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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견을 듣는다] "李대표 스스로 문제 해결하고, 당은 국민편에 서야 살아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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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치는 전쟁같아… '다름' 인정 안하니 대화·협상·타협 안되는 것
DJ, 전·노 초청 5번 식사… 작고 직전 만난 전 前 대통령 "DJ 존경" 밝혀
尹, 노련한 정치인 모습은 부족… 피의자라도 '무죄추정'으로 李 만나야
우리진영만 보는 '가두리 정치'는 안돼… 더 멀리 넓게봐야 국정 보일 것
[고견을 듣는다] "李대표 스스로 문제 해결하고, 당은 국민편에 서야 살아나"
정대철 헌정회장 고견 인터뷰.



이슬기기자 9904sul@

[]에게 고견을 듣는다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


"지금 정치를 보면 전쟁 같아요. 여야의 극한 대결은 정말 아쉽습니다.(…) 정치는 상대가 나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Agree to Disagree)서 출발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에서 끝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화, 협상, 타협이 안 되고 있어요. 그리고 모든 걸 힘으로 해결하려는 데에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한쪽이 사정권력을 휘두르려고 하면 다른 한쪽은 국회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형국입니다. 너무 진영논리에 휩싸여 있고, 독식하는 현 선거제도에 그 원인이 있다고 봅니다."

지난 달 대한민국헌정회 제23대 회장으로 선출된 정대철 전 국회의원을 만나 어떻게 하면 실종된 정치가 복원될 수 있는지 고견을 들었다. 국가 원로로 물러나 있던 정 회장이 전직 국회의원 단체의 회장에 뜻을 둔 것도 실종된 정치를 되찾는데 헌정회가 선배로서 역할을 해보겠다는 생각에서다. 정 회장은 서울 중구에서 9·10·13·14·16대 의원을 역임한 5선 의원 출신으로, 1980년대 군사정권 때는 민주화추진협의회(민추협) 통일문제특위 위원장을 맡았고 이후 새천년민주당 대표최고위원과 KBO(한국야구위원회) 총재 등을 역임했다. 정 회장 집안은 선친(고 정일형 박사)·정 회장·아들(정호준 20대 의원) 3대가 총 14선의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명문가다. 그만큼 한국정치 현실에 대해 할 말도 많고 아쉬움도 크다.

"우선 여야가 한 발짝씩(아니 반 발짝씩이라도) 물러나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려는 태도와 화해와 포용의 정치를 권면하고 싶어요. 다음으론 민주당의 옛날 동지들(특별히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이런 충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균형 있는 감각으로 세상을 좀 내려다보시라고. 예컨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사는 한편,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로로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즉 양면성을 다 인정해야 한다는 거지요."

정 회장은 윤석열 대통령에게도 쓴 소리를 했다. 사실 정 회장은 뼛속까지 민주당(전통민주당) 사람이지만 윤 대통령과는 20여년 이상의 개인적 친분을 갖고 있다.

"지금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역할이 더욱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정치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어떤 결과든 최고통수권자인 본인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좀더 적극적, 능동적으로 나왔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야당의 지도자, 국회의원, 시민지도자들을 만나서 경청하고 설득·타협해야 합니다. 개헌(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통한 정치개혁이 이루어지도록 독려하여야 합니다."

인터뷰는 지난17일 서울 여의도 국회 경내의 헌정회 회장실에서 가졌다.

대담 = 이규화 논설실장



-23대 대한민국헌정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회장님께서는 30대 초반 약관에 정치에 입문해서 5선을 기록하시며 어언 50년의 정치를 해오셨는데요, 취임 감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헌정회도 정치권과 마찬가지로 변화해야 한다는 내부적 요구가 있었어요. 이런 요구가 저를 통해서 이루어진 것이라고 봅니다. 나는 헌정회가 기존처럼 운영돼선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유는 전직 국회의원들의 단체인데 영향력도 없고 발언권도 없고, 존재감도 없었어요. 그냥 친목단체 같은 느낌만 있었습니다. 결국, 개혁과 혁신을 외친 회원들의 집단지성이 나를 선출한 거라고 봅니다. 헌정회의 역할이 국가 원로 단체이자 정책대안 제시기관으로 거듭나서, 현실정치권에 협치와 포용 상생의 정치를 하도록 충고하는 역할을 하도록 이끌고 싶습니다."

-말씀대로 헌정회가 정치에 직접 관여하진 않지만, 자문과 조언 등의 활동을 할 수 있지 않을까요?

