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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DT인] 벤처기업인서 정부 DX 조타수로… "받은만큼 사회공헌하라고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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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 前총리 장남… 4차산업혁명 위원 이어 다시 나랏일 맡아
"부처·기관간 데이터 벽 허무는게 급선무… 제대로 바꿀겁니다"
[오늘의 DT인] 벤처기업인서 정부 DX 조타수로… "받은만큼 사회공헌하라고 하셨죠"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장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代이은 정부 중책… 고진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

"지난달 이번 정부가 추진할 디지털플랫폼정부 실현계획을 발표하기 전에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전화에서 아버지가 GPT(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가 뭐의 약자인지 아느냐고 물으셔서 속으로 '그런 것도 모를까봐 그러시나' 하며 그대로 말씀드렸지요. 그랬더니 '트랜스포머'가 '터미네이터'가 되지 않도록 잘 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어버이날을 며칠 앞두고 만난 고진(61)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 위원장이 부친인 고건 전 국무총리의 근황을 묻자 웃으며 이 같은 일화를 얘기했다. 고 위원장은 고 전 총리의 장남으로,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정부에서 중임을 맡고 있는 셈이다.

컴퓨터공학도이자 벤처기업인이었던 고 위원장이 나랏일을 하게 된 것도 고 전 총리의 조언에서 비롯됐다. 1984년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고 위원장은 미국으로 건너가 시라큐스대에서 컴퓨터공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에 돌아와 1994년 동영상 압축기술 전문기업 바로비젼을 창업, 2007년 코스닥에 상장시켰다. 이 회사는 이듬해 효성그룹에 인수되면서 지금의 갤럭시아머니트리(옛 갤럭시아커뮤니케이션즈)로 이어지고 있다.

고 위원장은 "회사 소유권은 넘겼지만 운영에는 9년가량 참여했다. 그 시기에 아버지께 지금부터 무슨 활동을 하면 좋을지, 세컨드라이프를 어떻게 가져갈지 상의했다"며 "사회에서 받은 게 많으니 사회공헌을 하면 좋겠고, 공대를 나왔으니 과학기술 정책 쪽에 이바지할 수 있을 거란 조언을 들었다"고 소회했다.

고 위원장은 지난 정부 4차산업혁명위원회에서 위원을 지낸 데 이어 이번 정부에선 대통령 직속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의 수장으로 임명됐다. AI(인공지능)가 세계를 휩쓸며 변혁을 예고하는 시점에 정부 인프라와 SW(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를 짊어지게 됐다.

디지털플랫폼정부에 대해 기존과 무엇이 다른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고 위원장은 "기존에는 일하는 방식은 그대로인 채 디지털 기술만 도입했다. 홈택스·위택스 등 수많은 시스템이 잘 갖춰졌지만 국민이 매번 직접 서류를 떼야 한다는 사실엔 변함이 없었다"며 "이런 서류를 정부부처나 공공기관끼리 주고받을 수 있으면 국민의 수고도 덜 수 있지 않나. 디지털플랫폼정부는 공급자인 공공이 아니라 사용자인 국민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서 시작한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정부부처와 공공기관에 구축된 수많은 시스템에 각각 쌓여있는 데이터들이 흐를 수 있도록 벽을 허무는 것을 선결과제로 꼽았다. 이를 통해 데이터 활용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데이터 기반 행정을 이끌어내는 게 목표다. 행정과 정책 수립도 데이터에 근거해 이뤄져야 힘을 발휘한다는 게 고 위원장의 말이다.

기술적으론 민간 디지털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특히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인프라인 클라우드는 단순히 기존 시스템을 클라우드로 옮기는(리프트앤시프트) 수준을 넘어 클라우드에 맞게 재설계한다는 계획이다. MSA(마이크로서비스아키텍처) 등 최신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지속적인 업데이트가 가능하고, 무엇보다 백신예약시스템 먹통사태와 같이 전체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하는 일을 막을 수 있게 된다.

