하도록 되어 있다. 관련 보고서를 작성해서 이해관계국과 공유하고 국제기구와도 협력해야 한다. 결국 해양환경에 대한 심각한 위해의 합리적 입증 문제로 귀결되고, 방류 금지가 아닌 정보 공유의 문제만 국제규범화되어 있는 셈이다.
따라서 반대론의 논리가 설득력이 있으려면, 이참에 다자 국제규범을 마련하여 삼중수소 방출 통제체제를 모두가 구축하자는 주장이 함께 제시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각국이 원전을 운영하는 비용이 상승할 것이고, 관련 기술의 개발은 물론 전기료의 인상도 감내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우리도 원전 운영에 있어 삼중수소의 해양방류를 차단하는 조치를 취해나갈 의지와 역량을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가깝고도 먼 나라인 일본의 방류를 반대하는 대가가 우리에게도 곧 청구되어올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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