"국민의 선택을 받아 의정활동을 펼쳤던 전직 국회의원 단체잖아요. 그 위상에 걸맞게 재정립돼 합니다. 헌정회는 초정파적 국가원로 단체로서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해요. 회원들은 정부가 수립된 후 헌정사를 이어온 역군들입니다. 의정활동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있는 고급인력이에요. 이 같은 자산을 방치하면 국가적 손실입니다. 이분들의 경륜과 경험 지혜와 지식을 활용해 국가 사회발전에 활용하도록 돕는 일을 하고 싶습니다. 특별히 시대적 소명인 첫째 민주주의를 깊이 뿌리내리게 하는 일, 둘째 국가 경제를 계속 성장시키고, 양극화를 극복해서 함께 더불어 잘살 수 있는 사회, 즉 공정한 사회를 만드는 일, 셋째 남북을 평화적으로 공존시키고, 궁극적으로 평화통일로 가는 일에 조금이라도 도울 수 있도록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많은 국민이 아쉬워하는 부분이 국민이 존경하고 따르는 국가원로가 그동안 드물었다는 것입니다. 회장님을 비롯한 헌정회가 그런 부분을 채워주리라는 기대가 높은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정치가 너무나 진영논리로 나눠져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드문 것이 아니라 인정을 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항상 드리는 말씀이지만, 민주주의가 제대로 되려면 서로 다르고 다를 수 있다는 데(Agree to Disagree)서 출발하여야 합니다. 그리고 다름을 틀림(잘못됐다)으로만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다름을 인정한 후 다시 보면 우리나라에도 존경할 만한 국가원로들이 많이 계십니다."

-현 한국 정치는 발전적 경쟁보다는 퇴행적 대결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회장님께서는 그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하는 걸 보면 정치가 전쟁처럼 보입니다. 여야의 극한 대결은 정말 아쉽습니다, 그 이유를 따진다면 첫째, 나와 너가 다르고, 다를 수 있다는 데서 시작해야 하는데 지금은 '너는 틀렸고 나는 옳다'에서 끝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대화, 협상, 타협이 안되는 것 같아요. 둘째, 모든 걸 힘으로 해결하려는데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한쪽이 사정권력을 휘두르려고 하면 다른 한쪽은 국회 다수 의석으로 밀어붙이려고 하는 형국입니다. 셋째, 너무 진영논리에 휩싸여 있는 것처럼 보여요. 물론 이러한 진영논리가 지역을 기반으로 나뉘어져 있고, 그 지역에서 자신만의 진영논리를 펼치는 쪽이 독식하는 현 선거구조가 그 원인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 과제를 풀기 위해 어떤 제안과 역할을 하실 생각인지요

"우선 여야가 한 발짝씩(아니 반발짝씩이라도) 물러나서 상대방을 이해하고, 서로 다름을 인정하려는 태도와 화해와 포용의 정치를 권면하고 싶어요. 다음으론 민주당의 옛날 동지들(특별히 운동권 출신 정치인들)에게 이런 충고를 드리고 싶습니다, 균형 있는 감각으로 세상을 좀 내려다보시라고. 예컨대 우리나라 민주화를 위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노력을 높이 사는 한편, 우리나라 경제가 발전하게 된 것은 박정희 대통령의 공로도 인정해야 한다는 겁니다. 즉 양면성을 다 인정해야 한다는 거지요. 셋째 국정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정치적 역할이 더욱 절실히 필요해 보입니다. 정치의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에게 돌아가기 마련입니다. 어떤 결과든 최고 통수권자인 본인이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대통령이 좀 더 적극적, 능동적으로 나왔으면 합니다. 무엇보다도 야당의 지도자, 국회의원, 시민지도자들을 만나서 경청하고 설득 타협해야 합니다. 넷째 개헌(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과 선거법 개정을 통한 정치개혁이 이루어지도록 독려하여야 합니다."

-그런데 현 여야 정치는 대화의 자리마저 갖지 않으려 하고 극한대치를 보이고 있는데요

"다시 말하지만 민주주의는 상대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는 거예요. 공자도 '화이부동'(和而不同)을 강조했어요. 화합하되 개성을 살린다는 뜻입니다. 다양성 속의 조화(Harmony in diversity)를 추구해야 합니다. 정치에서 협치와 상생은 필수적인데 최근에는 이런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저는 우선 한발씩 아니 서로가 반발짝씩만이라도 물러나 서로 양보하는 자세를 보인다면 쉽게 해결될 내용들이 많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둘째 과거 경험에 의하면 낮에는 의회에서 서로 격렬하게 맞서 대치하고 싸우더라도 밖에서 다시 만나서 대화하면서 문제 해결에 머리를 맞대면 풀리는 수가 많았다는 겁니다. 셋째 예컨대 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집권 후에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으로부터 집권경험을 듣겠다며 5번이나 초청해 밥을 먹었다고 한 사실에서 배워야 합니다. 별세 전 우연히 전두환 대통령을 만난 적 있습니다. 'DJ는 나와는 악연이었는데 나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존경한다'고 토로하는 것을 직접 들었습니다. 이것이 화해와 포용의 정치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1년이 되어 가는데 이재명 대표와는 야당 대표로서 대화한 적이 한 번도 없습니다. '피의자'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합니까?

