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타임스

 


[이준기의 D사이언스] "IRA발 광물자원전쟁, 재활용기술 혁신으로 승기 잡겠다"

프린트 페이스북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배터리 핵심 리튬·니켈 등 중국 의존
韓, 자원빈국이면서 공급망까지 취약
재활용기술 경쟁력에 국가 미래 달려
제련·선광분야도 키워야 脫중국 가능
SK에코플랜트와 공동 연구로 시너지
폐배터리 재활용기술, 새 기회 만들것
[이준기의 D사이언스] "IRA발 광물자원전쟁, 재활용기술 혁신으로 승기 잡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이준기의 D사이언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


"미국의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유럽의 CRMA(핵심원자재법)는 결국 탈중국화를 기치로 자국 중심으로 핵심 광물 공급망을 재편하겠다는 선언입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엔 분명 위기입니다. 이런 위기를 기회로 살리기 위해 우리의 독자 기술을 앞세워 급변하는 공급망을 능동적으로 관리하고, 자원 부국들과 협력해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전략이 절실합니다."

정경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자원활용연구본부장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핵심광물 공급망 재편을 둘러싼 세계 자원패권 경쟁 시대에서 우리나라가 취해야 할 선택지는 자원기술 확보가 유일하다고 강조했다.

배터리 재활용 공정분야 전문가인 정 본부장은 "미중 패권경쟁과 코로나19 이후 중국 중심의 글로벌 공급망에 균열이 생기면서 미국을 필두로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이 가속화되고 있다"며 "특히 반도체, 전기차, 배터리, 자율주행 등 첨단 산업에 쓰이는 핵심 광물과 희토류 분야에서 일종의 '자원패권 경쟁'이 불붙고 있다"고 밝혔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미국은 올해 IRA 시행을 통해 자국 시장에서 중국산 배터리 광물과 원료의 유입을 막는가 하면, 캐나다는 자국 리튬산업에서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철회 명령을 내렸다. '리튬 삼각지대'에 위치한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칠레와 멕시코는 리튬자원 국유화를 선언하는 등 핵심 광물 부국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정 본부장은 "배터리, 전기차를 선도하는 우리나라는 핵심 광물과 자원 재활용 분야에서 선도적인 기술개발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핵심 광물 활용 핵심 기술인 선광과 제련 분야에서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중국을 능가하는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호기심이 키운 '과학자의 길'…'대기업 연구자'로 데뷔=정 본부장은 대학 3학년 때 금속부식공학 수업을 들은 것을 계기로 연구자가 자신의 적성에 맞겠다는 생각을 하고 진로를 정했다.

그는 "수업을 들으면서 생긴 의문을 1년 간 고민한 끝에 스스로 알아냈는데, 이 정도의 호기심과 열정이라면 앞으로 연구자가 돼도 되겠다고 생각해 대학원에 진학했다"고 말했다. 대학원 석사 전공은 전기화학과 금속부식, 박사 전공은 이차전지와 슈퍼커패시터(고용량 축전지)로, 모두 배터리의 기초학문 분야인 전기화학과 관련돼 있다.

이후 대학원 석·박사과정을 마치고 현대하이스코에 입사해 5년 간 수소연료전지 핵심 부품인 금속분리판 개발을 담당했다. 정 본부장이 당시 개발한 금속분리판은 현대자동차의 수소연료전지차인 '넥쏘'에 적용되고 있다.

그는 "대기업에서 딱 5년만 연구해 보고, 그 후 두 번째 인생을 살아보자는 계획을 갖고 입사했다"며 "재미있게 일하고 성취감도 컸지만 더 많은 시간을 연구에 할애하고 싶다는 생각에 지질자원연으로의 이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정 본부장은 현대자동차가 수소연료전지차 생산라인을 구축할 무렵 정부출연연구기관 연구자로 제2의 연구인생을 출발했다.

◇'출연연 연구자'로 변신…'배터리 재활용' 분야서 연구 두각=정 본부장은 기업에 5년 간 근무하면서 논문을 단 한 건도 쓰지 못했다. 회사 프로젝트 일정에 따라 연구를 해야 하다 보니 논문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럴수록 연구에 대한 열정은 더욱 커졌다. 그러던 중 자신이 연구하는 연료전지에 쓰이는 비싼 백금의 지속 가능한 활용성에 의문을 고 광물자원의 재활용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는 "값비싼 백금을 언제까지 연료전지에 쓸 수 있을까라는 생각에 쓰고 버려지는 연료전지에서 다시 백금을 추출·회수하는 재활용 기술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지질자원연에 들어와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정 본부장은 희토류와 희유금속 회수, 원료 소재화 연구에 매달렸다. 그 결과 전기차, 항공기, 전투기 등에 들어가는 네오디뮴 폐자석에서 고순도로 희토류를 선별해 뽑아내는 제련기술을 개발해 기업에 이전하는 성과를 거뒀다. 이를 계기로 광물자원 재활용 연구에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었다. 현재 기술이전을 받은 기업은 폐 HDD(하드디스크드라이브)와 폐 영구자석에서 희토류 등 유용 자원을 회수해 재활용하기 위한 상용화 노력을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희토류는 전기차, 배터리 등 모든 첨단 산업에서 핵심 원료로 쓰이지만 80% 이상을 중국에 의존한다"며 "산업체에 이전한 기술은 폐자원에서 유용한 희토류를 선별, 회수하는 데 필요한 공정기술로, 희토류의 중국 의존도를 낮춰 가격 경쟁력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IRA발 광물자원전쟁, 재활용기술 혁신으로 승기 잡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새로운 기술 확보로 '광물자원 패권경쟁' 대응해야=반도체, 전기차, 이차전지 등 첨단산업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핵심 광물자원 확보에 주요 국이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자원부국을 중심으로 광물자원 수출을 금지하면서 광물자원 패권경쟁도 뜨거워지고 있다.

