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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기의 D사이언스] "K-원전 기사회생… 적어도 3년에 2기씩 지어야 경쟁력 생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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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울 3·4호기 이은 신규 원전 서둘러야
추가 없이 탄소중립·에너지안보 대비 못해
선진국들 뛰어든 'SMR' 우리 기술이 우위
개발·실증·사업화 과정에 민간 참여 필요
원전산업, 보수·진보 정권 따라 부침 심해
결국 국민신뢰도 향상·자생력 확보가 관건
[이준기의 D사이언스] "K-원전 기사회생… 적어도 3년에 2기씩 지어야 경쟁력 생겨"


이준기의 D사이언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


"지난 5년의 탈원전 시기에는 원자력이 어떻게든 살아남게 하는 게 최대 관건였다. 그 기간을 견딘 만큼 이제 기술과 산업, 국민 지지 기반을 더욱 튼튼히 갖춰야 한다. 앞으로 적어도 3년에 2기의 신규 원전을 지어 우리의 상품 경쟁력을 높이고,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 이슈에 대응해야 한다."

백원필 한국원자력학회장(한국원자력연구원 전 부원장)은 우리나라가 원자력 기술강국으로 재도약하기 위해 신규 원전 건설을 통해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규 원전 건설이 지난 5년간 탈원전 기조로 인해 붕괴 직면까지 갔던 우리 원전산업 생태계를 회복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백 회장은 "원자력 없이는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이루기 어렵다는 게 10년 이내에 확인될 것"이라며 "신한울 3·4호기에 이어 신규 원전 건설을 지금부터 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원전 계속운전 제도의 합리적 정비필요성도 제안했다.

대담=이준기 ICT과학부 차장

그는 "10년 주기로 계속운전을 위한 주기적 안전성 평가와 인허가를 받도록 돼 있는데, 이를 주기적 안전성 평가와 분리해 20년으로 늘리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백 회장은 원자력 선진국들이 치열한 기술 경쟁을 펼치고 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에 대해 "우리나라는 SMR인 SMART를 가장 먼저 개발하고 표준설계인가를 받아 건설 직전까지 추진한 경험이 있는 만큼 다른 나라보다 기술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면서도 "국내에서 실증을 하지 못하게 돼 있는 기존 계획을 손보고, 민간 참여를 통해 속도감 있게 상용화 기반을 갖춰 해외 수출까지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자력 이용에 매우 중요한 과제 중 하나인 사용후핵연료의 안전한 관리와 처분을 위해 지금 국회에서 논의하고 있는 특별법의 조속한 통과에도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지난 11일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12주년이었다. 이와 관련해선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안전에 대한 일본의 과신과 사전 대응 미비가 가장 근본적인 원인이 됐다"면서 "폐로를 통한 부지 복원까지 30년 이상이 더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새 원전 짓고, 계속운전 20년으로 확대해야"=백 회장은 원자력을 통해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실현하는 방안으로 △대형 신규 원전의 지속 건설 △가동원전의 계속운전 기간 정비 △SMR 개발·이용 △원자력 수소·열 이용 확대 등 네 가지를 꼽았다.

그는 "제조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산업구조 특성상 보다 값싸고 안정적이면서 준(準) 국산 에너지원인 원자력의 역할은 절대적"이라며 "신한울 3·4호기를 이을 후속 원전 건설을 위한 민주적이고 투명한 부지 확보 절차를 조속히 착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 5년 동안 중단됐던 신규 원전을 계속 건설함으로써 전력 공급을 확대할 뿐 아니라 무너져 내린 원전 산업 생태계를 회복시키고 성장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백 회장은 가동 원전 계속운전 제도의 합리적 정비도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원전 운영허가 기간이 법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고, 사업자 신청 서류에 따라 30년, 40년, 60년을 실질적인 허가기간으로 간주하는데, 허가기간을 보다 명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10년마다 실시하는 주기적 안전성 평가와 계속운전을 연계하고 있는데, 이를 분리해 계속운전을 20년 단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다 실효성 있는 경제성 평가를 통해 원전 사업자들이 10년이 아닌 20년을 내다보고 투자에 적극 나설 수 있게 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SMR, 기술 선점 가능성 충분…국내 실증·민간 참여 늘려야"=백 회장은 최근 원자력 산업에서 가장 주목받는 SMR이 대형 원전의 보완재 역할을 하고, 우리나라가 시장 선점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평가했다.

