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충격흡수, 뒷좌석 아이들 부상 면해
재규어, 아나콘다, 독개미 우글거리는 정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불안 공포감 이겨냄
무엇을 피하고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 알아
초기 사소한 변화가 막대한 차이를 만들어
재규어, 아나콘다, 독개미 우글거리는 정글
칠흑같은 어둠 속에서 불안 공포감 이겨냄
무엇을 피하고 어떤 것을 먹어야 할지 알아
초기 사소한 변화가 막대한 차이를 만들어
![[이규화의 지리각각] 아마존 4남매의 기적 뒤엔 나비효과가 있다](http://contents.dt.co.kr/images/202306/2023061602109969660001[1].jpg "[이규화의 지리각각] 아마존 4남매의 기적 뒤엔 나비효과가 있다")
◇기적으로 볼 수 있는 외양들
우선 비행기 추락에서 살아났다는 점, 그것도 부상을 입지 않았다는 사실에 관심이 모아진다. 다음으론 재규어와 아나콘다 등 맹수, 진드기 거머리 거미 등 해충으로부터 어떻게 안전할 수 있었는지도 궁금증을 자아낸다. 다음 기적으로는 어린이들이 어떻게 식량을 확보해 40일 동안이나 생존할 수 있었는가 하는 점이다. 특히 음식 섭취에 조심해야 하는 돌도 지나지 않은 갓난아이가 생존한 데에 찬사를 보내고 있다.
아마존 4남매의 생존은 벌써부터 영화, 다큐멘타리 등의 소재로 대두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의학자, 보건학자, 심리학자, 생존전문가, 생태학자, 인류학자들이 아마존 4남매의 생존을 연구대상으로 삼고 싶어한다. 아마존 4남매의 생환은 분명히 기적이라 할 만하다. 그러나 기적의 이면에는 이들이 '살아날 운명'이었음을 뒷받침하는 작지만 인위적 요인들도 적지 않다고 분석한다.
◇기적을 위협한 요소들
아마존 열대우림에서 고립은 공포를 자아낸다. 광막한 정글 속에서 문명의 신호조차 접하지 못할 때 밀려오는 두려움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특히 낮에도 짙은 녹음으로 인해 숲속은 어둡다. 밤은 두말할 여지도 아니다. 심리적 불안이 나와 가장 가까이 있는 위험요소다. 더욱이 아이들이라면 그 정도는 더 할 것이다.
다음으로 숲속에는 맹수와 해충이 우글거린다. 아마존 상류 콜롬비아 정글의 최상위 포식자는 재규어다. 재규어는 사람을 회피하는 포유동물로 알려졌지만 그 대상이 아이들이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다. 아이들은 재규어의 상대가 못 된다. 거대한 뱀 아나콘다는 더 가공할 위협일 수 있다. 특히 이 지역은 무시무시한 녹색 아나콘다 서식지다. 하피 독수리(harpy eagle)는 거대한 몸집의 맹금류인데 충분히 아이들을 공격할 수 있다.
늪이나 강에 사는 육식성 물고기 피라냐도 꼭 피해야 할 존재다. 테르시오펠레(terciopele)로 불리는 독사는 워낙 독이 강해 아마존 원주민이 두려워 하는 은밀한 살인자다. 특히 이 독사는 울창한 숲속 나뭇가지에 숨어있다 먹잇감을 공격한다.
다양한 해충도 맹수와 독사 이상으로 위험하다. 아마존에 서식하는 총알개미(bullet ant)는 세계에서 가장 강한 독을 가진 곤충 중 하나다. 물리면 총에 맞은 것처럼 고통스럽다고 해서 총알개미로 불린다. 봇플라이(botfly)라는 기생곤충 역시 절대 만나서는 안 되는 해충이다. 봇플라이는 모기 등 무는 곤충에 알을 낳고 그 곤충이 사람을 물면 피부 속에 파고든다. 피부 감염과 궤양을 유발한다.
이밖에 아마존 열대우림에는 식충 식물 등 알려지지 않는 동물과 곤충이 널려있다. 이런 위험 요소들이 머리 위와 발아래, 전후좌우에서 호시탐탐 나를 노리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렇게 위험한 곳에서 어린 4남매가 큰 부상이나 상처 없이 구조된 것은 가히 기적적이다.