"윤 대통령은 검사(법조인)로 평생을 살다가 대통령에 당선되다 보니 아직은 노련한 정치인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도 여야 정치지도자를 자주 만나야 합니다. 특히 여소야대의 상황에서는 대통령이 국정을 쉽게 풀어가기 위해서라도 야당 대표를 만나 정부 여당이 추구하는 정책에 대한 협조를 구해야 해요. '피의자'를 만날 수 없다는 생각인 것 같은데, 법조인이라면 피의자를 무죄추정의 원칙에 의해서 무죄라고 추정하고 만나야 할 겁니다"

-민주당은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을 부결(영장실질심사 출석거부) 시켰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야 한다고 보십니까.

"저는 지금 헌정회장을 하기 위해 민주당을 탈당한 상태입니다. 이 대표가 이해는 갑니다. 잡아서 감옥에 넣으려고 한다고 생각해 대선 패배 직후에 국회의원과 당 대표도 된 거로 봐요. 그러나 정치를 오래 한 사람으로서 이 대표 상황을 생각해 봤을 때는 훌륭한 선택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좋지 않은 선택이라고 봅니다. 이 대표와 당이 당 대표의 사법처리 문제에 모든 것을 집중하고 다른 민생문제나 정치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서 별로 일하지 않는 듯한 인상을 국민에게 보여주고 있어요. 이 대표 문제는 이 대표가 해결하고, 당은 국민 편에서 국민이 원하는 쪽으로 가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당이 당수 문제에 몰입되어 있다보니 당이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음을 직시하길 바랍니다. 당의 지지율 하락의 결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의원들이 당대표에게 잘못 보이면 총선 공천을 받기 어려우니 당대표를이 비호할 수밖에 없는 게 우리 정치의 현실입니다. 이 대표가 스스로 사법리스크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내 문제는 나와 몇 사람이 해결할 테니 당은 당대로 열심히 해봐라'라고 해야 하는 거예요. 원래 이렇게 스스로 선을 긋고 나와야 당이 살아나는 겁니다."



-국민의 힘도 문제가 적지 않습니다. 원내 대표까지 영남 지역구의 윤재옥 의원이 당선되면서 지도부가 일동 '친윤' 일색으로 구성됐습니다. 김기현 대표의 '연포탕'(연대,포용,탕평)은 사라졌는데요.

"윤대통령은 이준석, 유승민, 나경원, 안철수 등을 비롯한 대척 세력을 포용하는 대신 전부 내쳐서 포용과 화합 탕평과는 거리가 먼 정당으로 보입니다. 김기현 대표도 윤 대통령과 '윤핵관'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된 것으로 보여요. 당지도부를 친윤계로 채워 '윤석열당'을 완성한 셈이지요. 정당 민주주의가 사라진 전대라고 기록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김 대표는 '연포탕'을 자신의 대표 공약으로 내걸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잖아요. 그런데 보도에 의하면 주요 당직에 한 자리 예외도 없이 '친윤일색'으로 채웠습니다. 야당과의 협치 상생의 정치를 복원시키는 여당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양대 정당이 모두 내외문제로 어수선한 상황에서 총선이 1년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매선거마다 시대적 과제와 추구한 가치가 있는 선거였지만 회장님께서는 내년 22대 총선이 대한민국에 대한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십니까?

"지금 우리에게는 세 가지 시대적 소명이 있다고 봅니다. 첫째는 선진 민주주의 제도가 뿌리 내리게 하는 겁니다. 둘째는 경제를 계속 성장시켜 명실공히 선진국의 자리를 굳히도록 해야 합니다. 한편 양극화 (부익부 빈익빈)을 극복해서 함께 더불어 잘 살 수 있는 사회, 공정한 사회를 만들도록 계속 노력해야 하고요. 참고로 우리나라 GDP는 세계 10위(2021년 기준)이고 이는 아프리카 55개국 GDP 합산과 같습니다. 셋째는 남과 북이 평화롭게 공존하고 나아가 평화적 통일시대를 이뤄내야 할 소명이 있어요. 이러한 소명들을 잘 알고 달성하도록 노력하는 인물들을 22대 총선에서 많이 배출하여야 국가발전 내지 정치발전을 기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개헌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고, 국민들도 87체제의 변화를 희망하고 있습니다. 회장님의 고견을 여쭙니다.

