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 저출산위 주재
수요자 중심으로 정책 재구조화
신혼부부에 5년간 43만호 공급
행복주택 공급면적도 넓히기로
자녀를 둘만 낳아도 공공주택 다자녀특별공급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된다.
정부는 공공주택의 다자녀특별공급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낮추고, 소형 위주의 기존 행복주택 공급면적도 넓히기로 했다. 지난 15년 간 280조원의 저출산 대책 예산을 쏟아붓고도 합계출산율(2022년 기준)이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하자 특단의 대책을 제시한 것이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화위원회는 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올해 1차 회의에서 '윤석열 정부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추진방향 및 과제'에 이같은 내용을 담았다. 대통령이 저출산위 회의를 직접 주재한 것은 2015년 이후 7년 만이다.
윤 대통령은 회의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국가가 우리 아이들을 확실하게 책임진다는 믿음과 신뢰를 국민들께 주는 것"이라며 "저출산 문제가 해결이 안 되더라도 일단 이 땅에 태어난 아이들이 밝고 건강하게 자랄 수 있게 하는 것은 국가의 기본적인 책무다. 아이를 낳고 키우는 즐거움과 자아실현의 목표가 동시에 만족될 수 있도록 국가가 확실히 책임지고 보장한다는 목표 하에 과감한 대책을 마련하고, 또 필요한 재정을 집중 투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서 저출산 정책을 냉정하게 다시 평가하고,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며 "기존에 있는 제도 역시 실제 현장에서 제대로 적용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저출산 관련 대책 200여개를 재평가해 수요자 중심으로 재구조화할 생각이다.
저출산위는 5대 핵심분야로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지원 등을 선정했다. . 대체로 돌봄과 교육 서비스 확대, 일·육아 병행이 가능하도록 근로 제도 개선, 신혼부부를 위한 주택공급, 부모급여 등 양육비용 지원, 난임부부 지원 등의 내용으로 구성됐다. 국토교통부는 특히 공공주택 다자녀특별공급 기준 완화와 함께 신혼부부에게 5년간 공공·민간분양 물량 43만가구를 공급하고, 신혼부부 특례대출은 2조원 규모를 추가로 마련해 지원하기로 하는 등 주거지원 대책을 제시했다.
무엇보다 정부가 최근 15년(2006~2021년)간 280조원의 저출산 해법 예산을 투입하고도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역대 최저인 0.78명을 기록하며 인구절벽 위기감이 커지면서 저출산 대책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된 영향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은 '비상한 각오'로 저출산 해법을 찾겠다고 의지를 표명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은 새로운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 것뿐 아니라 기존 대책이 현장에 잘 적용되고 있는지도 살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대통령은 또 "중소기업이나 비정규직 근로자 등 노동 약자의 다수는 현재 법으로 보장된 출산, 육아, 돌봄, 휴가조차도 제대로 쓰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라며 "출산, 육아를 하기에 좋은 문화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떤 정책만을 가지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다. 현행 제도를 점검해서 실효성을 높이는 동시에 우리 문화 전반의 변화를 위한 민간의 동참도 함께 병행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끝으로 "세밀한 여론조사, 또 FGI(표적집단면접법·Focus Group Interview)를 통해서 끊임없이 현장과 소통을 해야 하고, 저출산위 회의를 상시적으로 열어서 긴밀한 당정의 공조를 통해서 국민들께서 체감할 수 있는 제도와 정책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지시했다그러나 윤 대통령의 각오와 달리 저출산위가 이날 제시한 5대 핵심과 방향은 기존 정책과 상당히 닮은 꼴이다.
문재인 정부가 2020년에 내놓았던 저출산위 4차 기본계획(2021~2025)에도 △아동 돌봄서비스 확충 △육아휴직 권리 보장 △아동수당 확대 △아동양육가구의 주거 등 생활 지원 △아동 복지·난임 지원 강화 등이 담겼다. △난임 무급 휴가 3일 지원 △남성의 육아휴직 지원금 인상 △다자녀 주거 지원 확대 등이 포함된 박근혜 정부의 3차 저출산 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도 비슷하다. '재탕' '삼탕' 대책이라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윤 대통령 역시 이같은 사실을 인지하고 보완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 문제는 중요한 국가적 어젠다이고, 정부와 민간이 합심해서 풀어가야 한다"며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문제, 여성의 경제활동 등 여러 가지 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고, 정부 지원과 아울러서 문화적 요소, 가치적 요소들을 함께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비슷한 지적을 내놨다. 김윤태 고려대 사회학과 교수는 "저출산은 워낙 장기적으로 누적된 문제이고 사회시스템 전반의 문제다. 그래서 해결책도 상당히 장기적이고 종합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송재룡 경희대 사회학과 교수는 "큰 줄기는 틀리지 않았지만, 실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의 대상을 더 구체적으로, 예를 들면 지역별로 또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갖기를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 결혼을 앞두고 있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구체적인 것들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아마 한방이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틱한 대책을 생각하시는 분이 있을 수도 있지만 사실 저출산 문제는 거의 한세대 정도 걸친 문화 변동이라고 이야기들 한다. 특단의 대책이나 개별 정책의 단편적 조합만으로는 단시일 내 풀 수 없다는 게 정설"이라며 "그럼에도 복지·교육차원에서 지금 당장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들은 정부가 착실히 챙겨가려고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역대 정부가 안한 것은 아닌데, 예산이 200여개의 프로그램으로 찢어져 쓰이다보니 효과성이 더 높은 것들 중심으로 선택해서 집중 지원하는 방식으로 하자는 기조"라며 "앞으로 숙성된 정책, 완성된 정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김미경·이미연기자
the13ook@dt.co.kr
윤석열 대통령이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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