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저장시설 없으면
원전지역 주민·국민 모두 불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을"
원전지역 주민·국민 모두 불편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을"
"2030년까지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을 확충하지 못하면 에너지 안보를 떠받치는 버팀목인 원전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가동도 못하는 원전에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해놓고 방치하게 된다. 원전지역의 주민을 위해서도, 전력 소비자인 일반국민을 위해서도 반드시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박일준(사진)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은 5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사용후핵연료) 특별법 제정 시급성을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재 국회에 발의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은 3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법안소위에서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을 병합심사 중이다. 박 차관은 "공통적으로 △고준위 방폐장 부지선정 절차 △유치지역 지원 방안 △추진체계 신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확보 과정에서 필요한 주민 의견수렴 절차와 지원방안 △사용후핵연료 반출시점 등을 담고 있다"며 "지난 1월 26일에 열린 국회 공청회에서 세부 쟁점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국회, 전문가, 시민사회 관계자 모두 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특별법 제정 필요성에 입장을 같이 했다"고 말했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제정되면 부지선정에 착수해 20년 내 중간저장시설을 마련하고 이후 17년 내 영구처분시설을 확보한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대책 없이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확충을 추진하면서 인근 지역에 책임을 떠넘긴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정부는 중간시설 확보 전 원전 포화가 먼저 도달하기 때문에 원전 부지 내 한시적인 건식저장시설 확충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박 차관은 "주민들이 시설이 안전한지, 이러한 시설 건설을 계기로 우리 지역이 방폐장이 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우려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민들의 우려를 덜 수 있도록 가장 안전한 기술로, 꼭 필요한 최소한의 규모만으로 시설을 운영하겠다고 약속하고 원전 부지 내 저장이 영구화되지 않도록 특별법 제정을 통한 고준위 방폐장 확보에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이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마련으로 원전 지역을 영구 방폐장으로 만든다는 주장을 정면 반박했다. 박 차관은 "특별법은 원전 부지 외부에 별도의 부지를 찾아 고준위 방폐장을 짓기 위한 것으로 방폐장이 없으면 원전 부지 외부로 사용후핵연료를 빼낼 수가 없고 결국 원전 부지에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는 기간도 길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논리적으로 보면 고준위 방폐장을 확보하기 위한 특별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가 아무것도 못하게 하는 것이야말로 원전지역을 반(半) 영구 방폐장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조항에 대해서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을 지을 때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절차가 진행되도록 발전사업자에게 의견수렴 및 지역지원, 사용후핵연료 반출시점 등 의무를 부과하는 규제로서의 성격을 갖는 조항"이라며 "이 조항을 삭제하면 의견수렴과 지역지원이 어렵거나 원전 부지 내에 사용후핵연료를 제한없이 계속해서 저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고리 원전 건식저장시설 확충 논란에 대해서는 계획대로 가야한다는 게 산업부의 입장이다. 33개 원전운영국 중 22개국이 원전 부지에서 건식저장시설을 운영 중이다. 미국의 경우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사전에 승인한 설계에 따라 원전 부지 내에 건식저장시설을 설치하면 사전신고 및 등록만 하면 될 정도로 절차가 간편하다.
박 차관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당시 참사가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의 건식저장시설도 쓰나미가 정면으로 들이닥쳤지만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었다"며 "고리 원전에서 가동중인 6개 원자로의 습식저장조 용량은 약 8000다발인데, 이들로부터 이미 정해진 운영허가 기간 동안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만 해도 약 1만다발로 애초에 저장시설을 확충하지 않으면 제대로 운영할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건식저장시설 확충이 없으면 고리 1호기 해체는 삽도 뜰 수 없으므로 앞서 진보·보수정부를 가리지 않고 원전 내 저장능력의 확충과 건식저장시설의 한시적 운영을 추진해왔던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국수력원자력과 주민 의견수렴을 비롯해 설계, 원자력안전위원회 인허가 등 과정을 거쳐 착공까지 4~5년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박 차관은 "정부가 고준위 방폐물 특별법 제정을 지원하고 건식저장시설 설치가 특별법이 정하는 절차에 따라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고리 원전이 위치한 기장군은 특별법을 통해서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설치에 관한 절차 내용을 상세히 담고 이에 따라 시설 설치가 이뤄지도록 해달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새 정부의 친원전 기조에 따라 원전 관련 부처 분위기도 이전 정부와 사뭇 다르다는 것이 박 차관의 전언이다.
박 차관은 "요즘 원전국은 일은 힘들지만 노력한 만큼 성과를 인정받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고 다양한 능력이 요구돼 인적구성도 조직 내 팔방미인들 위주로 재편했다"며 "원자력 생태계가 복원되기 시작하면서 원전국 분위기도 바람직한 방향으로 따라서 개선되고 있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정석준기자 mp1256@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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