백 회장은 "SMR은 안전성과 경제성을 처음부터 고려해 설계에 반영한 것으로, 대형 원전보다 중대사고 발생 가능성이 매우 낮아 안전에 대한 우려를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며 "다만 새로운 원자로로 개발되는 있어 독립적 검증과 자동 운전 확대, 운전 조직 축소 등 새로운 기술적 안전 이슈를 안고 있는 만큼 다른 관점에서 안전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i-SMR(혁신형 SMR)의 국내 실증 추진과 민간 역할 확대를 통해 기술과 산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도 제안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부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해 올해부터 본격적인 기술개발을 시작한 i-SMR은 국내에서 직접 짓고 실증하는 계획이 빠져 있는데, 국내에서 실증하는 방안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앞으로 원자력 분야는 민간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며 "SMR 경우의 개발, 실증, 사업화에 민간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고, 특히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기업이 해외 원전사업에 한전, 한수원 등과 공동 참여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고 밝혔다.

민간 기업이 원자력을 통해 데이터센터에 직접 전기를 공급하고 제철, 철강, 석유화학 산업단지 등에 원자력 수소 생산과 열원 공급 등을 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행 전력거래제도의 개선도 주문했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h(킬로와트시)당 전력 구입가격은 원자력 53원, 무연탄 203원, LNG 240원, 신재생 204원 등이다.

백 회장은 "2021년과 비교해 원자력의 전력구입 가격은 10% 낮아졌는데, 다른 에너지원은 2배 이상 상승했다"며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0%를 넘어섰고, 석탄과 가스 비중을 낮추는 시점에서 현행 전력거래제도를 전반적으로 재검토하거나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준기의 D사이언스] "K-원전 기사회생… 적어도 3년에 2기씩 지어야 경쟁력 생겨"


◇원자력, 경쟁력 갖춰야 '탈정치화' 벗어날 수 있어=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은 보수·진보 정권에 따라 부침이 이어졌다. 보수정권은 친원전 정책을, 보수정권은 탈원전 정책을 펼치며 정치적 이념과 진영 논리에 의해 확연히 나눠졌다. 이승만·박정희·이명박·박근혜 대통령 등 보수 정권은 원자력을 강력히 추진했던 반면,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대통령 등 진보 정권은 원자력과 거리를 뒀다.

백 회장은 "역대 진보 정권 중 문재인 대통령과 달리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은 정권 출범 2년이 지난 뒤부터는 원자력과 거리를 좁히는 데 노력했고, 그 영향으로 이명박 대통령 때는 상용 원전을 UAE에 수출하는 역사를 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후 정권과 무관하게 후쿠시마 원전 사고와 국내 원전 부품 비리 등이 터져 원자력에 대한 인식이 악화됐고, 문재인 정부 출범과 맞물려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 생태계는 침체기로 접어들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을 탈정치화·탈이념화하기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라며 "정권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원자력이 기술과 산업, 국민의 관점에서 지지와 신뢰 기반을 튼튼히 갖춰 다른 에너지보다 경쟁력에서 앞서야 '원자력의 정치화'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에 더해 원전을 더욱 안전하고 경제적으로 운영하면서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수용성을 높여야 하는 숙제도 있다. 사실과 과학에 기반해 국민들이 원자력에 대해 우려하는 부분을 설득하는 노력도 필요하다는 게 백 회장의 주장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경우 지정학적 조건과 산업, 에너지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원자력 없이는 에너지 안보도 탄소중립도 어렵다는 것을 앞으로 10년 이내에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원자력 시장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 정권과 무관하게 자생력을 갖추는 게 숙제"라고 말했다.

◇"3년에 2기씩 국내 원전 짓자"=백 회장은 지난 5년 간의 원자력 침체기를 딛고 원자력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방안도 제안했다. 그는 "무엇보다 UAE에 수출한 한국형 신형 원전인 'APR1400' 같은 상품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키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내에 원전을 지속적으로 건설해야 한다"며 "적어도 3년에 2기 정도는 국내에 짓고 상품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원자력은 탄소중립과 에너지 안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원인 만큼 국내 원전 건설을 통해 상품 경쟁력 확대와 원전 공급망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런 노력이 더해질 때 원전 해외 수출에도 물꼬를 틀 수 있다는 게 백 회장의 설명이다.

원전 상품 경쟁력 확보, 국내 원전 건설 지속, 해외 수출 등이 이뤄지려면 그 밑바탕에 원자력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백 회장은 "원자력이 국민들로부터 지지 받지 못하면 앞서 말한 것들을 실현할 수 없다"며 "국민적 지지와 신뢰 확보를 위해선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간에 지식과 정보를 정확하게 제공하고 오픈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지난 2021년 한국원자력학회가 실시한 조사에서 우리나라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자력발전에 찬성한다'고 답해 원자력에 대한 국민적 지지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선 것으로 확인됐다.

원자력 분야 산학연의 기술적 노력도 주문했다. 백 회장은 "산학연이 개별이나 기관 이익이 아닌 국가적 이익을 위해 각자 분야에서 원자력 초격차 기술 확보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우리는 원자력 기술자립과 원전 수출의 기적을 만들어냈고, 탈원전 정책도 이겨낸 만큼 원자력 강국 반열에 다시금 올라설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글·사진=이준기기자 bongchu@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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