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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무섭다. 나 좀 살려줘"… 실종된 두 소녀의 마지막 구조요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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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야, 무섭다. 나 좀 살려줘"… 실종된 두 소녀의 마지막 구조요청
2001년 실종될 당시의 대구 여중생 김기민(왼쪽), 민경미.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캡처]

지난 2001년 대구에서 실종돼 생사를 알 수 없는 중학생 김기민·민경미 양이 성매매 업소에 넘겨졌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지난 3일 방송된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에선 22년째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는 '대구 여중생 실종사건'을 다뤘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01년 12월 7일 자정쯤 김기민(당시 15세) 양과 민경미(당시 15세) 양이 대구광역시 서구 북부정류장에서 택시를 탔다가 실종된 사건이다.

보도에 따르면 당시 김양과 민양은 대구에서 소위 '얼짱'으로 통하며 미모가 뛰어나 인기가 많았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 노래방에 가며 평범한 생활을 하던 두 사람은 실종 당일 이후 행방 및 생사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사건 당일인 12월 7일 김양과 민양은 대구 팔달시장 오락실, 분식집, PC방 등에서 시간을 보냈고 자정 무렵 택시를 탔다. 민양의 당시 남자친구는 민양이 지역번호 053으로 시작하는 전화를 걸어와 무사 귀가했다고 생각했는데 이후 확인해 보니 집에 돌아오지 않았다.

경찰 수사결과 두 사람은 택시를 타고 북부정류장에 하차했으며 김양의 휴대전화 전원이 꺼졌다. 당시 북부정류장은 심야에 운행하는 버스가 없었다고 한다. 경찰은 민양과 김양이 청소년이었기에 단순가출로보고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 민양의 어머니는 "당시 만 15세면 아동이 아니기 때문에 실종신고가 아니라 가출로 처리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고 당시 상황을 말했다.

가족들은 "왜 터미널에서 내렸는지 모르겠다"고 했고, 친구들도 "갑자기 가출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실종 하루 전 두 사람을 만났다는 한 친구는 그들이 "'차가 있는 오빠'와 시내에 가기로 했다"고 했다며 기억을 떠올렸다.

민양과 김양이 실종된지 보름정도 지났을 무렵 김양의 모친은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걸려 왔다고 했다. 이 통화에서 김 양이 다급한 목소리로 "엄마, 나 좀 살려줘! 살려줘! 지금 부산역에 있다"고 말한 후 끊어졌다고 한다. 전화를 끊자마자 어머니가 부산역으로 달려갔지만 끝내 김양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 했다.

사건 발생 이듬해 3월쯤 민양은 당시 유행했던 PC 온라인 채팅 플랫폼 세이클럽에 접속해 한 친구에게 "친구야, 무섭다. 나 좀 찾으러 와줘"라는 메시지를 남기자마자 대화방을 나갔다고 한다.

그 두 차례에 짧은 구조 요청이 두 사람으로부터 온 마지막 연락이었다.

이에 대해 신박진영 전 대구여성인권센터 대표는 "너무나 유사한, 그때 봤던 그런 만행들"이라며 "성매매 업소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너무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윤서 부산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소장은 "성매매 여성 10명에게 전화했을 때 3~4명은 '나 어렸을 때 그렇게 해서 집결지에서 처음 일했다'고 하더라"며 "아는 오빠가 차를 가지고 와서 같이 놀다가 나를 데리고 갔고 어딘지 모르는 곳에 내렸더니 거기가 집결지였다"고 말했다.

표창원 범죄심리분석가는 "학생 둘이 만약 살해당했다고 한다면 시신으로 발견될 가능성이 무척 높다고밖에 볼 수 없다. 그런데 그런 정황들은 아직 발견되지 않아서 어딘가에 아직은 살아있을 가능성은 매우 높지 않은가 조심스럽게 추정된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22년의 시간이 흘러 30대 후반의 성인이 되었을 두 사람이 지금까지도 업소에 감금돼 있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을 내놨다. 그렇다고 할 경우 두 사람이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변해버린 자기 모습'과 함께 가족과 지인들에게 돌아가더라도 손가락질 받으며 '버림받을 것에 대한 두려움'의 가능성을 언급했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피해자들이 빠지게 되는 '심리적인 무력감'을 거론했다. 초기에 도움을 받지 못하고 감금과 통제가 이어지면서 희망을 잃고 학습된 무력감에 빠지기 쉽다는 것이다. 강제 성매매 피해여성 중에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 문제가 생겨서 자구력을 잃고 병원이나 시설에 수용된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민양의 어머니는 "내가 잘못했다. 내가 그때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이어 딸에게는 "너는 잘못한 것 없다. 괜찮아. 너는 돌아오기만 하면 된다. 돌아오면 엄마가, 그 다음은 엄마가 다 알아서 할게. 제발 자책하지 말고 돌아와. 네 잘못 아니야"라고 말하며 오열했다.

김양의 어머니도 "울고 싶다. 그러니까 내가 지금 아무것도 못 치우잖나. 통곡하고 싶다. 몇 년을 울다가 이제 세월이 끝났다. 아유, 내 딸아"라며 통곡했다.

이들의 친구들은 "이 방송을 보고 있다면, 우리는 네가 어떤 모습이라도 진짜 상관없다. 이거 보고 꼭 연락해 줬으면 좋겠다", "함께 보냈던 즐거웠던 시간만큼 앞으로 많은 세월 더 즐기면서 함께 지내고 싶으니까 꼭 돌아와 줘"라고 애타게 이들을 찾았다. 김성준기자 illust7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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