챗GPT 등 생성형AI 시대에 발맞춰 정부 전용 초거대AI도 민간 클라우드 기반으로 도입한다. 정부 자료들은 비교적 정제된 데이터에 해당하므로, 이를 각 영역별로 학습시켜 정부·공공업무에 특화된 AI모델로 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한국은 자체 초거대AI 기반모델을 지닌 드문 국가인 만큼 정부 전용 AI를 통해 향후 수출 기회까지 노린다. 이 과정에서 AI윤리도 필수적으로 고려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털플랫폼정부는 이 같은 내용의 실현계획을 지난달 공개하며 '대상 시스템 70%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및 'SaaS(서비스형SW)기업 1만개 육성' 등 도전적인 목표를 제시했다. SaaS기업 1만개사는 현재 KOSA(한국SW산업협회)에 가입해 회비를 내고 활동 중인 기업 수를 기준으로 정했다. SW업계가 관심을 기울이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 대상 시스템의 범위는 현재 행정안전부와 협의 중으로, CSAP(클라우드 보안인증) 중·상등급 실증을 거쳐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고 위원장은 "MSA까지 필요치 않은 경우도 있고, 클라우드로 옮기는 것 자체가 비효율적이거나 불가능한 곳도 있다. 그러나 그 외에는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이 기본 방침으로, CSAP로 따지면 중등급 시스템의 범위를 최대한 넓히고자 한다"며 "현재 국내 시장 규모가 SaaS기업 1만개사를 품기에 부족하다고 여겨질 수 있으나, 이는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문제 같다. 디지털플랫폼정부가 마중물이 될 뿐 아니라 글로벌 동반 진출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디지털플랫폼정부위원회는 지난달 실현계획을 발표하기까지 무려 160여 차례 회의와 현장방문을 거쳤다. 민관이 함께 고민해 큰 그림을 그리고 힘을 합쳐 실행하기 위해서다. 고 위원장은 "지난 정부 4차위 때도 위원으로 참여했지만 주요 발표는 부처에서 하고 그 내용도 당일에 접하는 등 민간 역량을 충분히 활용한다고 여겨지지 않았다. 그래서 제대로 바꿔보려 한다"고 했다.

과거 고 전 총리도 서울시장으로 재직할 당시 서울시 온라인 인허가 민원처리 공개시스템을 전국 최초로 만든 바 있다. 당시 '인허가의 복마전'이란 오명이 있었던 서울시의 업무 프로세스를 투명하게 혁신했다. 고 위원장은 "디지털플랫폼정부도 투명성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일맥상통한다. 외부에선 시간 걸린다고 질타를 받고 내부에선 토의 중에 고성도 오갔음에도 최선을 찾기 위한 노력을 했고, 앞으로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여러 여건상 이번 실현계획에 담지 못한 내용도 앞으로 꾸준히 추진할 방침이다. SW산업의 체질 개선을 위한 환경 마련이 핵심이다. 대표적으로 SaaS 구독형 서비스를 위한 예산체계의 경우 기획재정부와 협의를 이어가고 있다. 고 위원장은 "나도 SW인"이라고 강조하며 "현실적인 난관도 있지만 반드시 이뤄야 하는 사안이라고 인식하고 있고 최대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데이터 플랫폼의 발전도 중요하다. 그는 "공공부문에는 데이터레이크가 없어 이부터 마련하는 것으로, 장차 클라우드 전환 진도와 필요성에 따라 데이터 패브릭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로선 데이터 품질관리와 표준화된 체계 마련부터 시급하다고 판단해 이를 위한 TF(태스크포스)를 가동하고 있다. 디지털트윈도 그 일환으로 각 영역별로 구현해 보려 한다"고 짚었다.

예산과 법제도 등 디지털플랫폼정부가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은 많지만 가장 큰 산은 인식·문화 개선으로 꼽힌다. 클라우드 네이티브 전환과 초거대AI 활용을 위해선 민간기업의 도움이 필요하며, 데이터를 기반으로 일하고 평가하는 행정체계를 갖추려면 정부부처·공공기관의 협력이 요구된다. 디지털플랫폼정부의 중요성을 정치권에도 널리 인식시켜 의지가 모아질 수 있게 힘쓸 계획이다.

그는 "앞으로 데이터 흐름을 막는 각종 법 개정이 필요할 수 있고, SaaS기업 1만개 육성 등 도전적인 목표를 달성하려면 민·관 협력도 필요하다"면서 "디지털플랫폼정부는 국민편의와 SW산업 진흥을 위한 것이만큼 여·야를 넘어서는 지원과 지지도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부친의 안부를 묻자 "연세 때문에 거동이 편하진 않지만 건강하시다. 현실 정치와는 거리를 두되, 과거 수행했던 산림녹화나 기후변화에 대해 관심을 갖고 활동 중"이라고 했다.

팽동현기자 dhp@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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