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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아파트, `인분`도 옵션인가요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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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아파트 입주의 기대를 안고 사전점검에 나섰던 인천시 미추홀구 용현동 모 아파트 입주예정자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화장실 타일에 인분(人糞)이 말라붙은 채 발견됐고, 다른 세대에도 변기에 볼일을 본 뒤 처리하지 않은 흔적이 남아 있었던 것. 사전점검 후 입주 직전까지도 이 흔적(?)들이 처리되지 않아 입주예정자들은 공분을 터트리고 있다.

안녕하세요 금융부동산부 이미연입니다. 제가 이 코너에서 이걸 주제로 쓰게될 줄은 정말 상상조차하지 못했습니다...만 사안이 확산 중이니 일단 출발합니다.

이 현장은 이달 초에 내린 빗줄기에 단지 내 길이 20m, 높이 1m 규모의 옹벽(12일 시공사 측에서는 '옹벽'이 아닌 '조경형 담장'이라며 수정 요청을 했습니다.)이 무너져내렸던 신축 아파트입니다. 옆 단지 조경시설과 바닥 쪽으로 쏟아진 토사를 치우는 과정에서 중장비가 오가는데 바로 옆 단지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어서 더 아찔했다는 입주예정자의 말을 듣고 너무 놀랐습니다. 입주 이틀만에 벌어진 사고로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자칫 놀이터 쪽으로 더 무너졌다면 사고가 커졌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예상이 들었습니다.

아직 놀랄 부분은 더 남았습니다. 11일 공식(?) 제기된 '새 아파트 인분' 논란입니다. 입주 직전인 지난 3월 30일~지난달 2일 전체 372세대의 최종 사전점검에서 일부 세대 실외기실과 화장실 등에서 인분 흔적이 나온 겁니다.

"공사 현황을 보기 위해 조합에서 현장 방문을 요청해 사전점검 전후로 집 내부와 공용시설을 둘러봤는데 누군가 볼일을 보고 그대로 놔둔 모습이 여러 세대에서 발견됐어요. 실외기실에 있던 인분 흔적은 실외기가 들어올 때쯤에야 뒤늦게 치워졌습니다."(입주예정자 A씨)

새 아파트, `인분`도 옵션인가요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4월 28일 물난리가 났을 때 입주예정자가 시공 현장 관계자의 허가를 받고 단지 내부로 들어가 직접 촬영한 지하 1층 복도에 방치됐던 인분(위에 휴지가 얹어진;;;;) 모습. 동영상 및 사진제공 입주예정자.

12일 시공사 측은 "입주예정자들이 주장하는 사진은 사전점검 때 나올 수 있는 사진이 아니다. 사전점검 하자에도 해당 내용으로 접수된 건은 없다"고 반박하셨습니다. 입주예정자 측에 확인해보니 "이걸 하자로 접수하기엔 '똥아파트'로 알려질까 우려돼 하자 접수까진 하지 않았던 것"이라고 하시네요. 그래서 좀 더 날짜가 명확하게 나온 4월 28일 동영상 촬영본 중 일부로 대체합니다. 4월 28일 물난리가 났을 때 입주예정자분이 시공현장 관계자의 허가를 받고 단지 내부로 들어가 직접 촬영한 지하 1층 복도에 방치됐던 인분(위에 휴지가 얹어진;;;;) 모습입니다. 역하실까 싶어 모자이크 처리했습니다.

아니 새 아파트에 '인분'이라니. 만약 놀라지 않는 분이시라면 지난 1월과 3월 경기 남양주시, 수원시의 새 아파트에서도 비슷한 일이 발생했던 것을 기억하시는 분이실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다. 더 오래된 건설사 '관습'(?)이다"라고 주장하실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작년 8월에도 부산의 한 신축 아파트 사전점검에서 인분과 쓰레기가 발견되어 공분이 일었고, 작년 7월에는 경기 화성의 한 아파트에서 심한 악취가 풍겨 드레스룸 천장을 뜯어보니 인분봉투가 튀어나오기도 했습니다.(아니 근데 그걸 왜 천장에...;;;)


당시 이슈는 국가인권위원회로도 번졌습니다.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이 건설 현장 편의시설을 개선해달라며 진정을 제기한 건인데요, 왜 이런 문제들이 발생한 것인지에 대해 알아봐달라는 외침이었습니다. 화장실이 주로 공사 현장 출입구에 설치되어 있고, 공사 중인 건물에는 거의 없어서 건설노동자들이 결국 이런 식으로 처리(?)할 수 밖에 없다는 호소였습니다.
자 다시 본질로 돌아오겠습니다. 건설현장의 편의시설이 충분치 않아 건설노동자 분들께서 실수(?)하실 수도 있겠지만, 입주 전까지 새 아파트를 하자 없이 제대로 정비해놔야하는 것은 분명 시공사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고 보입니다. 모델하우스의 멀쩡한 유닛을 보고 몇억원대의 아파트를 분양받았는데, 정작 돌아온 것은 '인분'과 '하자' 가득한 집이라면 분통이 터지지 않을 수분양자는 없지 않을까요.

새 아파트, `인분`도 옵션인가요 [이미연의 발로 뛰는 부동산]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모 아파트 단지 외벽이 파손된 모습. 이 외에도 입주 예정자들은 지하주차장이나 피트니스센터 등의 공용공간에서도 누수가 발생해 하자가 적지 않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진 입주예정자

보통 입주 한달 전쯤 실시하는 사전점검에서 하자에서는 보통 자잘한 건들이 신고되지만, 중대 하자의 경우 입주 전까지 보수 완료가 되지 않는 편이긴 합니다. 이 단지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지하주차장과 실내 공용시설 천장에서 물이 떨어지고 전기합선으로 천장 전기선이 터지는 등의 각종 하자가 사전점검에서 1만6000여건이 접수됐다고 하네요. 한 집에 평균 43건의 하자가 '기본 옵션' 마냥 포함된 셈입니다.

아 이 단지의 경우 입주예정자들이 주문하지 않은 '옵션'(?)이 하나 더 있습니다. "자재와 인건비 상승 등으로 기존 공사비 580억원 가량에 56억원이 추가로 증액됐다"며 이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열쇠 불출'을 막고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시공사의 내용증명입니다. 조합이 내용증명을 8일에 받았다고 하는데요, 바로 다음날인 9일 오전 단지 입구에는 시공사 측이 승용차 세우고 벽돌 무더기를 설치하면서 이사 차량의 진입을 막기도 했습니다. 현재 입주 예정자들은 하자가 잇따라 나온 상황에서 공사비 증액까지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시공사 측은 자재값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올랐는데 전체 공사비의 40%만 받아 하청업체에도 비용을 주지 못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는데요, '열쇠불출 정지'라는 단어를 보니 얼마 전 다른 단지의 사례가 자동으로 떠오르네요. 다행히 지난 9일 입주예정자들이 모여 항의한 결과 시공사가 "이사를 막지는 않겠다"라고 해서 '제2의 개포자이 프레지던스(개포4단지)' 사태까지는 가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 단지 한 곳에서만 너무 여러가지 문제들이 총체적으로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하자 보수 등의 문제 등이 하루빨리 해결되어 입주예정자들의 이사날이 즐거움과 기대로 가득 차기를 기원드리며 이번 시간은 마무리하겠습니다.

+11일 송출됐던 이 기사는 12일 오후 시공사 측의 입장을 일부 반영해 수정됐습니다. 수정 부분은 날짜를 따로 표기했습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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