"이 나라 정치개혁 중 가장 크고 확실한 것은 제왕적 대통령제를 바꾸는 개헌입니다. 권력이 대통령에게 집중되는 비민주적 제도와 현실을 고쳐야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내각제를 선호하고 있지만, 국민정서는 내각제보다는 대통령제를 선호하고 있는 듯합니다. 4년 중임제로 바꾸면서 한편으로는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치 명문가 출신으로 회장님을 대하면 아무래도 선대인 선대부인(정일형과 이태영)에 대해 여쭙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점을 물려받으셨고, 영향을 받으셨나요

"아버님(정일형 박사, 8선 의원)으로부터 정의로움의 추구를 배웠습니다. 선친인 정일형 박사의 인생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눠 평가할 수 있어요.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항일 투사로, 해방 후에는 건국과 이 나라 정치에 민주주의를 뿌리 내리게 하기 위해서 독재정권에 대항하는 인물로 평생을 올곧게 살아오셨습니다. 선친은 개인 평안함이나 가정의 부유함을 추구하신 분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정의로운지를 생각하시며 사셨던 분이었지요. 이 부분은 자식으로서 존경해 마지않습니다. 어머님(이태영 변호사)으로부터는 정직함을 배웠습니다. 부산 피난 시절 초등학교 1학년 때 어머니 옷에서 돈을 훔쳐 딱지도 사고 군것질도 하고 거짓말까지 했다가 호되게 혼났습니다. 어머니가 다리에 피가 나도록 매질을 하셨고, 저를 집에서 내쫓았어요. 송도해수욕장 모래사장에서 울면서 다시는 도둑질하지 말아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그 일 이후로 이 시간까지는 '정직하게 살도록 도와달라'고 기도합니다. 첫 국회의원에 당선이 되었을 때 아버지가 화의죽정(花意竹情)을 써주셨다. '꽃에도 뜻이 있고 대나무에도 정이 있다'는 의미입니다. 어떤 사물이나 사안에 대해서 양면성과 다면성이 있으니 어느 한쪽만 갖고 단정하기보다는 깊이 생각하고 관찰하고 세상을 관조하면서 대하라는 뜻이었다고 사료됩니다. 아들(정호준 20대 의원)에게도 이 말을 물려주었습니다."

-50여년 정치를 해오시며 정치는 무엇이고 무얼 위해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정치란 공동체에 일어나는 갈등과 대립을 조정·완화해서 많은 사람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활동이라고 생각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국민을 좀더 잘 살아갈 수 있도록 하고, 국가를 좀더 발전시켜나가는 행위가 정치지요. 정치는 사회 구성원 각자 본분에 충실하면서 공동체의 공동선에 기여하도록 틀을 바로 잡아주어야 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정치가 편파적이어선 안 됩니다. 정치의 혜택이 고루 미쳐야 합니다. 자치통감(資治通鑑)을 지은 북송의 사마광의 말은 정치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려주고 있습니다. '정치는 공정하다(정의롭다)는 의미다. 정사를 처리하는 원칙에는 공정함보다 더 중요한 게 없다'(政者正也 爲政之道 莫若至公)는 말이에요. 역사에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정치, 정치인이어야 합니다."

-그동안 좋은 기억, 나쁜 기억이 다 있을텐데 지금 떠오르는 드라마틱한 광경이나 흡족했고 행복했던 순간을 말씀해주신다면.

"과거 선대 위원장을 맡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승리해 정권 재창출을 견인했던 기억이 가장 드라마틱하고도 행복했던 순간인 것 같습니다. 대선 직전 정몽준 의원이 지지를 철회했을 때 노무현 후보를 강권해서 (중간에 세 번이나 돌아가겠다는 것을 다시 돌려세워서) 정 전 의원 집 앞에서 만나자고 시위를 벌여 결국 만나지는 못 했지만, 그 당시의 간곡한 모습이 국민적 동정을 불러 일으켜 선거승리의 원동력이 되지않았나 생각합니다."

-현역 정치인들과 정치에 입문하려는 초보들에게 대선배로서 조언을 해주신다면.

"끊임없이 노력하면 성공하기 마련입니다. 나는 계속해서 지금도 이렇게 기도합니다. 첫째 가능한 한 정직하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둘째 가능한 한 정의롭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셋째 남을 위해서 살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정치에는 독불장군이 없습니다. 정치는 함께 해나가는 것입니다. 우리 세력만 보지 말라는 겁니다. 우리 지지자만 바라보는 가두리 정치를 하면 안 됩니다. 나는 평생 이런 생각으로 정치를 해왔습니다. 정치를 크고 길게 봐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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