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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칼럼] "반도체 지원 더!" 민주당 안 죽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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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화 논설실장
[이규화 칼럼] "반도체 지원 더!" 민주당 안 죽었네
나무 심기 좋은 계절이 돌아왔다. 유실수는 잘 생장하도록 접(接)을 붙인다. 접은 한 나무에 다른 나무 가지나 눈을 따다 붙이는 것을 말하는데, 이렇게 하면 나무가 튼튼하게 자라고 열매도 실하다고 한다. 온통 싸움판인 우리 정치에 믿기지 않는 '접'이 일어났다. 더불어민주당이 완강하게 반대하던 반도체 시설투자세액공제율을 높이는 반도체특별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통과시키기로 했다. 한술 더 떠 공제율을 정부안보다 더 높이는 방안도 논의했다고 한다. 재벌 특혜라며 말도 못 꺼내게 했는데,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이다.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엊그제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비공개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우리 반도체업계 상황과 미국, 대만 정부의 지원정책에 대해 들었다고 한다. 미국과 대만은 우리와 비슷한 투자세액공제 제도를 통해 최대 25%의 세액을 공제해준다. 정부가 애초 작년 말 내놓아 국회를 통과한 법은 기존 6%에서 8%(대기업 기준)로 올리는 것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반도체는 국가기간산업으로서 정권의 명운을 걸고 지원하겠다고 했는데, 막상 나온 정부 지원안은 쥐꼬리였다. 더 큰 문제는 이런 법률안이 여권에서 별 필터링도 없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점이다.

나중에서야 산업계에서 대통령 약속과 다르지 않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자 그제야 정부여당이 부랴부랴 나서서 8%를 15%로 올리는 안을 내고 그 법안이 지금 심의 중인 것이다. 민주당이 공제율을 15%보다 더 올리는 것은 외려 여당이 반대할 수 있어 쉽지 않을 것이다. 대신 민주당은 세액공제를 해주는 국가전략기술 범위를 반도체·2차 전지·백신·디스플레이 4개 분야에서 재생에너지·그린수소·미래차 분야까지 확대하는 안을 제안했다.

반도체 지원법은 민주당이 입장을 극적 선회한 예다. 민주당은 정부 권력은 잃었지만 법률 개정 권력은 쥐고 있다. 정권을 잃었다고 실망할 게 아니라 국회 과반 입법 권력을 좋은 쪽으로 사용할 생각을 해야 한다. 국민에 좋은 일이라면 '접 붙일 일'은 널려 있다. 그러면 당 지지율도 올라갈 것이다. 모르긴 해도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을 통과시키면 민주당에 비호감이었던 국민들도 달리 볼 것이다. 반대로 의표가 찔린 국민의힘은 주도권을 뺏긴 셈이 된다. 특히 세액공제율을 찔끔 올렸던 기획재정부 공무원들의 무개념, 무소신 태도와 대비된다. 지원 범위를 미래차까지 확대하겠다는 것도 정부여당안보다 진일보한 것이다.

민주당이 한 발 더 나아가면 어떨까 싶다. 진짜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지만, 반도체법처럼 노동개혁에서도 역발상을 하라는 것이다. 민주당과 민노총은 박근혜 정권 탄핵 후 문재인 정권 창출 과정에서 긴밀히 협력했다. 일부 틀어지긴 했어도, 민주당은 지금도 파업현장의 폭력을 부추길 수 있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개정안)과 격변하는 근로환경에 적응하기 위한 주52시간근무제 유연화 법안(근로기준법개정안) 등에서 민노총 노선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민주당은 민노총이라는 썩은 동아줄을 이제 놔야 한다. 민노총 노동자가 100만을 넘는다고 하지만 대다수는 관심도 없다. 민노총을 움직이는 것은 기껏해야 수백 명 강성 '귀족간부'들이다. 민노총은 작년 핼러윈 시위 현장에서 북한 지령에 따라 '퇴진이 추모다'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외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정작 노동자 권익보다 정치투쟁에다 북한 지령을 따르는 민노총을 손절하지 않으면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으로 점수를 크게 얻더라도 금세 잃게 된다.

여야가 건전한 대결을 벌일수록 국민에겐 득이다. 야당이 시원찮으면 여당도 긴장하지 않고 방심한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제대로 못하는 것을 발견해 열심히 접을 붙여야 한다. 민주당이 반도체특별법에서 주도권을 낚아챘듯이 노동개혁에서도 주도권을 쥐지 말란 법이 없다. '민주당 안 죽었다'는 결기를 노동개혁을 통해 한 번 보여주기 바란다.

이규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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