정 본부장은 "최근 인도네시아, 아르헨티나 등 자원부국이 자국 광물자원의 해외 수출을 엄격히 제한하고, 미국도 IRA 시행을 통해 핵심 광물 원산지 조건을 두는 등 자원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원빈국이면서 핵심 광물자원 공급망이 취약한 우리나라는 광물자원과 재활용 기술 개발에 매달려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예전에 시도하지 않았던 염수 또는 광물을 통한 리튬 회수가 지금은 주요 기술로 자리잡았다. 배터리용 고순도 니켈 화합물도 기존에는 니켈 황화광을 사용해 제조했는데, 최근에는 고품위 니켈 황화광 고갈에 대비해 니켈 산화광을 이용하는 방향으로 접근이 바뀌고 있다.

그는 "최근 자원부국들은 광물자원 해외 유출은 엄격히 제한하면서도 고도화된 자원 기술을 보유한 국가나 기업과의 협력은 강화하고 있다"며 "광물자원에서 핵심 원료를 얻어내는 선광·제련기술 확보를 위한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탈중국 공급망 해법 '선광·제련기술' 확보에 달려=리튬광이나 니켈광, 코발트광은 제련공정을 거쳐 배터리의 핵심 원료인 수산화리튬, 황산니켈, 황산코발트 등으로 재탄생한다. 제련은 광산에서 채굴된 광석에서 원하는 순도의 화합물이나 금속을 회수하는 과정으로, 이를 통해 실제 쓸 수 있는 원료를 얻게 된다. 코발트의 경우 아프리카에 위치한 콩고가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데, 코발트 제련은 대부분 중국에서 이뤄진다. 리튬 역시 50% 이상 호주에서 생산되지만, 중국 제련공장에서 처리되는 등 중국이 제련기술을 선도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핵심 광물을 쓸 만한 원료로 만드는 제련을 중국이 거의 독점하고 있고, 기술도 가장 앞서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과거 철, 금 등을 대량 생산하는데 쓰인 제련기술의 혁신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지질자원연은 지난 30년 간 리튬, 코발트, 희토류 등을 얻기 위한 배터리 재활용 전 공정에 걸쳐 제련기술을 개발하고 관련 기업과 협력해 왔다.

정 본부장은 제련기술 못지 않게 선광기술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선광은 광석에서 불순물, 맥석(가치가 없는 비금속광물) 등을 걸러내 유용한 광물을 확보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 대부분의 광산이 폐광되면서 선광기술 개발 명맥이 사실상 끊겼다.

그는 "우수한 선광기술을 확보하면 광석에서 경제성 높은 광물을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누구도 하지 못하는 광산 개발이 가능해진다는 점에서 자원안보 시대에 우리가 주력해야 할 자원기술"이라고 강조했다. 지질자원연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선광기술 연구를 수행하면서 제철 등 기업과 바나듐광, 리튬광, 텅스텐광 등의 선광공정 연구개발을 하고 있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IRA발 광물자원전쟁, 재활용기술 혁신으로 승기 잡겠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제공

◇IRA 위기, '광물자원 재활용'으로 기회 삼아야=대부분의 광물자원과 희토류 금속을 해외에 의존하는 우리나라가 자원패권 경쟁에 대응하려면 자원 재활용 기술혁신이 필수적이다. 대표적으로 배터리 분야만 해도 리튬, 니켈, 코발트 화합물 등을 거의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중국에 들여오는 비중이 80%가 넘는다.

정 본부장은 미 IRA에 배터리 원료 원산지 규정이 포함돼 있는 만큼 리튬 등 핵심 광물자원 재활용 기술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배터리 제조 강국인 우리나라는 배터리 자체는 '메이드 인 코리아'이지만, 배터리를 만드는 원료는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아이러니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다"며 "폐배터리 원료를 재활용하는 기술을 독자적으로 확보하면 기술을 통해 해외에 진출할 수 있고, 자원빈국에서 자원부국으로 도약할 수 있다"고 피력했다. 재활용 기술 확보가 미국 IRA 원산지 규정에 대응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주장이다.

지질자원연은 20년 넘게 다양한 사용 후 폐제품이나 공정 스크랩(고철) 등에서 유가금속을 회수하는 연구를 하면서 재활용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 말 SK에코플랜트와 폐배터리 등을 재활용하기 위한 기술개발과 실증, 사업화를 추진키로 하고 공동 연구를 하고 있다.

정 본부장은 "대기업이 지질자원연의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 역량을 인지하고 공동연구부터 실증까지 전 과정에 걸쳐 먼저 협력하자고 제안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폐배터리 재활용 기술을 통해 미국 IRA와 유럽 CEMA로 인한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도록 기술 역량을 키워 가겠다"고 밝혔다.

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 저작권자 ⓒ디지털타임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