◇나비효과가 '예비된 기적' 만들었다
비행기 추락 때부터 어떻게 아이들이 살아날 수 있었는지 거슬러 올라가면 행운에 행운이 겹친 면이 있다. 첫째 비행기 추락 시 평균 40m 높이의 나무들이 빽빽히 들어선 숲은 충격 흡수 쿠션 역할을 했다. 이것이 아이들이 생존할 수 있었던 첫 고리다. 또 아이들은 앞좌석보다 생존율이 높은 뒷좌석에 타고 있었다.
둘째 추락 비행기에서 나오는 연기와 화학적 냄새 등이 1차적으로 맹수와 해충의 접근을 막아주는 보호벽 역할을 했을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다. 이는 추락 후 2~3일간 극도의 공포와 불안감에 휩싸였을 아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제공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무엇보다 사고 후 4일간은 생존해 있었던 어머니가 이들에게 용기와 지침을 주고 반드시 살아나갈 것을 부탁한 점이 결정적 생존 요인이 된 게 분명하다.
셋째 먹을 것이 떨어진 후에는 아마존 야생의 뿌리채소, 씨앗 등 견과류가 4남매가 연명할 식량이 되어줬을 것이다. 아마존은 국내에도 잘 알려진 브라질너트 등 다양한 종류의 견과류와 씨앗 식물이 자생한다. 한국의 산딸기처럼 무성히 자라는 아사이베리도 있다. 아사이베리는 생으로 먹을 수 있고 비타민과 철분 등 영양소가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오메가3 지방산과 단백질이 풍부한 사차인치 씨앗도 아마존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카무카무열매는 비타인C가 풍부한데 역시 아마존 숲에서 잘 자란다.
넷째 무엇보다 생존전문가들이 꼽은 생존의 열쇠는 4남매의 맏이 레슬리 무쿠투이다. 무쿠투이와 남매들은 기본적으로 원주민의 자녀들로 밀림에서 자라며 밀림에 대한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4남매 중 두 아이의 아버지가 무쿠투이와 나눈 대화에 따르면 무쿠투이는 가정과 원주민 공동체에서 배운 생존기술을 알고 있었다.
무쿠투이는 뿌리식물인 카사바(cassava)의 가루 파리냐(farina)를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파리냐가 떨어진 뒤에는 견과류 등 씨앗을 먹었다. 과일도 먹었을 것으로 쉽게 추정된다. 아마존은 열대과일의 보고다. 쿠푸아수라는 과일은 카카오와 유사한데, 과육이 풍부하다. 카무카무는 신맛이 나는 작은 빨간색 또는 보라색 과일로 비타인C가 많이 함유돼 있다. 이밖에 과라나, 바쿠리, 부리티, 복숭아야자도 있다. 이들 모두 요리를 하게 되면 훌륭한 샐러드나 아이스크림 소재가 된다.
그러나 이런 먹을 것들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않은 것들이 더 많다. 조금 씹기만 해도 정신을 잃을 만큼 독이 있는 씨앗과 뿌리, 잎사귀도 있다. 문제는 어떤 것이 먹을 수 있는 것이고 어떤 것은 피해야 할 것인지 아는 선별안이다. 무쿠투이는 그걸 갖추고 있었다. 밀림의 위험요소가 무언지 꿰차고 있었던 것이다.
어느 방향으로 가야 맹수를 만날 확률이 낮은지, 해충과 접촉하지 않으려면 동생들의 몸을 어떻게 감싸야 하는지, 어떤 것을 먹어야 하고 어떤 것을 피해야 하는지 터득하고 있었다. 나아가 구조대가 투하한 비상 식량키트를 찾아내는 데도 원주민 DNA 속 방향감각이 작용했을 것이다.
여러 가지 요소를 볼 때 콜롬비아 아마존 4남매의 생존은 기적이라기보다 무쿠투이에 의해 '예비된' 것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비행기가 추락할 때 숲이 충격을 흡수해 뒷좌석에 있던 아이들이 큰 부상이 없었던 것에서 시작해 40일만에 밀림 속에서 수색견을 만나기까지 각각의 작은 우연들이 겹쳐 큰 기적을 일군 것이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의 말처럼 이들은 '생존의 모범'이었다. 구조작전의 이름 '에스페란사'처럼 희망을 세계인들에게 선물했다. 아마존 4남매의 기적은 초기 조건의 사소한 변화가 나중 결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나비효과'를 연상시킨다. 그것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침착하고 지혜로운 리더십을 발휘한 맏이 무쿠투이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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