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산업, 투자비용 부담 커
자본력 부족하면 도태될수도
佛, 주파수 할당료·접속료 지원
사업자 늘면 요금 평균12% 하락
알뜰폰도 경쟁 활성화할수 있어
자본력 부족하면 도태될수도
佛, 주파수 할당료·접속료 지원
사업자 늘면 요금 평균12% 하락
알뜰폰도 경쟁 활성화할수 있어
정부가 통신시장 경쟁 활성화를 위해 '제4 이동통신사' 유치에 나섰지만 산업계의 반응은 미지근하다. 이동통신 산업은 한정된 주파수와 정부 규제라는 특성상 자연 독과점적인 측면이 있고 투자부담도 큰데, 자본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시장에 뛰어들면 과열 경쟁을 빚다가 자칫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 제4 이통사가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정부의 정책 지원에 더해 강력한 서비스로 무장한 사업자가 등장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쟁력 있는 MVNO(알뜰폰)도 통신시장 경쟁을 활성화하는 방안 중 하나다.
22일 KISDI(정보통신정책연구원)가 내놓은 '해외 이동통신 시장 경쟁상황 및 MVNO 현황'에 따르면, 2021년 4분기 기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의 평균 MNO(이통사) 수는 3.6개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스위스, 호주, 독일, 미국 등 17개 국가에서 이통사 수가 3개로 대다수를 차지했다. 5개 이통사가 있는 국가는 이스라엘, 룩셈부르크 두 곳에 불과하다.
해외에서도 신규 통신사 선정을 추진한 사례가 있다. 2008년부터 2021년까지 OECD 회원국 중 신규 이통사가 진입한 국가는 15개국으로, 총 19개 기업이 시장에 새로 참여했다. 우리나라와 같이 기존 3사 체제에서 신규 사업자가 늘어난 경우가 12건으로 대부분이었다. 오프콤 분석에 따르면 신규 MNO가 진입한 국가는 요금이 다른 나라 평균에 비해 10.7~12.4%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제4 이통사가 진입한 대표 사례는 프랑스와 일본이다. 프랑스에서는 '프리모바일'이 2009년 제4 이통사업권을 받아 2021년 1월부터 서비스를 시작했다. 모회사인 초고속인터넷사업자 일리아드의 자금력과 통신사업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 프랑스 정부는 신규 사업자에 대해 3분의 1 낮은 수준의 주파수 할당료과 로밍, 접속료를 지원했다. 프리모바일 진입 이후 오랑쥬, SFR, 브이그텔레콤 등 기존 3사의 점유율이 낮아졌다. 프리모바일이 저렴한 요금제를 들고 나온 후 기존 1위 사업자 오랑쥬의 가입자 점유율은 6.7%포인트 줄었고, SFR의 매출 점유율도 3.2%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프리모바일은 시장 진입 후 가입자가 연평균 16.7%, 매출액은 12.9% 성장했다. 4사 ARPU(가입자당평균수익)도 감소세를 보여 2012~2015년 사이에 평균 10.6%나 줄었다.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프리모바일 가입자 점유율은 2021년 기준 19.4%에 달한다.
가장 최근에 제4 이통이 진입한 일본은 알뜰폰 사업자가 5G 네트워크 등에 투자해 이통사로 전환한 사례다. 2014년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일본 '라쿠텐모바일'은 지난 2020년 4월 이통 시장에 뛰어들어 기준 사업자보다 낮은 요금을 내놨다. 첫 출시 요금제로 무제한 데이터를 제공하면서 로밍 지역에서는 매달 2GB(기가바이트) 데이터를 2980엔(약 2만8500원)에 판매했다. 그러나 이통시장에 미친 영향은 미미했다. 지난해 기준 가입자 비중은 2.3%, 매출액은 1% 수준에 불과하다. 자사망 구축이 많지 않고 일부 네트워크를 로밍으로 빌려쓰는 한계도 있었다.
경쟁력 있는 알뜰폰 사업자들이 이통시장에서 실질적 메기 역할을 하는 사례도 꽤 있다. 대표적인 곳이 독일과 이탈리아다. 독일 이통시장에서는 3개 이통사와 120여개 알뜰폰 기업이 경쟁하는데, 알뜰폰 가입자가 23%에 달한다. 이 중 1위 알뜰폰 회사인 1&1드릴리쉬는 알뜰폰 접속의무 부과, ISP(인터넷제공업자)인 1&1과의 합병을 기회로 성장해 2021년 기준 가입자 1120만명을 확보했다. 전체 시장에서 10.6%에 달한다. 이탈리아에서도 알뜰폰이 커지면서 기존 이통사 점유율이 낮아졌다. 2021년 기준 이탈리아 알뜰폰 비중은 10.6%로, 특히 5개 사업자가 알뜰폰 시장의 88%를 차지한다. 이탈리아 우정사업본부가 설립한 알뜰폰 사업자인 포스테모바일은 기존 금융서비스와 NFC(근거리무선통신) 기능을 활용한 간편결제 등 차별화한 서비스로 전체 시장의 4.3%까지 비중을 키웠다.
김민희 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 연구원은 "기존 사업자가 내놓지 못한 서비스로 무장한 시장파괴적 사업자 확보가 통신시장 경쟁상황 개선에 결정적 변수"라면서 "정책적 지원이나 인가조건이 많은 부분을 좌우하는 만큼 제도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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