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완성차업체들의 강력한 공급 요청과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재추진의 배경으로 풀이된다. IRA로 중국 업체들의 미국 진출 길이 막혔는데, 공격적인 투자의 기회로 삼고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다는 전략이다.
26일 배터리업계에 따르면 LG에너지솔루션은 그동안 보류했던 미국 애리조나주 배터리 공장 건설을 재추진하기로 했다. 1조7000억원을 투자해 11GWh 규모의 원통형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는 기존 계획을 전면 재검토해 투자 규모를 7조원 이상으로 늘린 것이다.
이번에 발표한 원통형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의 투자 금액과 생산규모는 각각 4조2000억원과 27GWh다. 또 같은 부지 내에 3조원을 별도 투자해 16GWh 규모의 ESS용 LFP 배터리 생산 공장도 건설하기로 했다.
총 생산능력은 43GWh로 북미 지역의 글로벌 배터리 독자 생산 공장 중 사상 최대 규모다.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를 결정한 결정적 요소는 완성차 업체들의 강력한 공급 요청이 있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생산물량 대부분의 공급처가 확보됐다는 의미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당초 인플레이션 등 경영환경 악화에 따른 투자비 급등으로 재검토에 들어갔지만, 이 기간에도 테슬라를 비롯해 미국 전기차 업체와 스타트업들이 대규모 물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투자비 상승을 감안해도 계획된 공장 규모를 더 확대해 고객 수요에 대응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말했다.
원통형 배터리 최대 수요처로 꼽히는 테슬라는 LG에너지솔루션, 일본의 파나소닉, 중국의 CATL 등 3개 업체에서 배터리를 공급받는다. 미국의 대중 규제를 받는 CATL과 미국 내에서 대부분의 제품을 테슬라에 공급하는 파나소닉을 제외하면 원통형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업체는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하다.
신규 원통형 배터리 전용 생산공장은 올해 착공을 시작해 2025년 완공과 양산이 목표다. 주력 모델인 2170 원통형 배터리를 생산할 계획이다. 이번 투자를 원통형 시장을 선도해 글로벌 최고 배터리 기업으로서 위상을 강화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 이번 결정에는 IRA로 대표되는 미국 정부의 정책적 변화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IRA로 전기차 보조금이 확대되고 친환경 에너지에 대한 지원이 강화되면서 배터리 업계에도 청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배터리 부품·소재에 대해 중국업체의 미국 진입을 제한하고 있는 점도 한국 기업에는 호재다.
IRA는 청정에너지 생산과 투자에도 세액 공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데, 태양광과 풍력 등의 산업 확대에 따라 ESS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북미 ESS 시장은 2021년 14.1GWh에서 2030년 159.2GWh까지 11배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ESS 전용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짓는 것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 중 LG에너지솔루션이 처음이다. 이곳에서 독자 개발한 파우치형 LFP 배터리를 생산한다. 올해 착공을 시작해 2026년 양산이 목표다. 미국 ESS 시스템통합(SI)법인 'LG에너지솔루션 버테크'를 통해 ESS 공급부터 사업 기획, 설계, 설치, 유지, 보수 등 ESS 전반을 아우르는 서비스 역량으로 북미 시장 1위 지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은 "이번 애리조나 독자공장 건설이 빠르게 성장하는 북미 전기차와 ESS 시장을 확실하게 선점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차별화된 글로벌 생산 역량과 독보적인 제품 경쟁력을 강화해 세계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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