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소비자법학회와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12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디지털 시대의 플랫폼과 소비자'를 주제로 세미나를 진행했다.
이날 김현수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소비자는 플랫폼과 관련된 가장 큰 이해관계자 중 한 축"이라며 "2020년 이후 국내에서 플랫폼에 관한 논의가 장기간 이뤄지고 있지만 소비자 관점은 제대로 투영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국회에는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법안이 총 18개 발의돼 있다. 이러한 온라인 플랫폼 규제 법안은 규율의 필요성이 있느냐부터 찬반 의견이 나뉘고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법안 마련 과정에서 소비자들에 미칠 영향이 고려되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 교수는 "국내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혁신과 자율성을 존중하되 경쟁적 관점에서의 규제적 입법보다는 소비자보호 관점의 입법정책을 통해 경쟁을 촉진하는 동시에 소비자 보호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 움직임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EU(유럽연합) 등 세계적으로 확인된다. 다만 EU의 DSA(디지털 서비스법)를 보면 자국 내 빅테크 기업이 없는 상황에서 구글, 메타 등 미국 기업의 시장 잠식을 막기 위한 차원이고 소비자 보호에 방점을 둔 것으로 분석된다. 강정화 한국소비자연맹 회장은 "EU의 DMA(디지털시장법)은 경쟁이나 독점 문제에 초점을 두지만 DSA는 '소비자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가'라는 점을 기준으로 '소비자가 신뢰하고 있다면 그 플랫폼의 책임이 있다'는 관점에서 보고 있다"며 "이는 국내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고 결국 플랫폼에서 소비자 보호가 중요한 관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플랫폼을 신뢰하는 만큼 플랫폼 역시 책임을 가지고 소비자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정지현 한국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다크패턴 등은 모바일 환경에서 피해가 더 쉽게 발생할 수 있다는 특징이 있다"며 "플랫폼들이 선제적으로 문제를 처리하도록 자율규제를 이끌어야 한다"고 했다.
박성호 인기협 회장은 "디지털 시장에서 소비자의 역할은 단순히 구매자의 역할을 넘어 상품과 서비스를 새롭게 창조하고 새로운 플랫폼을 만드는 주체적 역할을 하며 다양하고 중요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소비자는 플랫폼 성장동력의 한 축을 담당하고 성공한 플랫폼은 전부 소비자의 선택에 의해서 성장했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보다 커진, 또는 새롭게 등장한 플랫폼에 대해 규제가 필요하다는, 증거에 기반하지 않는 추상적 의식 때문에 국가 차원에서 제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논의에 그치고 정작 중요한 소비자 관점이 배제되고 있다고 본다"며 "각종 정책이 소비자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한 면밀한 조사와 연구가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고 밝혔다.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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